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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336 vote 0 2008.11.17 (13:17:20)

상상해봐

상상해봐. 천국없는 세상을. 당신이 관심을 가진다면 어렵지 않아. 그러면 지옥도 없을 것이고. 우리 위에는 오직 하늘만 있을 뿐.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사는 것을. 상상해봐. 국경이 없는 세상을.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 누굴 죽이거나 죽을 이유도 없겠지. 종교도 없어지겠지. 상상해봐. 모든 사람이 평화스럽게 사는 것을. 상상해봐. 소유가 없는 세상을. 당신에게는 무리겠지만.

소유가 없다면 탐욕도 굶주림도 없고. 사람은 모두 형제가 될텐데. 상상해봐. 모든 사람이 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그대는 나를 몽상가라 부르겠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야.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래. 그러면 세상은 하나될 거야. (존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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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길을 가다가 미인을 보면 따라가는 남자가 있다. 아무런 목적이 없다. 오분도 좋고 십분도 좋다. 어차피 가던 길 그냥 따라걷는 거다. 프로포즈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귀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이유없이 한 참을 따라가보는 거다. 가슴 속에 알지 못할 설레임 안고. 그런 사람 있더라.

남자를 따라가는 여자도 있다. 남자가 여자를 꼬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꼬임에 넘어가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여자에겐 날개가 있다. 그 날개 어떤 계기로 펼쳐보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군말없이 따라나서는 것이다. 예수를 따라가는 베드로처럼. 노무현을 따라가는 노빠들처럼. 그들은 믿는다. 그들은 예수를 믿고 노무현을 믿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진짜가 아니다. 믿으므로 진짜가 아니다.

언젠가 받을 보상을 믿고, 내세를 믿고 천국을 믿고, 출세를 믿고, 성공을 믿고 따르는 그들은 진짜가 아니다. 아무런 보상이 없어야 진짜다. 아무런 보상이 없는데 왜 따라가지? 그렇다면 길 가던 그 남자는 왜 그 여자를 따라갔지? 프로포즈라도 할 계획이었나. 아니다. 그냥 따라갔던 거다.

지난 5년간 행복했다. 충분히 보상받았다. 노무현이 내게 해준 것은 없지만 그가 노무현이었기에 나는 행복했다. 그렇다. 나는 단지 노무현이 필요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노무현 말이다.

아무런 보상이 필요하지 않아야 진짜다. 왜? 이미 보상받았기 때문이다. 내 가슴 속의 설레임을 꺼낼 수 있었다는, 비단폭처럼 구비구비 펼쳐낼 수 있었다는 그 자체로 보상이 충분했던 것이다. 더 무엇을 기대하랴?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확실히 부담이 된다. 예수에게 부담되고 노무현에게 부담된다. 나를 믿고 따른다면 역시 부담이 된다. 나는 신의 대지를 방랑하는 여행자일 뿐. 저 길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지금 계속 걷는 것.

아무런 약속 할 수가 없다. 넘치는 열정으로 따라나서고 타고난 끼로 따라나서야 진짜다. 왜? 그들은 함께 하는 매 순간에 보상을 받는다. 그 가슴 떨리는 설레임이 보상이고 그 기쁜 얼굴이 보상이다.

지금은 누구를 위해 희생하고 충성을 바치며 나중에 보상을 받겠다면 가짜다. 그러므로 그대여! 의심하라. 냉소하라. 사랑은 아무 것도 아니다. 멋진 사랑 따위는 없다. 지고지순한 사랑 따위는 없다. 지금 그대 가슴의 온도, 진짜는 그것 뿐이다. 부디 환상을 버려라. 그리고 부디 떠나라. 순진한 사람은 떠나라. 믿고 따르겠다는 이는 제발 떠나라. 가짜들은 제발 이곳을 떠나라.

부디 나를 따르지 말라. 나는 아무런 약속도 할 수가 없다. 천국도, 내세도, 구원도, 부활도, 부도, 명성도, 사랑도, 행복도 약속할 수 없다. 그래도 좋다는 이만 남아라. 그대 왜 여기 있지?

사랑은 포지션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보상받는건 포지션 뿐이다. 태양이 저 높은 곳에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농부는 보상받는다. 충분하다. 아무런 요구하지 않는다. 아무런 기대하지 않는다.

엄마와 아기처럼, 그저 있어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컴퍼스로 동그라미를 그리려면 기준점이 필요하다. 센터가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뿐. 북극성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그 방법으로 포지션을 잡아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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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애보리진들 있다. 마른 강바닥에 머무른다. 침대도 없이, 이불도 없이, 천장도 없이. 집도 없이. 강바닥 모래에 누워서 아침을 맞는다. 햇살이 얼굴에 내리쬐면 깨어나 도로를 따라 걷는다.

운 좋게 로드킬을 발견하면 하루치 식량난은 해결이다. 그것이 그들 애보리진의 삶이다. 그들은 한 번 입은 옷을 벗는 법이 없다. 옷은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그래! 너희들은 말하겠지. 그곳은 지옥이라고. 끔찍하다고. 저절로 눈을 돌리게 된다고. 맞아! 끔찍해. 그곳은 고통이 가득한 곳이야. 그런데 왜 그들은 웃고 있고 그대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있지?

그들의 삶은 매 순간 새로 시작되고 매순간에 완성된다. 매 순간에 보상을 받는다. 매 순간에 탄생하고 매 순간에 죽는다. 햇볕이 비치는 양지 쪽으로 1미터를 옮겨앉으면 딱 1미터어치만큼 내 몸은 따뜻해진다. 움직인 만큼 보상 받는다.

그들은 매 순간 성취하고, 매 순간 부대끼고, 매 순간 애무하고 매 순간에 보상받는다. 위대한 자연과의 연애다.  

만약 당신이 희망과 야심을 버린다면, 꿈을 버린다면, 계획과 의도를 버린다면, 믿음을 버린다면, 사랑을 버린다면, 그대의 눈길은 세심해지고, 그대의 손길은 신중해지며, 그대 사려깊은 행동을 하게 된다. 매 순간에 완성되고 매 순간에 보상받으니까. 지금 이 순간을 절절하게 포착해야 하니까.

매 순간 보상받는 삶을 산다면, 거룩한 자연과 연애한다면, 엄마 품 속의 아기처럼 말이다. 매 순간에 문제가 발생하고, 매 순간에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매 순간에 기쁨을 느끼게 된다면. 아스라한 아침 안개 속에 파묻혀 끝없이 걸어가보는 것도 좋겠지. 한국이라는 사막에도 한 명쯤의 인간이 살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역시 버리는게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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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언어를 넘어서는 것이다.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계약,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은 믿음. 계약도 믿음도 진짜가 아니다. 언어도 마음도 진짜가 아니다. 미학(포지션)으로 소통하는 것, 사랑으로 소통하는 것이 진짜다. 미학은 아무런 주고받음이 없이 그저 제 자리를 지켜주는 것, 사랑은 아무런 기대 없이 지금 이 순간에 보상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한다. 사랑따위는 없다고. 꿈 깨라고. 네 가슴 속에 열정이 충만하다면 그대 가슴 설레일테고, 네 가슴 속에 끼가 충만하다면 그대 춤 추고 노래할테고 다만 그것이 전부라고. 그 뒷페이지에 아무 것도 씌어져 있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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