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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200 vote 0 2022.11.29 (09:46:28)

    여러 번 언급했지만 우루과이전 못 이겼는데 왜 다들 벤투를 극찬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축알못인 나로서는 어리둥절할밖에. 딱 봐도 아닌데. 아마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겠지. 좋은 분위기에 찬물 끼얹고 싶지 않아서 참았는데 이제 산통이 깨졌으니 털어보자.


    우루과이전은 반드시 잡았어야 했다. 2차전은 실력대로 가는 경기고 1차전은 몸이 안 풀려 삽질하는 강팀이 많다. 이변은 1차전에 일어난다. 우루과이는 강팀이니까 비겨도 된다가 아니고 상대가 허점을 보였을 때는 목을 물어야 한다. 왜? 그게 유일한 찬스일 수도 있으니까.


    강팀과 대등하게 싸운게 아니고 우연히 온 행운을 걷어찬 것이다. 천여불취 반수기구라 했다. 하늘이 내려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화를 입는 법.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공격할 때 과거와 달라진 것은 상대 문전에서 한국 공격수 숫자가 수비수보다 많은 것이다. 


    공을 잡으면 주변에 패스를 받을 선수가 서넛은 되었다. 문제는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패스를 하나마나한 상황이라는 것. 과거에는 공을 잡아봤자 주변에 한국 선수가 없고 무리한 롱패스를 시도하다가 가로채기 당하기 일쑤였다. 패스가 안 되니까 뻥축구를 할 수밖에. 


    그러나 뻥축구도 10년 동안 하다 보면 도가 터서 나름대로 득점전략은 있었다. 이번 우루과이전은 아예 득점전략이 안 보였다. 슛을 안 쏘는데 골이 나오겠느냐고? 문제는 상대 문전에서 한국 공격수 숫자가 너무 많아서 동선이 겹쳐 벽이 되어 골대를 가린다는 거다. 


    이런 식이라면 중거리슛을 쏠 수 없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 아닌가? 몇 년 전까지 일본축구가 딱 저랬다. 골대 앞까지 잘 가는데 슛을 안 한다. 매너 좋은 양보축구다. 패스가 잘 연결되기는 개뿔 속임수다. 사실은 많은 선수가 벽을 만들어서 벽이 그대로 전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만든 벽에 막혀서 슛을 쏠 공간이 없다. 자기편 공격수가 상대편을 위한 수비벽을 만들고 있다. 우루과이전 유효슈팅 0개는 사필귀정. 비기기 전략으로는 이길 수 없다. 가나전은 반드시 이겨야 했고 무리하게 선수를 교체했다. 이거 일본 따라하기잖아.


    시합 전에 뉴스 보고 가슴이 철렁. '손흥민 빼고 공격수 전원 교체?' 손흥민을 뺐다고? 감독이 미쳤나? 다행히 손흥민은 들어가 있었다. 기레기의 제목장사. 모리야스짓을 하면서도 이강인은 넣지 않는다. 일본이 졌으니까 한국도 져야 해. 이런 공식인가? 후반전은 안 봤고.


    우루과이전은 수비 위주고 가나전은 득점이 필요하니 무리한 공격? 이런건 상대팀에 다 읽힌다. 2018년에 신태용도 뻔한 공무원 축구 했다. 문전에 김신욱 하나 박아놓고 전원수비. 수비만 하다가 1 대 0으로 아깝게 패배. 문전에 세워놓은 전봇대는 써먹을 찬스가 없잖아. 


    나는 벤투의 공무원 습관을 꾸준히 지적했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흔들어야 기회가 오는데 흔들지 않으니 상대팀에 다 읽힌다. 가나전 초반 무리한 공격을 모를 바보가 있나? 전략은 항상 역으로 찔러야 하는 것이다. 전술을 다 보여주면 당연히 패배.


    신태용 공무원도 같다. 공격을 해야 코너킥이 나오고 코너킥을 해야 전봇대를 써먹지. 앞뒤가 안 맞잖아. 수비만 할거면 문전에 전봇대는 왜 박아놔? 이번에도 비슷한 코스로 망했다. 우루과이전 비기면 가나전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미완성 빌드업으로 공무원 전시행정. 


    어떻게든 상대편 문 앞까지 왔으니 내 밥값은 했지? 내가 밥값은 했으니 시합 진 것은 부상 입은 손흥민 탓이지. 불만 없지? 이런 식의 면피축구를 하며 일본몰락 따라간다. 플랜 A가 안 먹히면 플랜 B가 있어야 하고, 부상을 입으면 대체선수가 나와야 하고. 이런게 안 보인다. 


    빌드업이 나쁜건 아니지만 꼼수 유사 빌드업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11명이 뛰는 축구에 10명으로 줄여야 골이 나오겠는가, 12명으로 늘려야 골이 나오겠는가? 선수를 줄일수록 골이 나올 확률은 증가한다. 상대 문전에 아군도 없고 적군도 없는 상황에서 골이 터져준다.


    우루과이는 한국이 과거처럼 잔뜩 웅크리고 수비만 할 줄 알고 전략을 잘못 짜서 당황한 것이고 가나는 무득점 한국이 공격적으로 나올 줄 알고 대비한 것이다. 가나 감독이 하는 것을 벤투는 안 한다. 상성이 있는데 상성을 안 본다. 그냥 골이 필요하니 문전까지 가보자는 식.


    벤투축구는 많이 뛰는 축구라서 체력을 소모한다. 2차전에 털린 것은 1차전의 지나친 체력소모 때문이다. 결국 물리학이다. 체격에서 안 된다. 일본도 그렇고 몸이 너무 얇다. 김민재 같은 떡대라야 축구할 맛이 나는데. 감독이 퇴장당해 못 나오면 이길지도 모르겠지만.


    이강인이 잘한다기보다 의표를 찌르고 변화를 줄 영리한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거. 나이가 어린 이강인이 주제넘게 팀을 지휘하려고 들까 봐 싫었겠지. 강약을 조절하면서 상대팀을 헷갈리게 하며 감독 머리꼭지 위에서 노는 허허실실 전문가가 중원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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