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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기일보의 임양은...!!!





민주당의 노무현이 “당을 헐고 새로 짓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참말을 말했다. 마침내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신당의 계절, 대선을 맞아 또 신당이 속출한다. 정몽준의 국민연합21 창당에 이어 김종필+이인제+이한동=신당설 연막이 피워 오른다. 이른바 중부권 신당론이다. 5년전 대선 땐 이인제의 국민신당, 10년전 대선 땐 정주영의 국민당이 대선용 신당이었다. 실패했다. 하물며 중부권 표방의 미니 신당이 무슨 맥을 쓰겠는가 싶다.

김종필, 이인제, 이한동의 면면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특히 이인제는 더 한다. 만약 그가 노무현에게 당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섰다라면 오늘의 민주당이나 대선구도는 판세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도 지금은 정치 미아다. 어쩌다가 정치 미아가 된 사람들끼리 미니 신당을 만든들 협상이라는 구실의 흥정거리 밖에 더 달리 될 것 같지 않다.

이런 판에 “당을 헐고 새로 짓겠다”는 노무현의 말은 곱씹어 볼만 하다. 기왕이면 대선 전에 그러고 싶을 것이다. 본인 역시 안되면 대선 후에라도 그러겠다고 했다. 어차피 우파적 중도개혁 정당인 민주당은 급진적 좌파인 노무현의 집이 아니다. 민주당이 발을 못붙이는 PK 지역에서 그가 지역적 박해를 받으면서도 당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다만 DJ를 이념적 사부로 여겼던 관계일 뿐이다. 이제 전략상 DJ 차별화를 내거는 마당에서 노무현은 오목눈이 둥지에 자리를 튼 뻐꾸기의 본색을 나타낼 시기가 된 것이다. 반노·비노파 국회의원들이 스무명 가까이 빠져나가고, 더 나갈 판세인데도 겉으로 태연한 속셈의 연유가 이에 있다. 이나저나 반노·비노는 노무현 당으로 함께 갈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세상에선 탈당한 국회의원들을 철새라고 비웃고 또 비웃을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노무현의 급진 좌파 성향은 이 역시 여기에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런 대통령 후보와 당을 함께 할 수 없고, 그런 대통령 후보 또한 갈테면 가라고 한다면 길은 갈라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정당이 오는 12월19일의 투표에서 선택돼 집권할 것인지는 예단하지 않겠다. 기성 정당 아니면 급조 신당이 선택될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노무현의 민주당은 이미 민주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의 캠프 핵심엔 벌써 진보 진영이 자리잡고 있다. 보수 간판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당을 허물고) 진보 간판을 새로 다는 (당을 새로 짓는) 시점에선 비진보 정치인은 발을 붙일 수가 없을 것이다.

거대 보수정당에 버금가는 진보정당을 만든다는 것이 노무현의 꿈이다. 대선 후에 민주당을 허물고 당을 새로 짓는다면 그는 거의 틀림없이 권영길의 민주노동당 등 같은 진보 세력과 합당할 것이다. 사소한 이견차로 합당이 안되면 진보정당 간의 연합으로라도 손 잡을 것이 분명하다. 가족관계의 지난 영향이 당자에게 다 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면 노무현이나 권영길에겐 숙명적 공통점이 발견된다.

노무현의 대 정몽준 단일화 제의는 비단일화 책임의 면피용이다. 민추협 시절 공동의장이던 김영삼, 김대중은 단일화 여망에 서로가 “대통령 선거에 함께 나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수차 호언했다. 그러나 함께 출마했다. 결과는 노태우가 대통령이 됐다. YS와 DJ의 호언은 내가 양보하는 게 아니고 상대가 양보하길 바라는 허풍이었던 것이다.


하물며 노무현과 정몽준, 정몽준과 노무현은 물과 기름의 관계다. 체질이 그러하다. 이들의 단일화론 역시 서로가 바랄 수 없는 상대의 양보를 전제하고 있다. YS는 일찍이 민주당을 가리켜 “망해갈 당”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지금의 민주당이 그런지 아닌지는 여기서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눈 여겨 보이는 것은 “당을 헐고 새로 짓겠다”는 노무현의 속내 드러냄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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