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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99 vote 0 2021.09.26 (15:37:03)

    구조론은 이론이다. 이론 중심의 사유를 훈련해야 한다. 이론은 건조하다.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된다. 구조론은 일원론인데 사람들은 다원론을 선호한다. 일원론이든 다원론이든 그냥 하나의 단어일 뿐이다. 특정 단어에 대한 호불호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진지하지 않은 자세가 문제다.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배울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식당에 가도 메뉴가 다양한게 좋더라. 옷장에는 옷이 많을수록 좋더라. 막연히 선택지가 다양하면 좋다고 여긴다. 과학은 냉정하다. 개인의 경험을 들이대면 피곤하다. 


    자신을 식당에 온 고객이라고 착각한다면 번짓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손님 포지션을 차지하는가? '다양한 메뉴로 나를 만족시켜봐.' 이러면 곤란하다. 거꾸로 당신이 요리사 입장이 되어야 한다. 하나뿐인 최고의 요리를 고객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구조론은 의사결정이론이다. 의사결정권자는 언제라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 양다리 걸치기 안 된다. 의사결정은 전기회로와 같아서 이쪽을 연결하면 저쪽이 끊어진다. 스위치의 조작 횟수는 최소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회사의 사장이라면?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번의 명령으로 백만대군을 지휘해야 한다면? 그때는 일원론이 필요하다.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객석의 청중과 무대의 가수는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 무대에 서려면 청중에 머물러 있을 때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관점이 변한다.


    갑을관계가 바뀌는 지점이 있다. 청중은 다양한 곡을 듣고 싶지만 가수는 한 곡이라도 제대로 불러야 한다. 생일을 맞은 아이는 다양한 선물을 받고 싶지만 아빠는 한 개의 선물을 골라야 한다. 자신을 선물 받는 어린이로 규정하고 혹은 객석의 청중으로 규정한 채로 


    '네가 나를 만족시켜 봐. 내가 평가해줄게.' 하는 태도라면 구조론을 배울 자격이 없다. 애초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마음을 먹고 접근하는 사람이 다수다. 상대를 자극하여 반응을 끌어내려는 소인배의 관종본능 말이다.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구조론을 배운다. 


    입장바꿔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지휘관의 명령이 어지러우면 병사가 헷갈린다. 읍참마속의 고사를 돌이켜 보자. 마속의 잘못도 있지만 제갈량이 장합의 빠른 기동을 예상하지 못하고 가정전투의 목적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마속을 장기판의 말로 여기고 


    재량권을 주지 않은 것이다. 수비를 하라고 하니 고지식한 마속이 명령대로 수비만 하다가 망했다. 지형의 이용에 능한 장합이 경험이 부족한 마속을 잘 공략한 것이다. 삼국지연의는 마속이 제갈량 말을 안듣다가 망한 걸로 써놨지만 사실은 융통성 없이 제갈량이 


    시키는 일만 했다가 망한 것이다. 현장은 변화무상하다. 천리 밖에서 시시콜콜 명령을 내리면 안 된다. 의주로 도망친 선조가 이순신 장군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격이다. 남북전쟁의 게티즈버그 전투도 같다. 리가 명령서를 너무 예의바르게 써서 망한 것이다. ‘반드시 


    고지를 점령하라’고 해야하는데 ‘가능하다면 점령하도록 하시게나’ 하고 점잖은 남부 신사 문체로 애매하게 쓴 결과로 멸망. 크림전쟁의 발라클라바 전투는 to 부정사와 점 하나를 잘못 찍어서 영국 경기병 여단이 전멸했다고. 역시 현장을 무시한 지휘부의 지나치게 


    세밀한 지시가 문제. 대장은, 감독은, 지휘관은, 사장은, 대통령은, 보스는 일원론의 중요함을 잘 안다. 문장이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면 망한다. 전쟁 한두 번 해봤냐? 다원필패 일원필승. 독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대입한다. 나는 평범한 서민이고 서민은 


    쪽수가 많으니 다원론이 우리편이라는 식이다.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이론을 보라. 이론은 포지셔닝 게임이다. 지도자는 한 명뿐이다. 여러분이 지도자가 아니라면 구조론을 배울 필요도 없다. 버스에는 운전사가 한 명이고, 전함에는 선장이 한 명이다. 당신이 선장


    이라면 일원론을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일원론이라는 단어는 독재자를 연상시키고 가부장을 연상시킨다. 그게 하지마라는 자기소개다. 당신이 아버지의 일원론에 시달리는 자식이고, 사장의 일원론에 고통받는 노동자라는 이유로 다원론을 선호하면 안 


    된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공격과 수비도 마찬가지다. 공격이 유리하면 죄다 공격해서 수비가 유리한 지점까지 국경선이 확장된다. 수비가 유리한 지점에서 공격이 멈추므로 수비가 유리할 수밖에. 이것이 밸런스의 원리다. 수비가 유리하면 다들 수비만 하므로 


    애초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가 공격무기가 되므로 변화를 선점한 쪽이 공격한다. 이윽고 국경선이 재조정된다. 공격의 이점이 사라진 지점에서 국경선이 새로 그어지는 것이다. 자연의 어떤 상태는 수비가 유리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밸런스의 개입이다. 보통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자연의 밸런스가 판을 유지하려는 수비 편을 들기 때문에 현상이 유지된다. 왜 지구는 더 빨리 돌지 않는가? 왜 태양은 하루에 48시간씩 내려쬐지 않는가? 왜 토끼는 더 많은 새끼를 낳지 않는가? 왜 호랑이


    는 더 많은 사냥을 하지 않는가? 거기서 공격이 멈춘 것이다. 그 지점에서는 수비가 유리하므로 더 공격을 못한다. 토끼는 한꺼번에 백 마리의 새끼를 낳지 못하고, 코로나19는 더 빨리 전파되지 못한다. 거기서 공세종말점을 만나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백만 개의 


    알을 낳고 나무는 천만 개의 씨앗을 뿌린다. 생물은 최대한 공격한다. 그러다가 어떤 한계를 만나서 멈추고 그 한계는 수비가 유리한 지점에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 선을 넘으면 수목한계선이다. 거기서는 생명이 살 수 없다. 이는 우주의 보편원리다. 일원론과 다원론, 


    공격과 수비, 고수와 하수,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그냥 단어다. 조절장치가 되는 밸런스가 있다. 밸런스는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더하고 빼면 되는데 빼기만 하고 더하지 않는다. 그 비밀을 아는게 중요하다. 부하는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는데 상사는 빼기만 한다. 


    가끔 그 밸런스가 움직인다. 환경변화가 일어난다. 변화를 선점하는 쪽이 이긴다. 그때는 공격이 먹힌다. 징기스칸과 알렉산더가 그렇고 나폴레옹과 카이사르가 그렇다. 그들은 상대가 가지지 못한 것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게르만은 용맹했지만 보급부대가 없어 


    장기전을 수행할 수 없다. 로마군은 게르만이 갖지 못한 플러스알파를 가졌던 거다. 단어에 집착하면 안된다. 애플 에어팟이나 갤럭시 버즈나 비슷하지만 애플은 커다란 아이팟의 사이즈를 마이너스하여 작은 에어팟을 만들었고, 갤럭시 버즈는 그냥 애플이 하는 것을 


    따라했다는 점에서 플러스다. 겉보기로는 비슷하지만 잘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언제나 마이너스가 정답이다. 인간의 언어는 헷갈리지만 자연의 이론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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