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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305 vote 0 2015.09.21 (00:03:47)

     

    구조론은 간단하다


    다섯이 있다. 원리는 무조건 하나다. 일원론이다. 결말은 무조건 다섯이다. 손가락은 반드시 다섯이어야 한다. 로봇이 네 손가락이라면 달걀을 쥘 수 없고 미꾸라지를 잡을 수 없다. 혹은 잡는다 해도 가만이 정지해 있는 달걀을 잡는 정도다. 굴러가는 달걀은 네 손가락으로 잡지 못한다.


    움직이는 것을 멈추어야 하므로 하나, 멈추면 반작용에 의해 반대로 움직이므로 반대편을 막아서 둘, 앞뒤를 모두 막으면 옆으로 새므로 옆을 막아서 셋. 상대가 움직이면 제압하기 위해 축을 장악해야 하므로 넷, 이때 두 손가락으로 시소의 축을 만들고 나머지 두 손가락으로 시소의 날개가 되어야 하므로 넷이어야 한다.


    마지막 다섯 째는 넷일 때 대칭이 되는데 대칭은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반드시 비대칭이라야 한다. 물건을 운반할 때 완전히 균형이 되면 물건이 흔들린다. 진행방향으로 살짝 기울여야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섯이 되어야 한다. 긴 막대기를 들고 가는데 딱 가운데를 들면 앞뒤로 흔들린다.


    자동차는 무게중심이 약간 앞이나 뒤로 쏠려있어야 한다. 앞이면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고 뒷면 뒷자석 승차감이 좋다. 딱 가운데면 저절로 저울모양이 되므로 외부에서 살짝 건드려도 크게 휘청거린다.


    어떤 것이든 최종적으로는 반드시 다섯이어야 한다. 반대로 최초 시작할 때는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 남녀든, 여야든, 좌우든, 음양이든, 뭐든 둘이 대칭되어 있으면 일의 시작단계가 아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에너지의 입구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입구가 하나라야 내부에 질서가 생긴다.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한 개면 준비단계, 둘이면 본격적인 전투태세다. 하나면 질, 둘이면 입자인데 보통 사건은 입자 단계에서 일어난다. 사실은 질의 단계에서 촉발되지만 질은 감추어지므로 입자 단계에서 피가 튀는 열전이 되는 것이다. 셋이면 힘의 단계다.


    힘을 쓰려면 무조건 셋이 있어야 한다. 씨름선수가 힘을 쓰려면 먼저 두 발로 땅을 튼튼히 버티고 두 팔로 상대를 튼튼히 잡고 다음 허리를 움직여 힘을 쓴다. 둘이면 아직 힘을 쓸 수 없다. 남녀가 둘이면 아직 힘을 쓸 수 없다. 아기가 태어나서 셋이면 부인이 아기를 업고 남편을 다그칠 수 있고 남편도 아기를 돌보며 점수 딸 수 있다. 셋이 아니면 어떤 수를 쓰든 도루묵이 된다.


    마찬가지로 어떤 진행은 반드시 넷이어야 한다. 자식도 둘이 있어야 애들 둘이 놀게 하고 어른은 나들이를 갈 수 있다. 셋이면 모두가 힘을 쓸 수 있어서 제한된다. 아기는 아기대로 엄마편 혹은 아빠편에 붙어 제압하려 한다. 모두가 모두를 제압할 수 있어서 답이 안 나온다. 넷이라야 일이 술술 풀리게 된다.


    어떤 결말은 반드시 다섯이어야 한다. 넷은 대칭이므로 쪼개져서 봉합이 안 된다. 최후에는 비대칭으로 종결한다. 지도자가 하나면 판을 짤 수 있고, 둘이면 친구가 되어 놀러갈 수 있고, 셋이면 가족이 힘을 합칠 수 있고, 넷이면 조를 짜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다섯이면 하나를 분가시키는 형태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반대로 넷이면 진행은 되는데 결말이 안 나고, 셋이면 서로가 서로를 제압해서 움직이지 못하니 솥발처럼 튼튼하게 버틸 뿐 나아갈 수 없고, 둘이면 위험에 처했을 때 짝을 지켜야 하므로 힘을 쓸 수 없다. 남녀 둘이 있는데 괴한이 나타났다면 도주할 수 밖에 없다. 하나이면 게임을 할 수 없다.


    하나로 주장을 뽑아 팀을 편성하고, 둘로 공격과 수비를 나누어 시합을 시작하고, 셋으로 골키퍼에 풀백 두명까지 수비하고, 넷으로 미드필더에 원톱과 좌우측면까지 공격하고, 다섯으로 수비에서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여 득점한다. 져주고 이기는 허허실실의 전략을 구사하려면 다섯이어야 한다.


    수비의 공격가담이 필요한 것이다. 전략은 일부러 허점을 보여 상대방의 공격루트를 만들고 다시 그 형태를 파괴하는 방법이므로 수비와 공격을 겸하느라 다섯이 될 수 밖에 없다. 공격 넷으로는 수비 셋을 이길 수 있어도 취할 수는 없다. 우세한 경기를 벌이고도 득점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 이러한 숫자의 비밀이 숨어 있다. 그러므로 숫자를 세어보고 지금 진행상태가 어느 선까지 와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전술상의 허점을 알 수 있다. 넷인데 이긴다고 주장하면 ‘아 이양반들 또 헛심 쓰는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선까지는 가는데 이기지 못한다.


    어떤 것이든 내부에 시소와 그 시소에 올라탄 두 사람과 그 시소의 축과 그 시소에 중력을 공급하는 지구까지 다섯이 포진해 있다. 포메이션에 맞게 포지션을 갖춘다. 그 중에 하나 혹은 둘이 빠져 있다면 그 조직은 실패한다. 혹은 여섯이면 뭔가 중복되어 있다. 효율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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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를 공급하는 라인은 적을수록 좋고 결실을 수확하는 라인은 많을수록 좋다. 서울시에 소속된 청소노동자가 식당주인과 별도로 계약해서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쓰레기를 가져가는 일이 있다. 돈을 양쪽으로 버는 것이다. 에너지 입구가 둘이다. 망하는 조직이다. 


    야구선수가 연봉 외에 별도로 토토를 해서 돈을 벌고 있다면 에너지 입구가 둘이다. 역시 망하는 조직이다. 입구는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처럼 이원론으로 가면 반드시 이런 현상이 생긴다. 


    약자는 별도로 자신의 살길을 마련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인 퇴행행동으로 나타난다. 북한의 뻘짓이나 IS의 소란이나 일베충의 증오범죄 역시 그러한 퇴행행동이다. 사회에서의 도덕적 명성이 아니라 별도로 온라인에서의 명성을 추구하는 즉 은밀한 지하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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