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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90 vote 0 2022.05.01 (19:07:05)

    다시 쓴 글입니다.


    어떤 말을 하려면 진술에 앞서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 전제의 전제가 필요하다. 그 전제의, 전제의, 전제의.. 끝까지 추궁해 들어가야 한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끝단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단서를 얻는다. 북극성처럼 그것은 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 플라톤의 이데아, 칸트의 이성, 헤겔의 절대정신, 마르크스의 혁명은 모든 주장의 궁극적인 단서가 되는 사유의 출발점을 상상한 것이다. 그것이 사유의 원본이 된다. 거기서 아이디어가 가지를 쳐서 무수히 복제한다. 순수와 응용의 차이다. 응용은 순수에 묻어간다. 복제본은 원본에 빌붙는다. 


    그런데 그냥 상상이다. 석가의 부처론이나 예수의 천국론은 그냥 상상이다. 도깨비, 허깨비, 머깨비와 같다. 이데아도, 이성도, 절대정신도, 혁명도 그냥 지어낸 말이다. 혹은 억지로 의미부여한 말이다. 논리적인 근거는? 없다. 내가 한 마디 툭 던지면 다른 사람이 반론을 하겠지. 반응을 한 번 떠보는 거지. 그런데 어라? 이게 먹히네. 그렇다면 이걸로 한 번 밀어보는 거야. 이런 식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툭 던져본 말인데 가난한 인류의 담론시장에서 먹힌다 싶으니까 그냥 그러고 나자빠져 있는 거다.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너와 나가 공유하는 것이다. 영국은 파운드법을 쓰고 프랑스는 미터법을 쓴다면 호환되지 않는다. 공유되지 않는다. 어떤 도량형을 쓸 것인지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도량형이 안 맞으면? 좁쌀을 한알씩 세어야 한다. 중국의 쇠고기 한 근과 한국의 쇠고기 한 근의 분량이 다르면? 소를 잡지 말고 한 마리씩 팔아야 한다. 자르지 못한다? 그래서 원자론의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경지가 있다. 자르면 안 되는 어떤 한계가 있다. 사유는 바로 그곳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북극은 자를 수 없다. 북극성은 움직일 수 없다. 기준점은 옮겨질 수 없다. 좌표의 원점과 같다. 


    각종 개소리가 그냥 해본 소리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뭔가 주장하려면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땅한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인간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이다. 솔직히 천국이니 부처니 하는걸 진지하게 믿는 사람 없잖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까 어영부영 끌려가는 거지. 


    길거리의 장삼이사가 그럴 수는 있는데 안다 하는 철학자들도 그러고 있다면? 인류의 문명은 그만치 허술한 것이다. 집은 있는데 기초가 없다. 그 집은 조만간 무너진다. 인간들이 생각은 하는데 출발점이 없다. 좌표를 그리는데 원점이 없다. 도량형이 있는데 원기가 없다. 시작부분을 생략하고 중간에서 갑자기 갑툭튀 한다. 


    구조론의 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쪼갤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연결이다. 연결은 쪼갤 수 없다. 쪼개면 연결이 아니다. 모든 것은 전제는? 궁극적인 단서는? 사유의 원형은? 모든 응용의 근거가 되는 순수는? 모든 변형의 근거가 되는 원형은? 모든 복제본의 원본은? 그것은 연결이다. 남녀가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듯이 그것은 만남이다. 그것은 구조다. 그것은 의사결정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궁금했던 것은 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누구도 그 질문에 답하려고 하지 않았다. 검색해도 나오는 것이 없다. 시는 그냥 시고 음악은 그냥 음악이란다. 젠장! 시가 뭔지, 음악이 뭔지, 미술이 뭔지 모르면서 그리고 읊고 노래한다. 웃기잖아. 


    서양음악은 그래도 뭔가 이론이 있다. 악보가 있다. 대위법이 있다. 동양음악은? 그냥 악기를 집어들고 형님이 하는데로 따라해야 한다. 뭔가 나사가 빠져 있잖아? 어색하잖아. 


    태권도장에 가면 품세를 가르친다. 시실 필요없다. 권투는 품세가 없다. 근데 왜 태권도는 품세가 있지? 원래 중국에서 여러사람이 광장에 모여 한꺼번에 무술을 수련하는데 시장바닥처럼 혼잡해서 인원정리 하려고 투로를 만든 것이다. 그 어리석은 짓을 아직도 하고 있는 이유는 조선인이 숭배하는 일본인이 그 삽질을 하기 때문이다. 조선놈들은 일본이 하면 뭐든 따라하니까. 


    생각을 좀 해봐야 한다. 이 머저리 짓을 왜 하지? 헐리우드 영화에 가라데의 아래막기를 비웃는 장면이 등장하는게 필자가 본 것만 해도 여러 번이다. 키 작은 아시아인 비웃어주는 상투적인 영화의 클리셰. 숏다리에 숏팔인데 턱도 없는 아래막기로 키 큰 백인의 붕알을 공격하다니 얼마나 웃기는가? 물론 그들은 아래막기 동작을 붕알공격으로 오해한 것이다.


    태권도의 애물단지 품세처럼 계륵이 되어 있는게 찾아보면 많다. 그게 다 근본을 사유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혼선이다. 무술의 본질은 실전인데 가라데와 쿵푸는 대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삽질로 대체된 것이다.


    각종 예술도 마찬가지다. 짧게 씨부리면 시고, 길게 씨부리면 소설이고, 시끄럽게 두들겨대면 음악이고? 그건 아니지. 객체가 되는 주어진 어떤 대상에서 답을 찾으면 안 되고 주체가 되는 인간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자연과 인간의 대칭이 있다. 상호작용이 있다. 만남이 있다. 구조가 있다. 사건은 격발된다. 소리가 있으면 귀가 있고 칼라가 있으면 눈이 있듯이 항상 짝지어져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메커니즘을 이룬다. 사건의 출발점이 된다. 


    인간 내부에 우리가 찾아야 할 그 무엇이 있다. 철학이 뭐지 하고 묻는 사람은 없다. 옛날에는 그런 사람이 더러 있었는데 말이다. 생각은 철학에 앞선다. 생각이 뭐지 하고 정면으로 따져들어 묻는 사람은 옛날에도 없고 지금도 없다. 생각이 뭔지 모르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본 적 있어?


    시는 운율이 있고 라임이 있다. 패턴이 있다. 거기에 뇌가 반응하여 인간이 쾌감을 느낀다. 기계적인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이 있다. 소리에 귀가 반응하고 그림에 눈이 반응하듯이. 형식적인 라임을 주는 것을 한시의 압운과 평측이라면 의미의 라임을 주는 것이 진정한 시다. 두 가지 의미가 패턴을 이루고 충돌할 때 뇌는 전율한다. 호르몬이 반응한다. 가짜도 있다. 지하철 시는 제목 맞추기 퀴즈다. 그것도 넓은 의미의 시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런데 꼼수다. 시가 아니라 넌센스 퀴즈다.


    그림도, 음악도, 영화도, 건축도, 디자인도, 요리도, 유머도 마찬가지다. 형식이 있다. 두 패턴이 충돌하여 얻어내는 제 3의 요소가 있다. 그 방법으로 질서가 만들어진다. 패턴은 같은 것의 반복이다. 그럴 때 뇌는 긴장한다. 충돌은 다름이다. 다름 속에서 같음을 찾을 때 호르몬이 나온다. 


    무서운 것이 다시 보니 무섭지 않을 때 웃음이 나오고, 헤어져서 슬프던 것이 다시 만나서 기쁠 때 감동이 나온다. 영화감독은 신파술을 구사하여 기계적으로 관객의 눈물을 강요한다. 5분 간격의 웃음과 30분 간격의 눈물로 숫자를 찍는다. 아주 도표를 짜는 호르몬 착즙 기술자도 있다. 


    숨바꼭질과 같다. 숨는 것은 다름이고 발견은 같음이다. 다름 속에 같음이 있고, 긴장 속에 균형이 있을 때 아이는 즐거워한다. 문학은, 예술은, 조형은, 건축은, 영화는, 요리는, 모든 창의는 다름과 같음의 질서찾기다. 회화가 발전하는 이유가 있다. 과거 서양화는 처음 보는 시골사람을 놀래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지하철 시처럼 꼼수를 사용한 것이다. 동양화는 오히려 괜찮다.


    근대의 인상주의는 동양화에 오래전부터 있던 전통이다. 산수화에는 산과 물의 균형과 대비가 있다. 밸런스와 언밸런스가 있다. 질서와 파격이 있다. 원형과 변형이 있다. 이론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주역의 원리가 반영된 음양의 충돌과 조화가 동양화에 있다. 서구는 기교 위주로 발전하다가 뒤늦게 회화의 본질에 눈을 뜬 것이 세잔의 인상주의다. 


    모든 이야기는 뇌가 반응하는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지점이다. 사건의 메커니즘이 격발하는 시작점이다. 에너지는 일정한 조건에서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낸다. 뇌는 일정한 조건에서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것은 일치와 불일치, 균형과 불균형, 단절과 연결, 패턴의 충돌에 있다. 


    원자는 없다. 이데아는 없다. 절대정신은 없다. 이성은 없다. 혁명은 없다. 천국은 없다. 부처는 없다. 그런 것은 그냥 지어낸 말이다. 수요가 있으니가 공급이 있다. 의술의 수요가 있는데 공급이 없으면 주술이 의술을 대체한다. 그러나 주술은 의학이 아니며 무당은 의사가 아니고 지하철 시는 시가 아니다. 


    문제에는 답이 있다. 상호작용은 메커니즘이 있다. 생각은 도구를 쓴다. 철학은 사유의 손잡이다. 도구를 쓰는 주체의 건설이다. 과학이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도구라면 그 도구를 사용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철학이 답한다. 주체는 그냥 있는게 아니라 건설되어야 한다. 철학은 무에서 건설된다. 


    좌표를 그리려면 일단 점을 하나 찍어야 한다. 두개의 선을 교차시켜서 원점을 얻어낸다. 과학은 발견되지만 철학은 건설되는 점이 다르다. 그것은 객체의 사정이 아니라 주체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객체의 사정이므로 관찰하면 된다. 주체는? 망원경이 없으면 멀리 볼 수 없고 현미경이 없으면 작은 것을 볼 수 없다.


    도구를 장악하지 못하면 대상을 통제할 수 없다. 궁수는 활을 당길 수 있어야 하고 무사는 칼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포수는 방아쇠를 당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주체의 사정이다. 인간은 과연 상호작용의 주체인가? 인간은 생각을 통해 주체로 올라선다. 동물적 자극과 반응이 아니라. 


    자극하고 반응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다. 상대방이 왼쪽으로 간다고 해서 무턱대고 자신은 오른쪽으로 가는 안철수식 기동은 주체의 행동이 아니다.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그 에너지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능동적으로 사건의 스위치를 켜야 한다. 무에서 격발시켜야 한다.


    생각은 속을 찔러 관통하는 것이다. think의 어원이 그러하다. 사유는 관통되어야 한다. 막히지 말고 뚫려야 한다. 얼버무리지 말아야 한다. 사유의 첫 출발점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진술의 전제가 되는 근본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둘의 만남과 공유다. X축과 Y축이 교차하여 원점을 탄생시킨다. 형과 동생이 만났을 때 서로 부모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너와 내가 만났는데 언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대화는 그 다음이다. 서로 공유하는 것이 있을 때 받아들여진다. 그것은 쪼갤 수 없고 쪼개면 안 된다. 그것은 연결이다. 형과 동생의 연결은 유전자의 공유다.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 전화기로 연결된다면 서로의 전화번호는 사전에 공유되어 있었다는 전제가 성립한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면? 이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호르몬이 반응하는 이유가 있다. 그리운 사람을 만났을 때 반가운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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