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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86 vote 0 2021.09.18 (20:56:59)

    사유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은 사건을 따라가야 한다. 사건은 연결을 따라간다. 그러므로 인간의 사유도 사건의 연결을 따라가야 한다. 눈 앞에 연결과 단절이 있다면 그 중에서 연결을 선택하기를 반복하면 된다. 주어진 선택지는 연결과 단절 둘 뿐이다. 쉽잖아. 


    단절은 일단 배제한다. 그 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연결이 남는다. 찜한다. 이 패턴을 반복하면 된다. 연결 아니면 단절이므로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대부분 단절을 선택한다. 훈련되지 않으면 연결지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결은 원인이고 단절은 결과인데 사건을 인지했을 때는 관측자가 단절 포지션에 있다. 자연스럽게 눈 앞에 보이는 단절을 선택한다. 연결은 이미 과거가 되었으므로 은폐된다. 여기에 상대적인 이익이 있다. 열에 아홉이 단절을 선택했는데 혼자 연결을 선택하면? 


    만약 적중했다면 남들이 우러러 본다. 틀렸다면 남들이 비웃겠지만 무시하자. 도박이라 해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므로 배당이 많다. 우리가 파헤쳐야 하는 대상은 사건이다. 사건에는 기세가 걸려 있다. 인간들은 암시에 걸려 있다. 무의식이 작동하고 또 


    호르몬이 작동한다. 남들이 기세와 분위기와 바람잡이에 홀리고 낚이고 걸리고 몰리고 휩쓸리고 흥분해서 단절을 선택할 때 묵묵히 연결을 선택하면 그 판을 독식한다. 형사가 범인을 추리해도 그렇다. 현장에서 범인과 피해자가 흉기로 연결되는게 알리바이다. 


    어떻게든 연결된다. 형사는 담배꽁초에 묻은 타액을 단서로 추리한다. DNA를 찾아내든 지문을 찾아내든 어떻게든 연결 연결 연결을 추적하여 범인에게 이른다. 일본말로 겐또 짚는게 문제다. 넘겨짚는 것이다. 연결되지 않고 건너 뛴다. 톱니가 맞물리지 않는다. 


    상호작용이 아닌 일방작용이다. 사소한 일은 그런 넘겨짚기가 먹힐 때도 있다. 과학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과학은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익숙한 분야에서 먹히는 넘겨짚기 수법을 생소한 분야에 적용하므로 실패하는 것이다.


    세상은 연결 아니면 단절이다. 연결만 선택하라. 50퍼센트 먹고 들어간다. 남들이 단절을 선택하므로 또 그만큼 상대적인 이익을 먹는다. 인간이 단절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건의 치고나가는 기세 때문이다. 정신없다. 홀리고 낚여서 차분하게 생각할 수 없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호르몬이 결정한다. 사건이 원인에서 결과로 간다. 원인은 연결이고 결과는 단절이다. 사건의 흐름에 휩쓸리는 것이다. 수학문제 풀듯이 차분히 풀면 된다. 모르는 부분은 미지수 X로 칸을 비워놓았다가 나중에 채워넣으면 된다. 


    논리의 비약을 저지르는 사람은 대부분 분위기에 휩쓸려서 심리적으로 쫓겨서 겐또 짚고 있다. 실제로는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행동이다. 아무나 찍어서 네가 범인이지 하고 윽박지르면 상대가 변명하는 과정에서 혹시 단서가 나올까 싶어서 떠넘기는 것이다. 


    사건은 연결된다. 사유는 연결을 따른다. 그것이 진리다. 연결방식이 구조다. 연결방향은 마이너스다. 이 하나의 원칙만 철저하게 지쳐도 만사 순조롭다. 


[레벨:11]큰바위

2021.09.19 (01:22:30)

최근 글에 줄수를 맞추느라 문장이 중간에 끊겨서 뒷 문단으로 연결한 게 몇 군데 보이네요. 
오늘도 중간에 그런 게 하나, 세줄짜리 문단 하나, 맨 끝 마무리 문장 두줄짜리 하나...

동렬님 글은 내용이 간결하고 정언명령과 같은 표현방식이라 읽기가 쉬운데, 그 외에도 모든 글을 시의 운율 맞추듯 글자수와 줄수를 맞춰서 쓴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위의 이유 외에, 굳이 모든 문단을 같은 길이로 쓰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9.19 (09:54:15)

썼던 글에 내용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아서 

올린 글을 재검토 할 때를 위해 제 기분에 맞추다보니 이렇게 되네요.

완벽한 글을 올리는게 독자에게는 좋겠지만 나중에 책으로 엮을 글을 모으는 중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아이디어를 올리고 내용을 수시로 업데이트 하고 수정합니다.

따로 워드문서에 저장했다가 완성된 글을 올리는게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긴장감이 없어서 글이 안 써집니다.

여기에 올리는 글은 초고라고 보면 됩니다.

[레벨:11]큰바위

2021.09.22 (08:04:07)

페북도 그렇고

카페나 블로그 글도 그렇고 

신기하게도 직접써야 긴장이 생기더라고요.

초고를 거의 완벽하게 써서 초고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거기다가 글자수까지........

작가의 글은 모니터를 거쳐 읽는 이의 수정체를 통해 뇌를 자극함으로서 완성이 되는데, 

초고라도 이정도면 완성본이나 다름이 없게 느껴집니다. 

작가의 완성도와 독자가 느끼는 완성도는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생각의 창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신이 아무리 완벽하게 세상을 지어놨어도, 그 완벽한 세상을 깨뜨리는 놈들은 항상 있습니다.

굳이 종교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그게 신계-창조된 세상-인간계-관계의 파괴-현실계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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