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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92 vote 0 2021.07.12 (11:09:03)

    진화와 진보의 전략


    사건은 주체와 대상의 상호작용이다. 그런데 주체가 대상을 이긴다. 연필이 종이를 이긴다. 종이가 미끄러워 글씨가 안 써지면? 연필을 바꾼다. 연필이 종이를 변화시키고, 종이가 연필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연필이 이기게 되어 있다. 


    기관차가 객차를 이긴다. 활이 화살을 이긴다. 총이 총알을 이긴다. 머리가 꼬리를 이긴다. 생물이 환경을 이긴다. 전략이 전술을 이긴다. 방향성이 있다. 진보가 보수를 이긴다. 보수를 달고 가면서 이겨야 한다. 보수에 지는 진보는 실패고 보수를 떼놓고 혼자 가는 진보는 허무다.


    자연선택설 – 결과를 알 수 없다. 엔트로피의 법칙과 어긋난다.
    주체선택설 – 결과를 알 수 있다. 엔트로피를 따른다.


    자연선택설은 대상이 주체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거꾸로 되었다. 과녁이 총알을 선택하고, 꼬리가 머리를 선택하고, 환경이 생물을 선택하고, 전술이 전략을 선택하고, 보수가 진보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결과가 원인을 선택하므로 엔트로피와 맞지 않다. 무질서가 질서를 선택할 수 없다. 질서가 무질서를 선택하므로 무질서도 곧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다.


    엔트로피와 어긋나는 점에서 뻔히 보이는 자연선택설의 모순을 뭉개고 있는 현실은 학계가 얼마나 수준 이하인지 알게 하는 것이다. 과학은 엄격해야 한다. 주먹구구는 곤란하다. 예측할 수 없으면 과학이 아니다. 


    로켓의 2단은 1단보다 약하고, 3단은 2단보다 약하다는 사실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예측이 가능하다. 인체를 봐도 종아리는 허벅지보다 가늘고, 허벅지는 몸통보다 가늘다. 손목은 팔뚝보다 가늘고, 팔뚝은 어깨보다 가늘다. 만화에는 종아리가 팔뚝보다 굵은 양영순의 덴마가 있지만 그러니까 만화지.


    사건에는 방향성이 있고, 에너지에는 엔트로피가 있고, 변화에는 마이너스 원리가 있다. 사건의 다음 단계는 이전단계의 잉여에너지에 의해 작동하므로 무조건 작아진다. 그러므로 예측이 가능한 것이며 예측해야 과학이다.


    자연은 전략이 있다. 상대를 고르는 것은 전략이고, 싸워서 이기는 것은 전술이다. 바다와 육지와 호수와 천해와 공중과 땅속과 정글과 사바나와 사막과 툰드라와 동굴이 있다. 이들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거기에 맞게 이빨과 발톱과 근력과 털과 꼬리가 맞춰지는 것이다. 첫째, 환경을 선택하고, 둘째, 환경과 싸울 무기를 선택하면, 셋째, 적응단계의 선택지는 극도로 좁아진다. 


    1단계 - 환경을 선택한다. 전장을 선택한다.

    2단계 - 환경과 싸울 무기를 선택한다. 전술을 선택한다.

    3단계 - 환경에 적응한다. 싸워서 이긴다.


    진화는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비슷해져 버리는게 수렴진화와 생태적 지위다. 자신의 신분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있다. 진화는 환경을 장악하는 정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인간이 원숭이로 되돌아가는 진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조절장치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잠금이 해제되면 원상복구는 불가능이다. 그게 진화의 원리다. 진격의 거인을 예로 들 수 있다. 바깥쪽 성벽이 함락되면 조절장치 하나가 깨진 것이다. 그 안쪽 성벽에서 해결해야 한다. 다른 조절장치가 작동된다. 그러므로 황소의 뿔과 사자의 발톱과 고래의 수영능력과 황새의 날개를 모두 가진 그런 만능동물은 절대로 없다.


    진화는 망실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잃는다. 선택할 때마다 범위가 좁아져서 점차 궁지로 몰린다. 두더지는 솔개의 발톱을 피할 수 있지만 대신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대낮에 땅속에서 기어나올 수 없다.


    전략은 전장을 선택한다. 두더지는 지하를 선택했다. 황새는 공중을 선택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잃었다. 인간은 두루 선택했다. 뿔과 날개와 발톱과 털을 두루 잃었다. 선택할 때마다 잃는다. 어차피 잃을게 뻔하므로 교환가치를 극대화 해야 한다. 결혼하면 자유를 잃는다. 이혼할 때까지는 오토바이를 살 수 없다.


    진화를 바탕으로 진보를 이해하는 핵심은 기관차가 객차를 달고 간다는 점이다. 종은 환경을 달고 간다. 단 이겨야 한다. 진보가 기관차면 보수는 객차다. 객차가 이기면 가지 못한다. 객차를 떼놓고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보수를 떼고 가는 정의당식 진보는 의미가 없고, 보수에 지는 민주당식 진보는 실패한다. 보수를 달고 가면서 이겨야 한다. 노무현의 열린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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