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59 vote 0 2021.05.02 (16:55:39)

     

    우리는 시간에서 변화의 원인을 찾지만 원인은 공간의 구조에 있다. 사건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같은 층위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반복되는 것은 원인이 아니다. 도미노는 연속적으로 쓰러진다. 앞 도미노 때문에 뒤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은 아니다. 맨 앞에서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린 것이 진짜 원인이다.


    차원이 같고 층위가 같은 것은 원인이 될 수 없다. 왼발이 가면 오른발이 간다. 왼발이 갔기 때문에 오른발이 가는 것인가? 왼발은 오른발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왼발이 오른발을 격발할 수 없다. 원인은 상부구조에 있다. 원인은 오른발과 왼발을 동시에 아우르는 몸통이다. 한 차원 위로 올라가서 답을 찾아야 한다.


    원인은 계 내부의 밸런스가 붕괴되어 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상의 모든 사건이 공유하는 하나의 원인이다. 원인은 내부에 있다. 밥을 먹는 이유는 야망이나 탐욕 때문이 아니고, 외부에서 주어지는 어떤 동기 때문이 아니고, 밥이 그대를 유혹했기 때문도 아니고, 단지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배가 고픈 것은 위장 내부의 사정이다. 원인은 언제나 내부에 있다. 위장 내부의 밸런스가 붕괴되면서 인체의 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이다. 외부에 원인이 있는 경우도 물론 있다. 아니다. 그 경우 상부구조로 올라가서 거기서 다시 내부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가족 내부의 균형붕괴가 형제가 쟁투하는 원인이다.


    아우가 맞았다면 형이 때렸기 때문이다. 형은 아우의 바깥에 있다. 외부의 원인이다. 아니다. 가족 내부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코어의 붕괴가 형제간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국민 내부의 균형붕괴가 여야가 다투는 원인이다. 더 큰 단위의 내부에 답이 있다. 우리가 더 큰 단위를 보지 않는 이유는 비겁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밸런스, 국가의 밸런스가 원인이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버겁기 때문이다.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작고 만만한 데서 원인을 찾는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한강은 말이 없으니까. 두 사람이 한 배를 타고 있다. 이물에 앉은 사람이 고물에 앉은 사람을 비난한다.


    고물에 앉은 사람은 이물에 앉은 사람을 비난한다. 배가 흔들린게 원인이다. 배를 탓하지 않는다. 파도가 높은게 원인이다. 파도를 탓하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게 원인이다.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왜? 바람을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파도를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를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만만한 약자를 탓하게 된다. 무의식의 명령이다. 다문화를 탓하고, 여성을 탓하고, 소수자를 탓하는 이유는 상대가 만만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겨먹을 수 있는 약한 상대를 겨냥하는게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비겁하다. 


    구조론으로 보면 하나의 사건 안에 원인은 다섯 가지가 있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질적 원인, 입자적 원인, 힘적 원인, 운동적 원인, 량적 원인이 있다. 이 다섯 중에서 량적 원인이나 운동적 원인을 찾으면 원인을 찾았다고 믿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건의 원인이 아니고 장소와 대상과 시점을 결정하는 원인이다.


    병에 걸린 원인이 아니고 하필 그날 거기서 그렇게 걸린 원인이다. 건강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허약해서 환경과의 밸런스가 무너진게 원인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혹은 손을 씻지 않아서 걸린 것은 병에 걸릴 확률이 주어진 상태에서 장소와 시점을 결정할 뿐이다. 언제 걸려도 걸릴 사람이 그날 거기서 걸린 것이다. 


    의미가 없는 부분적 원인은 답이 아니다. 그걸로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자를 탓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약자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약자는 화풀이 대상에 불과하다. 약자를 탓하는 자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이 없고 단지 화풀이를 하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강자에게 있다. 버거워도 강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원인은 사건의 조절장치다. 그것은 내부 밸런스의 붕괴다. 조절 메커니즘의 작동이다. 인간의 행위하는 원인은 대개 호르몬 때문이고, 호르몬은 대개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사회성 때문이다. 그게 선악으로 나타난다. 진화의 원인은 유전자의 조절장치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은 시장의 조절장치다. 진보와 보수는 권력의 조절장치다. 반드시 조절장치가 있고 그것이 원인이다. 


    사건 - 시스템, 메커니즘, 스트럭쳐, 액션, 코드
    존재 - 에너지, 물질, 공간, 시간, 정보
    원인 - 질, 입자, 힘, 운동, 량

    

    인과관계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무거나 마구 물어대는게 아니고 무는 자리가 있다. 포지션이 정해져 있다. 차원따라 층위따라 위상따라 머리와 꼬리가 결정된다. 머리에 꼬리가 붙을 뿐 그 반대는 없다. 머리를 꼬리를 물지는 않는다. 이는 엔트로피의 일방향성이다. 에너지를 자체조달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사건이 연결된다. 


    우리가 얻는 것은 코드, 코드의 원인은 액션, 액션의 원인은 스트럭쳐, 스트럭쳐의 원인은 메커니즘, 메커니즘의 원인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연결되어 있음이다. 만유의 연결되어 있음이 사건의 진짜 원인이다.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일도 없다. 확산을 수렴으로 바꾸는 에너지의 방향성에 의해 만유는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가 얻는 것은 정보, 정보의 원인은 시간, 시간의 원인은 공간, 공간의 원인은 물질, 물질의 원인은 에너지다. 량의 원인은 운동, 운동의 원인은 힘, 힘의 원인은 입자, 입자의 원인은 질이다. 하나의 사건에는 원인이 다섯 가지다. 원인을 찾았다고 만족하지 말고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절장치가 있고 조절대상이 있다. 시장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 사회성이 선악을 조절한다. 권력이 진보와 보수를 조절한다. 스트레스가 피아의 갈등을 조절한다. 주최측에 의해 한일전이 벌어진다. 수요와 공급은 원인이 아니다. 시장이 원인이다. 선과 악은 원인이 아니다. 사회성이 원인이다.


    진보와 보수는 원인이 아니다. 권력이 원인이다. 한국팀과 일본팀은 원인이 아니다. 피파가 주범이다. 만약 스트레스가 없다면 인간은 전쟁도 없고 사랑도 없고 문명도 없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 그것을 조절할 뿐이다. 우리는 조절된 결과를 보고 화를 내지만 조절장치가 원인이다.


    선탓 악탓, 진보탓 보수탓, 수요탓 공급탓은 넌센스다. 사회성탓, 권력탓, 시장탓이 맞다. 대칭된 둘을 아우르는 한 차원 위의 코어에 원인이 있다. 왼발과 오른발을 아우르는 몸통에 원인이 있다. 거기에 스위치가 있다. 


    대칭의 축이 움직여서 조절하는게 만유의 원인이다. 대칭된 둘은 축을 공유한다. 공유하는 것이 원인이다. 남북한은 휴전선을 공유하고, 수요와 공급은 시장을 공유하고, 진보와 보수는 권력을 공유하고, 민주당과 국힘당은 국민을 공유한다. 항상 한 차원 위에 더 높은 층위에 조절장치가 있다. 원인이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147 구조론을 읽고 말하자 1 김동렬 2019-08-04 2692
1146 X세대는 노무현주의다 김동렬 2020-10-25 2691
1145 의미 속에 내가 있다 2 김동렬 2019-04-14 2691
1144 예견된 노량의 실패 김동렬 2024-01-05 2690
1143 언어구조론 김동렬 2021-10-13 2690
1142 진화는 방향성이 있다 김동렬 2021-10-08 2690
1141 인간이 죽는 이유 김동렬 2021-09-08 2690
1140 개혁의 정답은? 1 김동렬 2020-12-23 2690
1139 의도가 아니라 결과다 1 김동렬 2019-07-04 2690
1138 관점이 운명을 바꾼다 3 김동렬 2021-02-22 2689
1137 답은 현장에 있다 김동렬 2021-09-01 2686
1136 논객행동 이재명 김동렬 2020-09-20 2686
1135 커플은 솔로를 이긴다 1 김동렬 2019-06-20 2686
1134 명령 김동렬 2023-07-11 2684
1133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김동렬 2021-04-05 2684
1132 차원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0-12-13 2684
1131 믿음은 사건이다 1 김동렬 2019-04-01 2684
1130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1 김동렬 2020-05-03 2684
1129 유체가 강체를 이긴다 김동렬 2021-10-25 2683
1128 쌍방향 통제는 없다 1 김동렬 2019-03-28 26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