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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752 vote 0 2015.07.03 (21:35:53)

    

    도덕경이란 무엇인가?


    ◎ 공자의 수직적 문제해결 .. ‘A는 B다.’ ‘2=1+1이다.’ 고정된 사물을 분해할 수 있다. 적을 상대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노자의 수평적 세력확장 .. ‘A는 비非A가 아니다.’ ‘1:2=2:4다.’ 움직이는 것을 복제할 수 있다. 타자와 한 편이 될 수 있다. 일을 얻을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나의 힘으로 적을 타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편의 세력을 늘리는 것이다. 전자는 공자의 방법이고 후자는 노자의 방법이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전자는 입자고 후자는 질이다.


    질이 입자에 앞선다. 이렇게 말하면 노자가 공자보다 윗길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전에 존재론적 접근이냐 인식론적 접근이냐다. 공자가 존재론이라면 노자는 인식론이다. 질에서 입자로 가는 것이 존재론이다.


    공자는 이미 질을 해결했기 때문에 입자로 나아간다. 노자는 아직 질을 해결하지 못했으므로 질로 나아간다. 노자는 배우는 학생이고 공자는 행하는 어른이다. 공자가 더 어른스럽다. 배우는 것은 개인의 영역이고 행하는 것은 세력의 영역이다.


    서 있는 위치를 봐야 한다. 공자는 질에 서서 입자를 보고, 노자는 입자에 서서 질을 본다. 공자가 노자보다 윗길이다. 노자는 개인플레이를 하고 공자는 팀플레이를 한다. 팀이 개인에 앞선다. 공자가 노자에 앞선다. 


    노자의 앎이 지식이라면 공자의 앎은 미학이다. 지식은 도구다. 미학은 시스템이다. 노자가 컴퓨터라면 공자는 인터넷이다. 노자가 야구선수라면 공자는 야구팀이다. 노자가 관심을 갖는 개인의 문제는 사실 찌질한 것이다.


    텍스트를 낱낱이 뜯어놓고 보면 노자가 오히려 미학이고 공자가 도구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맥락으로 봐야 한다. 노자의 여러 견해들은 공자가 먼저 저질러 놓은 것을 뒤에 와서 수습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노자는 공자의 결함을 보완하고 있다. 카피본이 원본보다 뛰어나도 쳐주지 않는다. 신경숙의 표현이 미시마 유키오보다 더 뛰어나도 그건 안 쳐주는 것이다. 청출어람이라 했으니 노자가 공자보다 나은 점이 있다해도 그건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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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적인 지식은 도구와 같아 대상을 해체한다. 드라이버나 망치를 떠올려도 좋다. 동적인 지식은 스스로를 복제한다. 인간의 언어와 같고 생물과도 같다. 지식을 인간이 지배하는 도구로 볼 것인지 인간 그 자신의 발전으로 볼 것인지다.


    서양의 지식은 당연히 도구다. 그러나 동양의 학문개념은 다르다. 학문=미학이다. 자연의 본성을 성性이라 하고, 그것을 내면화 하는 것을 도道라고 하고, 이를 사회화 하는 것을 교敎라고 한다. 동양의 지식은 도구가 아니라 내면화다.


    주자의 성리학이라고 하면 자연의 본성을 연구하는 것이다. 유교에서 학문은 자연의 진리를 인간에게로 가져와 내면화 하는 것이다. 관점이 다르다. 도교는 약간 다른데 진리를 도라고 하고, 진리의 내면화는 덕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진리를 법이라고 하고 내면화를 깨달음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서양과는 지식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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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경은 세 개의 텍스트가 전하는데 곽점본, 백서본, 왕필본이다. 곽점본이 원본에 가깝다고 생각되고, 백서본은 덕경과 도경을 합쳐서 덕도경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본문을 상당히 추가하였다고 한다. 왕필본은 후대에 매끄럽게 해석된 것으로 우리가 아는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각자 검색해 보도록 하자. ^^;


    (18) 大道廢,有仁義.慧智出,有大僞.六親不和,有孝慈.國家昏亂,有忠臣. 큰 도가 없어지니 인仁이니 의義니 하는 것이 생기고, 지혜라는 것이 나타나니 큰 거짓이 있게 되었다. 모든 친척이 불화하니 효도와 사랑을 말하게 되었고, 국가가 혼란하니 충성스런 신하가 있게 되었다.


    이건 누가 봐도 공자의 유가를 까는 글이며, 전국시대의 혼란상을 반영하고 있다. 노자가 공자보다 먼저 나온 사람이라면 공자의 왕도정치와 같은 이상주의에 공감하고 동조했을 것이다. 이건 공자이후 유가의 실패에 따른 지식인의 환멸을 반영하고 있다. 도교의 관점에서 볼 때, 공자 이해 유교가 천하를 안정시킨 것이 아니라 도리어 더 혼란하게 만든 것이다.


    회의주의, 냉소주의 이런건 원래 나중에 나오는 것이다. 삼국지 끄트머리에 현실도피적인 죽림칠현이 등장하는 것과 같다. 진의 사마염은 궁녀 1만 명을 모아 하렘을 만들었고, 석숭과 왕개는 부를 과시하여 개판을 쳤으며, 오랑캐는 함부로 국경을 범하였고 지식인은 산야로 숨어들었다. 시스템이 완전히 망한 거다.


    도덕경은 한 사람이 쓴 글이 아니다. 최소 세 사람 이상이 손을 댄 것이며, 열 명이 넘을 수도 있다. 문제는 각 장의 첫 구절이 미학적으로 완벽한 데 비해 뒤로 갈수록 해설이 붙어 추해졌다는 거다. 군더더기가 들어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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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 텍스트의 기본은 패턴반복에 따른 대칭구조다. 대칭을 이해하는게 중요하다. 그런데 같은 장 안에서 뒤로 가면서 그 대칭이 깨진다. 누군가 원문에 주석을 달았는데 그게 다수 본문에 흡수되었다. 앞뒤의 문체가 다르다는 말이다.


    (56)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 閉其門,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그 구멍을 막고 그 문을 닫는다.


    여기까지가 완벽하다. 이 아래는 군더더기다. 쳐내야 한다.


    挫其銳, 解其分,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 이렇게 하면 날카로움은 무디게 되고 분별심은 해소되고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과 함께 섞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현묘함과 하나가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가까이 할것도 없고 멀리 할 것도 없으며 이익 되게 할 수도 없고 해가 될 것도 없으며 존귀하게 될 수도 없고 비천하게 될 수도 없다. 이렇게 하므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장의 앞부분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는 구조론을 배운 사람의 솜씨다. 그런데 뒷부분을 보자. 문장이 점점 조잡해진다. 이걸 글이라고 썼냐? 궁디 까고 500방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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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상당은 필자의 짐작이다. 그러나 도덕경을 읽으면 누구나 알게 되는 것은 똑같은 내용이 쓸데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 있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빛나는 부분과, 열등감에 찌든 속내를 들키는 치기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노자와 그 무리들이 어느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포지션만 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텍스트 붙잡고 씨름하는 자는 미련한 자다. 자구 한 자를 놓고 이 해석이 맞느니 저 해석이 맞느니 하고 열 올리는 자들은 대개 노자의 글이 아닌 잘못된 후대에 가필한 문장을 붙들고 씨름한다. 노자 텍스트는 각 장의 첫 줄만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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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도를 도라 부르면, 이미 그 도가 아니다. 이름 부를 수 있으나, 언제나 그 이름은 아니다. 이름이 없을 때 천지가 있었고, 이름이 생기자 만물이 태어났다.


    유교개념으로 보면 성 다음에 도다. 도가 첫째는 아니다. 도는 길이고, 길은 가는 것이고, 가면 동사다. 동사는 명사에 딸리므로, 하부구조다. 그런데 노자는 상부구조를 가리킨다. 그래서 도를 도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 언어는 동사가 먼저다. 문장은 주어 다음에 동사지만 사실은 동사를 세워서 주어를 찾는 것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짝수가 먼저다. 동이 먼저고 정이 나중이다. 에너지가 먼저고 입자가 나중이다. 그러므로 도 위에 상부구조의 도가 있다.


    이름은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 이전은 에너지다. 에너지로 인하여 우주가 태어났고 의사결정에 의하여 세상이 채워졌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아래는 똥이다.


    故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徼。此兩者,同出而異名,同謂之玄。玄之又玄,衆妙之門。그렇기에 언제나 없음으로 그 근원을 보고, 언제나 있음으로 그 드러남을 보라. 없음과 있음은 하나에서 나온 두가지 이름이라, 이를 현묘하다 한다. 현묘하고 현묘하니, 모든 오묘함의 문이 된다.


    이건 똥같은 소리라 해석할 것도 없다. 이거 해석하는 자는 지능이 떨어지는 자다. 굳이 말한다면 위의 구절이 문장이 어색해서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덧붙인 군더더기다. 사실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양심고백이다. 인간의 사유는 직관이므로 모형을 봐야 하는 것이며 언어에 의존하면 왜곡되고 만다. 



DSC01488.JPG

   

    도덕경은 여러 사람의 빛나는 직관적 아이디어를 수집해놓은 일종의 잠언집 같은 것입니다. 혹은 한 사람의 기본 아이디어에 여럿이 각자 의견을 덧붙여 복제해낸 것입니다. 모순도 많고 엉터리도 많으며 억지로 갖다붙인 조잡한 내용도 많습니다.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인간에게 인식되는 도는 자연에 존재하는 도가 아니다. 인간에게 관측되는 바 형태가 결정된 존재는 근원에서의 그것을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다. 자연의 결정되지 않은 원형에서 세상의 결정된 것이 복제되어 널리 이루어졌다. 故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徼。此兩者,同出而異名,同謂之玄。玄之又玄,衆妙之門。근데 써놓고 보니 나도 헷갈린다. 잘 생각해봐라. 하여간 졸라 신기하다. <- 이게 맞는 해석입니다. 


    너무 했나요? 뒷부분을 좀 더 예쁘게 해석해 줄까요? 형태가 없는 에너지가 근원이 되고 에너지의 의사결정에 의해 드러나는 형태를 얻는다. 에너지와 형태는 하나의 존재가 가지는 두 모습이라. 그 모든 것은 에너지 한 글자로 퉁칠 수 있다. 현묘=에너지다.


    하긴 노자가 뭘 알겠습니까?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 인간의 앎은 자연의 그대로를 복제할 뿐. 자연의 호흡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레벨:10]다원이

2015.07.03 (23:54:00)

도덕경 보면 두괄식으로 써놓고 이어 그걸 해설하는 듯한 문구가 나오나... 했더니, 그게 이렇게 된 것이군요. 잘 읽고 많이 배웁니다.
[레벨:8]상동

2015.07.04 (10:10:25)

서 있는 위치를 봐야 한다. 공자는 질에 서서 입자를 보고, 노자는 입자에 서서 질을 본다. 공자가 노자보다 윗길이다. 노자는 개인플레이를 하고 공자는 팀플레이를 한다. 팀이 개인에 앞선다. 공자가 노자에 앞선다. 


도덕경(언어)을 볼 것이 아니라 넘어가서 노자의 자리(현실)를 봐야하고

논어(언어)를 볼 것이 아니라 넘어가서 공자의 자리(현실)를 봐야 하는 것


그것이 언어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구조를 보는 자세

언어에 갇혀서 옳으네 틀렸네 하는 것이 다 헛짓거리..


그러나 구조론은?

구조론은 언어가 아닌 구조이므로


구조론적 결론(언어)을 넘어, 김동렬의 자리(현실)를 넘어,

구조의 원리(진리)까지 봐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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