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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114 vote 0 2002.11.30 (14:21:22)

'도시의 공기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르조아는 성 안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자유로운 도시민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본질은 자유입니다. 자유는 권리와 의무를 수반하며 그 개인의 권리와 의무가 확대된 것이 곧 국가입니다. 즉 도시가 국가를 만든 거죠.

그런데 프로레타리아도 원래는 도시의 자유민을 의미합니다. 프로레타리아는 '자식을 불려서 국가에 기여하는 사람'이란 뜻인데 세금 낼 돈도 없으면 자식이라도 많이 나아서 국가에 기여하라는 뜻으로 생겨난 말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부르조아는 근대도시이고 프로레타리아트는 고대도시민이라는 정도이죠. 부르조아냐 프로레타리아냐를 떠나서 국가의 형성이 도시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래는 하나의 도시가 곧 하나의 국가였죠. 고대 도시국가 말입니다. 이 도시들의 연맹체가 확대되어 국가가 된 것입니다. 서구에서는 대개 이런 식으로 국가가 만들어지죠. 우리나라도 가야연맹에서 보듯이 원래는 도시연맹으로 출발합니다.

다만 북방 기마민족은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원래부터 부족연맹으로 출발합니다. 여기서 기마민족의 부족연맹은 도시연맹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도시연맹이 주로 강을 따라서 일정한 토지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기마민족의 부족연맹은 토지연고의식이 박약하고 대신 혈통의식이 더 강합니다. 즉 기마민족의 국가개념은 혈연공동체적 성격이 더 강한 거죠. 이는 기마민족이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입니다.

여기서 두가지 봉건원리가 탄생하는데, 서구의 봉건사상은 게르만족의 종사제도가 반영되었기 때문에 기마민족의 혈통의식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게르만이라는 말도 어원을 따져보면 혈통(종족)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대신 남쪽 라틴지역은 상대적으로 도시의 의미가 강합니다.

즉 봉건제도는 단순히 보면 도시연맹인데 북방으로 갈수록 거기에 혈통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봉건제도는 혈통연맹+도시연맹으로 볼 수 있죠. 여기서 봉건의 의미는 국가의 자연발생적 형성과정을 의미합니다.

원래 사회주의적인 발상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도시공동체의 발상이고 하나는 혈연공동체의 발상입니다. 도시공동체는 주로 전쟁에서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공동행동을 강조하다 보니 사회주의적인 개념이 확대된 것이고, 또 하나는 기마민족의 혈연의식이 끼어들어서 사회는 하나의 커다란 가족이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카이사르가 로마시민권을 남발해서 게르만들이 원로원의원 명함을 차고 로마거리를 서성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여기서 최초로 도시공동체와 혈연공동체의 문화충돌이 일어납니다. 아우구스투스의 독재는 이러한 문화충돌에서 로마를 지키기 위한 편법으로 볼 수 있는데 본질은 도시공동체인 로마가 게르만의 혈연공동체적 성격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것입니다.

요즘말로 하면 일종의 민족주의 비슷한 것이 되겠는데 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원래 도시공동체의 작동원리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굉장한 사건이 됩니다. 이후 혼돈은 계속되는데 혈연공동체적 성격이 근대사회에서는 보통 파쇼적인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논의의 본질은 중앙이냐 지방이냐 이런 단순한 2분법이 아니라 공동체의 본질이 무엇이냐입니다. 도시공동체는 주로 쌍무적인 계약에 의해 성립하고 혈연공동체는 지배자의 희생과 정서적인 연대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사회가 발달한다는 것은 양자가 서로 충돌하고 조화하며 적절한 황금비례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근대화과정에서 파쇼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공산주의냐 자본주의냐를 막론하고 예외가 없는데, 예컨데 최근의 우리나라의 반미주의 붐도 일종의 파쇼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쇼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될 것이 아니라 혈연공동체의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말하자면 민족주의죠. 사회의 발전은 도시공동체적 성격과 혈연공동체적 성격의 적절한 균형에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을 극단적으로 강조해서는 안됩니다.

최근 남미의 사회주의붐은 혈연공동체적 성격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좌파냐 우파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공동체의 근간을 이루는 어떤 물적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도시공동체적인 성격보다는 혈연공동체의 성격에서 얻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도시공동체의 작동원리 중 하나인 자본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남미의 사회발전단계가 필연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이냐 지방이냐는 본질을 벗어난 논의입니다. 본질은 공동체의 발전 모델인데 대개 벌어지는 정치 현상은 도시공동체적 성격과 혈연공동체적 성격의 문화충돌에 의한 것이며 여기에서 정답은 적절한 조화와 균형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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