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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96 vote 0 2021.11.12 (10:29:31)

    인류가 1만 년 동안 주구장창 떠들어서 얻은 결론은 둘이다. 서구의 자유와 동양의 의리가 그것이다. 그런데 자유는 근래에 나쁜 의도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그동안 인류는 억압받는 존재였고 자유를 맛본 것은 이차대전 이후 백 년도 안 된다.


    프랑스의 68혁명을 자유의 시발점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한국은 학생인권조례가 아직도 통과되지 않은 지역이 있다. 남을 노예로 부리는 자는 자신을 노예취급 하는 것이다. 그런 인간 이하의 것들이 사는 지역은 멀리하는게 맞다. 개고기를 먹는 자나 여성을 차별하는 종교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공공연한 폭력이며 폭력에는 물리력으로 맞서야 한다.


    "설사 단 한 사람을 제외한 전 인류가 같은 의견을 갖고 있고 단 한 사람이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류에게 그 단 한 사람을 무턱대고 침묵시킬 정당한 권리가 없는 것은,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무턱대고 침묵케 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밀의 자유론]


    자유는 억압에 대한 수동적인 개념이다. 뭘 어쩌겠다는게 아니고 일단 마이크를 넘겨달라는 거다. 산업화 시대에 생산력이 증대하면서 부르주아 계급의 입지가 커진 것이 자유주의가 등장한 배경이다. 그들이 마이크를 잡은게 자유다. 자유는 생산력의 증대를 사회의 질서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요즘은 정치에 오염되어 강자의 폭력을 자유라고 말하는 세상이 되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게 자유인데 남을 해치면서 그것을 자유라고 주장한다. 자유는 오염된 단어이고 나는 매력을 말하겠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연결이다. 


    시장을 연결시키는 것은 이윤이고, 사회를 연결시키는 것은 권력이고, 자연을 연결시키는 것은 기세이고, 물질을 연결시키는 것은 관성이고, 동료를 연결시키는 것은 의리이고, 개인을 연결시키는 것은 매력이다. 자유는 그러한 연결의 가능성이다. 자유는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는 모호한 상태다.


    생산력의 증대로 새로운 연결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자유가 좋은게 아니고 자유를 요구하게 하는 생산력 증대가 좋은 것이다. IT 초창기에는 규제가 없었다. 비트코인이 등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남을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베가 등장하면서 역전되었다. 규제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국처럼 땅이 넓으면 집집마다 총기를 보유해도 남을 해칠 일이 없다. 자유는 생산력 증대에 비례하며 생산력 증대로 기존질서가 무너지고 새 질서가 요구되는 그 때가 좋은 것이다. 그 시기가 지나면 역전된다. 지구가 무한히 넓어지지 않는 한.


    농노제가 무너진 것은 페스트 때문이다. 사람이 귀해져서 사람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근래에는 생산력의 증대로 개인의 매력이 증대했다. 개인의 가치가 커진 것이다. 개인이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힘을 가지는 세상이다. 


    매력 없는 자유는 의미가 없다. 자유의 증대는 매력의 증대에 비례해야 한다. 유튜브를 하든 페북질을 하든 매력을 가진 자가 자유를 누린다. 기껏 올려놨는데 조회수가 0이면 자유고 나발이고 의미가 없다.


    소승적인 태도는 좋지 않다. 성찰이니 진정성이니 하다가 개인숭배로 치닫게 된다. 진정성은 좋은 것인데 그것을 남들 앞에 증명하려고 하므로 난리가 난다. 진정성은 증명할 수 없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고 분위기에 휘둘리는 존재다. 진정성은 개인에게서 나와야 하는데 남이 보니까 쇼를 한다. 


    달마는 동굴에서 9년을 버텨서 진정성을 인정받았고, 혜가는 팔을 잘라서 진정성을 인정받았고, 노무현은 죽어서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타인의 주목을 받는 즉 진정성은 사라진다. 타인을 주목하는 행동 자체가 고약하다. 한겨레가 노무현에게 진정성을 요구한 것은 죽으라는 압박이다. 그들은 살인자들이다.


    제환공의 요리사 역아는 자기 자식을 삶아서 바쳤고, 수초는 자기 성기를 잘랐다. 인간은 자해하는 방법으로만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다. 그 진정성은 당연히 가짜다. 진정성이라는게 사람 잡는 말이다. 인간은 환경 속의 존재다. 


    개인을 쥐어짜서는 답이 없다. 1만 번 반복하면 된다면서 노력을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스펙을 요구하거나, 이지메를 하여 개인을 궁지로 몰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간격을 조정해야 한다.


    개인은 매력을 가질 수 있을 뿐이며, 집단은 생산력을 증대할 수 있을 뿐이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간격을 조정하는 것 뿐이며, 자유는 생산력의 증대를 반영하여 간격을 벌리는 것이고, 의리는 특정한 목표 앞에서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새로운 임무를 찾을 때는 자유로 간격을 벌려야 하고, 싸움에 임해서는 의리로 간격을 좁혀야 한다. 간격을 조절할 줄 아는 자가 이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이금재.

2021.11.14 (00:37:57)

밀의 자유론 번역문이 수식어가 많아 이해가 어렵습니다. 


If all mankind minus one, were of one opinion, and only one person were of the contrary opinion, mankind would be no more justified in silencing that one person, than he, if he had the power, would be justified in silencing mankind.(원문)


"인류가 한 의견이고 한 사람만 반대 입장일 때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데, 그러면 그 한 사람이 권력을 가졌을 때 그가 인류를 침묵시키는 것도 정당하기 때문이다."(내 번역)


이게 더 쉽습니다. 물론 순환논증의 오류죠. 결과론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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