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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로디드』는 예상대로 재미가 없었다. (매트릭스 광팬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판에 박힌 액션은 디스코텍에서 춤추는 군중을 연상시킨다. 쏟아지는 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매트릭스신당공세는 제 2탄 국민의힘 리로디드로  계승되고 있다. 박상천일당은 제 3탄 서프라이즈 레볼루션의 개봉때까지 살아남을 것인가? 개봉박두!

워쇼스키 형제를 탓할 필요는 없다. 내용을 훤히 알고 보는 나 같은 불량관객이 문제다. 삐딱한건 아는게 너무 많은 평론가들이고 확실히 돈들인 때깔이 나는 매트릭스의 그림은 관객들이 열광할만도 했다.

필자가 논하려는건 작품성이 아니라 영화적인 성공의 측면이다. 매트릭스 리로디드는은 과연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헐리우드의 속설을 깨뜨리는데 성공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비록 나는 보다가 잤지만 그런대로 그림은 볼만했다.

중요한건 스타일이다. 영화의 성공은 마땅히 스타일에 있어서의 성공이어야 한다. 스타일의 성공여부는 아류작과 속편의 성공으로 확인이 된다. 이는 역으로 아류작과 속편이 뜨지 않으면 스타일에서 실패한 영화라는 말이 된다.

왜 로마군이 강한가?
예컨대 김어준 없는 딴지일보는 상상할 수 없다. 이래서는 스타일에 있어서의 성공이 아니다. 김어준이 없어도 딴지일보가 잘 돌아갈 수 있어야 진짜다. 서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선의 타이밍이 좋았다든가 혹은 필진 한두명의 개인기에 의존한다든가 해서는 성공이 아니다.

SBS가 개그콘서트의 출연진 다수를 빼갔지만 개콘은 죽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스타일의 힘이다. 스타일은 모방작과 속편을 남긴다. 주력이 빠져나가도 개콘은 후배들의 모방에 의해 코미디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런 군대가 필요하다.

왜 로마군단이 강한가? 한니발 없는 카르타고는 상상할 수 없지만, 스키피오 없어도 로마군은 유지가 된다. 시스템이 탄탄하므로 대장이 전사해도 부장이 이어받아 지휘함에 문제가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서프의 미래 또한 이같아야 한다.

속편들의 성공은 홍콩영화 따라배우기 덕분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은 실제로 많은 속편들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80년대에 나온 『이장호의 외인구단』 속편은 너무나 재미가 없어서 하품하다가 턱이 빠질뻔 했다. 전편이 이현세의 탄탄한 원작에 의존하고 있는데 반해 속편은 원작없이 엉터리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한게 가히 속편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미녀삼총사 속편에 이어 터미네이터 3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반지의 제왕이라든가 해리포터시리즈 등 줄줄이 속편이 대기하고 있다.

왜 옛날에는 그렇게도 안되던 속편이 요즘은 마구잡이로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속편의 법칙』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CG 기술의 발달과 홍콩식 액션영화기술의 도입에 힘입은 바 크다.

원래 홍콩이야 말로 속편의 왕국이었다. 『취권 2』의 전설적인 성공과 황비홍시리즈를 비롯해서 홍콩에서는 속편이 식은 죽먹기로 성공하곤 했던 것이다. 왜 헐리우드에서는 안되는데 홍콩에서는 되는가? 또한 스타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속편의 법칙은 선택과 집중
속편의 정답은 『좁히기와 넓히기』다. 좁히기는 전편의 성공의 열쇠가 액션이라면 액션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전편의 흥행코드가 코미디라면 코미디 한가지만, 에로라면 벗기기에만 집중하는 식으로 흥행포인트 하나에만 주력하기다.

넓히기는 그 선택된 한가지 안에 온갖 다양성을 집어넣는 것이다. 속편의 키포인트를 액션으로 정했다면 그 액션 한가지에서 온갖 기기묘묘한 다양한 동작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특히 과장과 허풍에 강한 홍콩영화의 미덕이다.

예컨대 오늘의 메뉴를 생선 한가지로 선택했다면, 그 하나의 생선으로 생선튀김, 생선찌개, 생선구이, 생선초밥, 생선볶음 하는 식으로 온갖 메뉴들을 개발하여 선보이는 식이다. 여기서 결론은 첫째 독자들의 선택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 둘째 그 선택된 한가지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1) 서비스의 종류는 많을수록 좋다.
2) 소비자의 선택은 간단할수록 좋다.

이 두가지 원칙으로 정리된다. 문제는 이 두 원칙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서비스의 종목이 많으면 선택하기가 어렵고, 선택하기 쉽게하면 서비스의 종목 숫자를 줄여야 한다. 모순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은? 우선순위의 지정이다.

매트릭스 전편을 압축 - 1탄을 못보신 분들은 이걸로 대신하기요!

선택은 쉽게, 메뉴는 다양하게
서프라이즈의 강점은 다양성에 있다. 안봐도 뻔한, 늘 하는 그 소리가 그 소리, 그 나물에 그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프는 친노개혁 일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방법은 『선 선택 후 다양』이다. 독자들은 먼저 친노냐 반노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서프는 친노 일색이므로 선택의 부담이 없다. 아무 글이나 읽어봐도 독자들이 원하는 친노다.

『앗 아니잖아. 알고보니 진중권 지뢰. 괜히 클릭했네.』

이런 부담이 없다. 이렇게 독자들의 선택의 부담을 덜어준 다음 그 선택된 친노개혁 안에서 다양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가야할 길이다.

구봉서도 가고 배일집도 가고
개콘은 어느 면에서 획일적이다. 옛날 식으로는 구색맞추기로 배일집과 구봉서가 나오는 재미없는 코너가 반드시 꼽싸리 끼어 있었는데 그걸 폐지해버린 것이다. 그 덕분에 배일집과 구봉서는 일거리를 잃어야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데 어쩌리요?

아니다. 개콘은 다양하다. 코너마다 특징이 있고 색깔이 있다. 획일성 안에 다양성이 숨어있다. 백화점을 연상할 수 있다. 백화점에는 온통 비싼 물건만 있다는 점에서 원초적으로 특정한 소비자층을 구분지어버리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에 진열된 모든 품목을 소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쇼핑을 통해 상품정보는 얻어간다. 서프의 다양성 또한 이같아야 한다. 독자와 생각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정보는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 선동처럼 정보 자체가 필요없는 것은 마땅히 격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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