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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7262 vote 0 2004.06.08 (22:31:30)

지난번 글에서 .. ‘손발은 빌리더라도 머리를 빌려서는 안된다. 정책은 빌려도 되지만 논리를 빌려서는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경우가 이해찬의 교육개혁이다. 소위 이해찬세대라 이름붙여진 조중동의 공세.. 바로 이 싸움에서 이겨야 이기는 것이다.
 
교육의 싸움은 곧 이념의 싸움, 논리의 싸움이다. 언론의 싸움과 교육의 싸움에서 밀리면 완전히 밀리는 것이다.(언론과 교육 그리고 이념이야 말로 절대로 빌려서 안되는 머리다. 경제는 손발이므로 빌려도 된다.)
 
전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선은 일찌감치 자기네의 승리를 선언해 놓고 있지만 일방적인 선언에 불과하다. 진짜 싸움은 이제 부터다. 조선이 가장 자신만만해 하는.. 바로 그 지점이 조선의 급소임을 알아야 한다. (벌써 조선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지장(智將) 이해찬
이해찬.. 교통위반을 한 이의원의 차를 딱지 뗀 의경을 트집잡아 콩밥먹인 일도 있고(이런거 안좋다).. 그런 면에서 덕장(德將)이나 용장(勇將)은 아니고 지장(智將)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용장+지장’이다. 한명숙의원과 같은 덕장을 내세워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해찬으로 노무현 2기의 컨셉을 분명히 하는 것도 좋다. 클린턴이 예상을 깨고 같은 세대의 고어를 내세워 재미 본 예와 같다.(노무현, 이해찬은 같은 세대의 콤비)
 
이해찬 본인도 이런 부분(덕장이 못되는)을 의식했는지.. 최근에 와서 갑자기 덕장 행세를 하느라고 고스톱 실언도 하고.. 그러다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천정배에게 밀렸다. 하지만 이는 지엽적인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교육개혁의 성과다.
 
이해찬의 교육이념이 옳았다는.. 이해찬을 교육부장관으로 임명한 DJ의 진보이념이 옳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이다.(DJ가 임기 중에 역사적으로 잘한 일 세가지를 꼽으라면 햇볕정책, IMF극복, 이해찬의 교육개혁을 꼽겠다.)  
 
콘텐츠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바야흐로 ‘콘텐츠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건희 식으로 말하면 천재경영이 된다. 스필버그와 같은 한 명의 천재가 100만명을 먹여살리는 시대이다. 올드보이의 박찬욱감독이 제 2의 스필버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 제 2의 스필버그나, 제 2의 빌 게이츠가 나온다면 틀림없이 이해찬세대에서 나올 것이다. 임박한 콘텐츠혁명의 시대에는 절대로 이해찬식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영화가 뜨고 있는 이유를 외국에서는 한국영화 특유의 창의력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창의력? 아니 창의력 없기로 소문난 한국에서 창의력이라니? 근데 영화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도 뜨고 있다. 인터넷도 뜨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다! 최근 한국이 제법 명함을 내밀고 있는 분야가 다 창의력이 없으면 버티지 못하는 분야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이 시점에서 이해찬교육의 승리를 확인해 놓지 않으면 장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년 후 혹은 20년 후 이해찬세대가 세계 도처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을 때.. 그때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니들 봤지? 이해찬식 교육의 가공할 위력을..”
 
그러나 지금 우리가 조중동의 공세에 밀려서.. 이해찬세대니 하는 공갈에 겁먹어서.. 이해찬을 우리 입으로 부인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 가서 우리는 자랑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이룬 성과를 한나라당이 먹어버리는 비극이 일어난다.
 
만약 10년 후, 그때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있다면.. 한나라당은 자기들의 성과라고 말할 것이다. 재주는 이해찬이 넘고 돈은 한나라당이 버는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지금 분명히 이해찬교육의 의의를 주지시키고 확인도장 받아놓아야 한다.
 
콘텐츠혁명 시대의 전략
창의력은 절대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서구인의 창의력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신화들에서 나온다. 그들은 기독교문화 일변도로 편협하다. 한국은 유교와 도교, 불교, 동학, 기독교 등 다양한 사상의 세례를 받아.. 세계 어느 나라 젊은이들 보다 더 풍요한 정신의 자원을 소유한 나라이다.
 
그 풍부한 자원의 광맥에서 금맥을 발굴하여 창의가 나오는 것이다. 서구의 창의는 근래에 이르러 고갈되었다. 헐리우드 영화가 단선적인 결말을 낳는 것과 같이.. 기독교의 단선적 세계관에 익숙한 그들의 정신적 토양이 그만치 빈곤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헐리우드 영화가 이만치 성공하고 있는 것은 세계 도처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소유한 다양한 인재들이 헐리우드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0년이나 20년 후 미래의 어느 시점에.. 백범의 ‘내가 꿈꾸는 나라'에서 말하였던 문화대국의 비젼이 성공하게 된다면.. 이해찬의 교육개혁이 그 첫 단추를 꿰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백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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