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8120 vote 0 2003.04.29 (16:39:48)

안녕하세요? 시국이 참 아햏햏하게 돌아가니 군포개혁당에도 적극 발언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도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은 스탠스니 포지션이니 하는 것에 구애를 받습니다. 자유롭지가 않은 거죠. 어떤 글이든 결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있는거고 이건 순수하지 않은 겁니다. 글쟁이 치고 순수한 사람 한넘도 없어요.

저는 회사원 신분이라 밥그릇이 보장될 뿐 아니라, 천성이 사람 만나는걸 싫어해서 그래도 상대적으로 순수한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우리들의 순수를 파괴하는 불순한 모든 동기들이 결국은 사람 만나다가 생겨나거든요.

강준만처럼 시골 구석에 처박혀서 사람 안만나는 것이 제일입니다. 논객은 그래야 한다는 거죠. 아무에게나 형님 동생 하면서 사람 좋아하는 호인 치고, 순수한 사람 한넘도 없습니다. 저도 사람만나기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입니다. 천상 정치라고는 동호회 시삽도 못해먹을 위인이죠.

저의 입장은 강준만과 비슷합니다. 결국은 국민이 변해야 한다는 건데, 국민을 야단칠 수 있는 도덕성 있는 지도자를 한 사람 쯤은 길러내야 하는 거죠. 사실이지 저희가 글 좀 쓴다고 인터넷에서 백날 떠들어도 세상 달라지지 않습니다.

저희가 인터넷에 글나부랭이나 써서 이룰 수 있는 최대한은, 어디 구석에서 진짜 깨끗한 사람 하나 발굴해서, 그 사람 칭찬해주고, 용기 복돋워주고, 마음의 친구가 되어주고 격려 해주는 정도에요. 그래서 저희는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유시민 개인적으로는 싫어하지 않습니다. 김원웅에게 특별히 감정 가진 것도 아니에요. 유시민은 저와 고향도 같더군요. 고향 선배죠. 근데 저는 선배 후배 따지고 이런 거에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유시민 돼서 달라진거라고는 단지 게시판논객끼리 말싸움 할 때 내세울 수 있는 카드 하나가 사라진거 뿐입니다. 옛날엔 좌파들에게 구싸리 당할 땐 『유시민이 있잖아 짜샤!』하고 반격하면 좌파들이 『음메 기죽어!』 이렇게 되었는데 이젠 그런 수법을 써먹을 수가 없게 된거죠.

거꾸로 되었습니다. 이젠 좌파들이 『유시민 봐라 짜샤!』하고 공세를 펴면 저희가 『음메 기죽어』 요렇게 된거죠.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인생이 다 그렇고 정치가 다 그런건데 어쩌것슈.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는 제 2, 제 3의 유시민을 발굴하고 또 그 더럽다는 정계로 시집을 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역할인데 어쩌것슈.

개혁당이 민주당 신주류와 합작으로 신당을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저는 원론에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거죠. 다만 중앙의 분위기가 『지구당이 개혁당 발전의 장애물이다』 이렇게 되는데 대해서는 저도 사실 뭐가 옳은지 판단을 못하겠습니다.

뭐 정계개편 좋죠. 개혁당실험 없던 걸로 하고 전통있는 정치자영업자들과 신당 만들어서 이나라 정치도 잘되고 노무현도 잘되면 제가 원망할거 뭐 있습니까? 다만 그게 저랑은 상관없다는 거죠. 정치 잘되고 노무현 잘되어도 지들이 잘되는 거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저의 역할은 앞에서 말했듯이 『진짜 깨끗한 사람 하나 발굴해서, 그 사람 용기 복돋워주고 마음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인데 그걸 하기 위해서는 보금자리가 하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창당 초기부터 현실정치는 포기하고 정치실험에 의미를 둔 개미당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설사 실패한다 해도 정치실험은 중요합니다. 실험을 해야 보고 배울 성공사례가 나오고, 오류수정의 노하우가 축적되고, 시행착오를 방지할 데이터가 확보되는 겁니다. 그러므로 실패하더라도 실험은 계속해야 합니다.

개혁당의 운명은 유시민, 김원웅 마음먹기에 달렸지만, 군포개혁당이 유시민 콧김에 날아가버려서는 안됩니다. 유시민은 지 할일 하라 그러고, 우리는 유시민이 포기한 그 정치실험을 계속해야 합니다. 내일 모레 당사 간판이 없어져버릴지도 모르지만 붙어있는 그날까지는 말입니다.

슬픈거죠. 우리 개미들이 만원 이만원 모아서 어찌 해볼려고 하는데, 저쪽에서는 후원회 한번 열면 몇억원이 왕창 쏟아지고 이래가지고는 게임이 안됩니다.

작년에 의회 의원회관에서 모 정치인 후원회 행사장 차려진걸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습니다. 한복 입은 아가씨 도우미 수십명에 그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음식들하며, 줄이어선 화환들 하며, 참 정치판이라는데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싶더군요.

정치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결국 힘센 넘이 먹는 것이 정치판이에요. 돈이 힘이죠. 개혁당 1만 당원이 모아오는 코묻은 돈과, 유시민 김원웅이 후원회 열어서 재벌들에게 뜯어오는 돈이 비교가 되겠습니까? 돈 없으면 힘 없고, 힘 없으면 발언권도 없는 거에요. 우리는 뭣도 아닌 존재라 이거죠.

제 생각이 틀렸을까요? 네! 틀렸습니다. 틀렸더라도 해야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잘하는걸 하는 거에요. 우리가 잘하는 것이 이것 뿐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걸 해야 합니다.

유시민? 시집 보낸 겁니다. 이제 유시민은 죽어도 저집귀신이지 이집귀신 아닙니다. 우리는 또 제 2, 제 3의 유시민을 발굴하고 키우고 정계로 시집보낼 겁니다. 거듭 배신당할 겁니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는 것이 있으니까 해볼만은 합니다.

지난번에 노사모가 해체되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저는 반대했지만 원론에서는 해체되는게 맞습니다. 정권잡고 어용단체 되었는데 있어봤자 홍위병이라고 욕밖에 더 먹겠습니까? 그 말에 저는 반론할 말을 못찾아내겠더군요. 그래도 저는 해체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왜?

저는 거기서 어떤 생명력을 보고 싶었던 겁니다. 노사모의 유지가 옳은지 옳지않은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하나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 씨앗이 인터넷이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했다면 적어도 어떤 외부의 논리에 따라 쉽게 없어져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개혁당이 민주당 신주류와 합당하는게 맞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해도 그 자생력은? 그 뿌리박힌 개미당의 생명력은? 합당이 옳다고 해서 우루루 몰려가서 합당해버리고 빈 사무실만 덜렁 남고 이런 식으로 뭐가 되겠냐구요.

옳건 그르건 하나의 논리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인간은 남아야 합니다. 정은 남아야 하고 믿음은 남아야 하고, 꿈은 남아야 합니다. 윤똑똑이들은 다가고 순진한 바보들은 끝까지 남아서 빈 인터넷 게시판이라도 지켜야 합니다. 정은 남고, 추억은 남고, 의리는 남아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글쟁이는 어떤 단체나 정당에 가입하면 손해입니다. 그 단체가 잘못해도 내가 욕을 대신 덮어쓰거든요. 그래서 저는 노사모에도 가입 안했습니다. 개혁당? 저는 정치실험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개혁당은 열매를 수확하는 곳이 아니라 씨를 뿌리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 결실은 30년 후에 다른 사람이 가져가겠지만 그래도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면 말입니다.

..서프 굶어죽을 판이래유. 냅둬유. 지들이 알아서 하것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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