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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49 vote 0 2022.12.27 (12:36:02)

    칸트는 우리은하 외에도 많은 외부은하가 있다고 생각하고 섬 우주론을 주장했다. 문제는 칸트 한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을 뿐 대다수 과학자들은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일반인도 아니고 천문학자라면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하는데 말이다. 


    과학자와 전문가와 지식인이 집단사고의 편향에 빠진다면 위태롭다. 양자역학이 우리의 경험적 직관와 어긋난다고? 그게 집단사고의 폐해가 아닌가? 나는 그런 생각 안 했는데? 마르코 폴로 별명이 백만Milione이다. 이탈리아인들은 백만이라는 숫자가 생소했다.


    반면 인도의 숫자 개념은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다. 바가바드 기타는 전투 한 번에 사망자가 기본 백만이다. 무량대수라는 큰 숫자를 만들어놓고 써먹지도 못한다면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인도라면 당연히 은하계 바깥에도 많은 은하들이 있다고 믿는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장자는 특히 스케일이 크다. 신선이 바둑 한판을 두면 300년 정도는 금방 흘러간다. 서구는 엄격한 질서를 위주로 하는 플라톤적 사고와 유대인 특유의 부족민적 사고를 계승한 기독교적 사고에 갇혀 스케일이 작다. 


    유대인은 사막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베두인의 전통 때문에 부족이 끈끈하게 결속되어 있어서 의사결정의 단위가 작다. 하느님이 7일 만에 만들려면 우주는 작아야 한다. 씨족단위로 생활하는 베두인의 좁은 안목에 갇혀있기로는 21세기의 과학자도 예외가 없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도 그러하다. 딱 봐도 대륙이 움직였다는게 보이잖아. 화석증거도 많고 지질학적 증거도 있다. 그런데 왜 눈에 보이는 증거를 부정했을까? 우주를 질서로 보는 플라톤적 사고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눈으로 증거를 뻔히 보고도 인정을 안 한다. 


    지식인이 사유에 제한을 거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버렸다. 상식적으로 우주가 납작한 원반 모양이면 이상하잖아. 우주의 모든 것은 밸런스다. 이건 본능적으로 아는 거다. 왜 우주는 광대한가? 광대해야 밸런스가 맞는다. 우주는 밸런스가 맞을 때까지 팽창한다. 


    수축해서 밸런스를 맞출 수도 있지만 확률로 볼 때 팽창이 더 쉽게 밸런스를 만든다. 땅이 좁은 한국과 땅이 넓은 미국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누가 땅이 없다고 투덜거리면 네바다 사막 너 가져. 알래스카 개척해서 밀농사 지어. 이런다. 불만을 희석시키기 쉽다. 


    이런 것은 경험적 직관에 의해 1초 만에 나오는 거다. 서구가 합리적이지만 19세기라는 시대의 틀 안에서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더 넓게 보면? 불교에 대해 약간의 조예가 있는 사람이나 이공계 출신으로 구조에 대한 감각이 있는 사람은 구조론을 쉽게 받아들인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험적 직관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서구는 통째로 집단사고의 편향에 갇혀 있다. 그들의 직관은 왜곡되어 있다. 동양도 같다. 어느 쪽이든 집단사고의 작은 우물에 갇혀 있다. 동양은 서양을 배우지만 서양은 동양을 배우지 않는다. 


    배우려고 해도 배울게 없다. 동양인 특유의 경험적 직관은 서구인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동양인 중에 공자를 아는 사람이 없고 노자를 아는 사람도 없고 석가를 이해한 사람도 없다. 레토릭이 딸려서 내 머리 속에 있는 특별한 균형감각을 서구인에게 전달할 수 없다. 


    21세기 게임은 동양에 유리하다. 양자역학은 색즉시공 공즉시색 안에 다 있고 주역의 음양론 안에 다 있다. 어디서 들어본 익숙한 이야기다. 그걸 의심하는게 이상하지. 구조론은 밸런스다. 주역도 밸런스다. 단, 구조론은 그 밸런스의 집을 이야기하는게 다르다.


    상호작용계 안에서 밸런스가 작동하는 것이다. 균형은 일정한 단위 안에서의 균형이다. 단위가 바뀌고 게임이 바뀌면 균형은 의미가 없다. 부부관계의 수평적 균형뿐 아니라 부자관계의 수직적 균형도 있다. 막연한 중용타령, 중도타령에 균형타령은 허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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