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174 vote 0 2015.08.27 (18:20:32)

14.jpg

 


   
    간단한 언어는 ‘A가 B다.’ 의 구조로 되어 있다. 나라마다 문법이 다르나 본질은 같다. ‘=’로 나타낼 수 있다. ‘사과는 맛있다.’ ‘배가 고프다.’로 말해진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기분을 털어놓는 수다쟁이 언어다.


    이런 말은 옆에서 누가 대꾸해줘야 한다. ‘배가 고프다.’고 말하면 ‘점심 뭐 먹었니?’하고 물어줘야 한다. 미완성의 불완전한 언어다. 그러나 언어는 본래 이렇게 시작한다. 어쨌든 언어는 명사와 동사 혹은 주어와 술어가 대칭을 이룬다.


    하나의 대칭이 하나의 ‘=’를 성립시킨다. 말할줄 아는척 하는 사람은 조건문을 쓴다. 비교판단이 가능하게 한다. ‘= =’로 나타낼 수 있다. ‘옆집 애는 백점인데, 너는 왜 0점이니?’ 하는 식이다. 옆집 애의 백점과 너의 0점을 대칭시켜 보인다.


    정치인이나 평론가의 언어가 이런 식이다. 이런 식으로 비교판단하게 하면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매몰차다. 따지기만 잘 하고 답을 내지는 못한다. 반드시 반박당한다. 모든 비교판단은 상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저항감 느낀다.


    이 방법으로 토씨만 바꾸어서 되치기 들어온다. 깨달음은 아니다. 깨달음은 느낌으로 아는 것이다. 완전성의 느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두 개의 이퀄이 큰 하나의 이퀄에 담겨진 것이다. 이쪽이 옳다거나 저쪽이 옳다며 선택하면 곤란하다.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경기장에 관객이 몇이나 모이냐에 주목해야 한다. 둘을 하나로 묶어내는 경기장이 두 팀의 대칭으로 일어난 불안을 해소한다. 논리적인 문장은 ‘= =’의 형태이나 대칭을 이룬 두 이퀄이 분리되어 불안한 느낌을 준다.


    둘을 통합하는 이퀄이 추가되어야 한다. ‘산이 높으면 강은 깊다.’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하나의 비가 산을 깎아 강을 이루니 둘을 연결한다. 옛시조의 종장은 초장과 중장이 일으킨 불안한 대칭을 통일하여 해소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언어에 계급이 있다. 맞는 소리를 하는지 허튼소리를 늘어놓는지는 순간에 판단된다. 언어 안에 대칭이 있다. 전제 없이 진술을 휘두르는 초짜는 몽둥이로 두들겨 내쫓아야 한다. 조건을 제시하고 진술로 대칭시키는 자는 글자 배운 자다.


    그러나 언어를 무기로 남을 해칠줄 알 뿐 스스로 완성할 줄은 모른다. 언어 안에 칼 같은 긴장이 있다. 긴장을 일으키는데 능할 뿐 연주할 줄은 모른다. 내 안에 언어가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세상을 향해 발언할 자격을 얻는다. 발언권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5.08.27 (19:54:02)

많이 느끼는 글입니다.

두고 계속 읽고싶고, 많이 이야기해오셨던 내용이다 싶지만 더 깊게도 듣고 싶습니다.

[레벨:10]다원이

2015.08.27 (22:13:23)

깊이 새깁니다.
[레벨:7]새벽이슬2

2015.08.29 (21:56:16)

1인칭 주체적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거와 같은 건가요?

[레벨:3]파워구조

2015.09.11 (14:12:00)

조건(큰 전제)에 이어지는 작은 진술들의 대칭.
고급 언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_ _)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3614 모름지기 깨달을 일이다 image 2 김동렬 2015-08-27 5468
» 깨달음은 언어다. image 4 김동렬 2015-08-27 5174
3612 세상은 복제다 2 김동렬 2015-08-28 4885
3611 다시 세상은 복제다. image 1 김동렬 2015-08-30 5191
3610 구조론의 차원 image 김동렬 2015-09-01 4875
3609 자연은 다섯 대칭으로 이루어졌다. image 김동렬 2015-09-03 5598
3608 구조론의 최종결론 image 1 김동렬 2015-09-04 5129
3607 우주의 기원 image 김동렬 2015-09-06 5002
3606 전우치가 실패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5-09-08 6051
3605 고쳐 쓴 우주의 기원 image 김동렬 2015-09-08 5458
3604 예수의 언어 image 22 김동렬 2015-09-09 8171
3603 예수는 좋은 사람이다 image 33 김동렬 2015-09-14 6542
3602 깨달음은 말할줄 아는 것이다. image 2 김동렬 2015-09-16 5629
3601 깨달음은 언어감각이다 image 1 김동렬 2015-09-16 5575
3600 깨달음은 엔지니어의 관점이다. image 3 김동렬 2015-09-17 5935
3599 판을 키우는게 깨달음이다 image 김동렬 2015-09-18 5650
3598 세상의 단위는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5-09-19 4967
3597 고쳐쓴 세상의 단위는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5-09-20 4792
3596 구조론은 간단하다 image 김동렬 2015-09-21 5305
3595 구조론의 다섯 포지션 image 김동렬 2015-09-21 5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