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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92 vote 0 2022.04.21 (18:17:08)

    인간은 직관으로 판단한다. 딱 봐도 아니잖아. 느낌 오잖아. 중요한 것은 직관을 밀어붙일 수 있느냐다. 언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느낌을 표현할 단어가 있다면 밀어붙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기가 있어야 한다. 기개가 있어야 한다. 지적인 용맹함이 있어야 한다. 생태적 지위라는 말이 있다. 좋은 말이다. 필자가 진작에 이 말을 알았다면 조금 더 쉽게 설명했을 것이다. 인간이 오판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숫자착오다. 지구의 역사 45억 년은 긴 세월이다. 


    본격적인 진화의 역사는 5억 년이다. 감이 오는가? 우리는 5억 년과 50년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진화는 의외로 순식간에 일어난다. 명나라 역대 황제들의 초상화를 비교해보면 얼굴이 변해가는 경로가 보인다. 숫자감각에 따른 착오 때문에 많은 오판이 일어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 크게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건 아니지. 하늘이 두 쪽 나도 아닌 건 아닌 거야. 세상을 만만하게 봤다. 세상이 틀렸고 내가 옳다는 증거를 수집하려고 노력했다. 눈에 불을 켜고 꼬투리를 잡을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찾아냈다.


    진화론을 처음 배울 때 느낌이 왔다. 딱 걸린 거다. 잃어버린 고리는 없다. 말이 돼? 정확히 말하면 직립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닌 반직립을 나타내는 중간단계의 잃어버린 고리는 없다. 인간의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와서 처음부터 곧장 직립했다고 필자는 확신했다. 


    반직립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자세로는 걸을 수 없다. 이후 40년간 지켜봤지만 점점 필자의 견해가 옳았다는 증거가 많이 학계에 보고되었다. 지금은 인간의 진화를 설명하는 유명한 교과서 그림도 바뀌었을 것이다. 학계에 근본적인 오판이 있었던 거다.


    오랫동안 진화생물학계는 인간의 뇌가 먼저 발달하고 그다음에 점차로 직립을 하게 되었다고 믿었다고 한다. 황당한 일이다. 뇌가 먼저 발달한다고? 왜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지? 뇌가 발달한 소, 뇌가 발달한 쥐, 뇌가 발달한 돼지는 어디에 있지? 말이나 되느냐고? 


    원숭이가 인간 되는 것은 단순하다. 환경변화에 따라 변이가 일어나고 변이를 일으킨 아종의 후손들이 잡종을 만들면 잡종강세로 우월한 종이 만들어진다.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피엔스의 역사는 30만 년이지만 5만 년 전쯤에 갑자기 인지혁명이 일어났다. 


    사피엔스가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종교가 발명되면서 크게 도약했다. 인간의 조상은 여러 경로로 나누어 진화했는데 어느 시점에 우월한 잡종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를 떠나 빙하기에 낮아진 해수면을 따라 이동하여 세계 곳곳에 흩어졌다.


    본질주의냐 도구주의냐? 본질로 보면 인간의 본질은 지능이고 지능이 우선이다. 본질주의 사고방식이 진화생물학계를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 것이다. 도구주의로 보면 진화의 도구는 환경변화와 변이와 교잡이다. 한때 수풀이 우거졌던 사하라 사막의 확장이 있었다.


    나무가 말라죽으니 나무에서 내려와서 직립을 한 변이가 살아남는다. 여러 변이가 교잡하여 잡종강세로 우월한 종이 만들어진다. 환경변화가 없으면 변이는 도태된다. 왜냐하면 어떤 종이든 그 환경에 알맞게 적응해 있기 때문이다.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변이는 차지할 수 있는 생태적 지위가 없으므로 살아남을 수 없다. 아프리카에 사는 인류는 아프리카 환경에 적응해 있으므로 변이를 일으킨 종보다 우월하다. 환경변화가 없을 때 변이는 생존에 불리하다. 변이는 환경에 맞는 생태적 지위에 수렴된다.


    기후가 안정된 아프리카보다 빙하의 확장과 후퇴로 환경변화가 심한 유라시아대륙에서 더 많은 변이가 살아남았다. 본질주의 사고방식이 과학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도구주의로 보면 많은 것들이 보인다. 사유의 지평이 극적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자연선택이라는 말은 좋지 않다. 생존경쟁, 적자선택 개념은 인종주의를 유발한다. 어떤 종이 살아남는 이유는 종이 환경에 맞는 생태적 지위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발산이다. 결과적으로 우월한 종이 살아남는다고 설명하므로 인종차별로 이어진다.


    우연이냐 필연이냐다. 종은 자연선택에 의해 우연히 진화하는게 아니라 환경변화와 종의 상호작용에 따른 생태적 지위에 수렴되는 원리에 의해 필연적으로 진화한다고 설명해야 맞다. 환경과 종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종이 환경을 바꾸고 환경이 종을 바꾸는 거다.


    지하철 시는 시가 아니다. 그냥 안다. 느낌 오잖아. 딱 봐도 아니잖아. 왜 시가 아닌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저급한 요령을 쓰기 때문에 시가 아니다. 지하철 시는 제목을 지워버리면 당최 뭔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건 시가 아니다. 그럼 올바른 시는 뭐지?


    시는 어떤 둘의 충돌을 반영해야 한다. 그럴 때 전율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시가 언론사 문예교실 따위에서 알려주는 꼼수로 쓴 개소리라는 건 진작 알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시는 전율이다. 전율은 충돌이다. 두 시야의 충돌이 없으면 시가 아닌 게다.


    둘의 만나는 지점이 특정되어야 한다. 도구가 있어야 한다. 도구는 주체인 사람과 객체인 대상을 매개한다. 반드시 매개가 있어야 한다. 환경변화와 종의 진화를 매개하는 것은 생태적 지위다. 포켓이다. 안성맞춤으로 맞는게 걸맞은 생태적 지위에 쏙쏙 집어넣는다. 


    그것이 진화다. 도구로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우연이냐 필연이냐다. 발산은 우연이고, 수렴은 필연이다. 과학은 필연에 도전하는 것이다. 변화의 필연을 낳는 매개가 반드시 있다. 그것이 우리의 쟁취해야할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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