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58 vote 0 2022.03.28 (12:42:32)

    주술사는 의사가 아니고 점성술은 천문학이 아니다. 도구가 있어야 진짜다. 망원경이 있어야 천문학을 하고, 청진기가 있어야 의사 노릇을 한다. 주먹구구는 수학이 아니다. 수학의 도구는 숫자다. 자의 눈금에 이름을 붙여서 암기하는게 숫자다. 구조론의 도구는 대칭이다.


    대칭에 이름을 붙인 것이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자연의 의사결정은 상호작용을 따르고, 상호작용은 대칭을 이루며, 대칭은 계의 연결과 단절을 판정한다. 에너지 작용에는 결이 있다. 사건은 방향성이 있다. 한 번 잘되면 계속 잘되고 한번 잘못되면 계속 잘못된다.


    철학의 목적은 자연의 결과 인간의 결을 일치시키는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늘려서 사건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자연의 방향은 마이너스다. 인간의 방향도 마이너스다. 결국 죽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건의 첫 단추는 플러스라야 한다.


    닫힌계 안에서는 마이너스지만 닫힌계를 만드는 사건의 결 과정은 플러스다. 그 연결은 닫힌계 안에서 할 수 없고 반드시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 닫힌계 위에 더 큰 닫힌계가 있는 것이. 그 위에 더 큰 닫힌계가 있다. 정점까지 올라가서 판단해야 지속가능하다.


    세상은 마이너스이므로 닫힌계 안에서 가능하지 않지만 인간은 가능한 한계까지 사건을 지속시킬 수 있다. 불은 결국 꺼지게 되지만 오래 타게 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선과 악, 정의와 불의는 대칭이다.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버리는게 아니다.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철학은 문을 열거나 닫는다. 먼저 열어야 닫을 수 있다. 닫힌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는 달리거나 멈춘다. 철학은 문을 여는 것이고 차가 가는 것이다. 멈추려는 자에게 차는 필요 없다. 철학은 필요 없다. 수학은 계산을 맞춰서 검증된다. 과학은 물건을 만들어낸다.


    철학은 새로운 연결로 자신을 증명한다. 새로운 연결이 있을 때 철학이 필요하다. 알렉산더가 동방세계와 서구세계를 연결했다. 카이사르가 지중해 세계와 게르만 세계를 연결했다. 콜롬부스가 구대륙과 신대륙을 연결했다. 스티브 잡스가 굴뚝 세계와 인터넷 세계를 연결했다.


    그럴 때 철학이 필요하다. 쉽게 문을 열어줬다가 망한 나라도 많고 문을 닫아걸다가 망한 나라도 많다. 인류는 충분히 연결되었는가? 상호작용이 증대했는가? 곳곳에 장벽이 들어서지 않았는가? 이념과 인종과 피부색과 국민소득과 성별로 조각조각 나뉘지 않았는가?


    열린주의는 철학이고 닫힌주의는 반철학이다. 그동안 반철학이 철학 행세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행복이나 쾌락이나 장수는 동물의 호르몬 반응일 뿐 의미가 아니다. 인류는 어떤 이상적인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행복의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전진이 목적이다. 수영은 헤엄을 쳐야 존재하고, 비행기는 날아야 존재하고. 자전거는 페달을 밟아야 존재하고, 문명은 전진해야 존재한다. 멈추면 죽는다. 어떤 목적으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존재다. 움직이지 않는 존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타지 않는 불은 불이 아니며, 불지 않는 바람은 바람이 아니며, 호흡하지 않는 생명은 생명이 아니며, 진보하지 않는 문명은 문명이 아니다. 연결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력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단한 열어젖힘이 있을 뿐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945 소크라테스의 빼기 김동렬 2021-09-04 2588
944 구조론은 열린사상이다. 김동렬 2021-01-10 2588
943 모든 숭배는 우상숭배다 1 김동렬 2019-12-31 2587
942 셈이 먼저냐 숫자가 먼저냐? 김동렬 2021-02-08 2586
941 구조론은 정답이 있다 1 김동렬 2019-10-27 2585
940 단을 완성하라 김동렬 2021-03-02 2584
939 연역과 귀납의 문제 5 김동렬 2020-07-24 2584
938 독재라는 질병에 대하여 김동렬 2021-04-17 2582
937 구조론의 차원개념 image 김동렬 2020-04-07 2582
936 과학과 비과학 김동렬 2022-01-02 2581
935 NC의 선수 죽이기 1 김동렬 2020-08-28 2581
934 메커니즘을 이해하라 8 김동렬 2020-09-03 2580
933 존재론과 인식론 2 김동렬 2020-03-02 2580
932 의리는 공존의 룰이다 3 김동렬 2020-02-14 2580
931 물질과 성질 김동렬 2021-12-28 2579
930 지식인의 자세 1 김동렬 2022-01-07 2578
929 최동훈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김동렬 2024-01-11 2577
928 잔 다르크와 윤석열 김동렬 2023-04-20 2576
927 사건의 철학 1 김동렬 2019-04-29 2576
926 원인은 자연의 조절장치다. 김동렬 2021-07-06 2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