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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00 vote 0 2023.01.02 (21:12:37)

    동양이 서양에 뒤처진 이유는 원론을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클리드의 원론뿐 아니라 탈레스의 일원론, 헤라클레이토스의 동적 세계관, 플라톤의 이데아설이 일정 부분 원론 역할을 했다. 구조론은 수학의 탄생을 해명하는 원론이다.


    우리는 기본에 소홀했다. 출발점을 사유하지 않았다. 왜일까? 인간의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쓰는 방법은 자극과 반응의 상호작용이다. 객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상호작용을 추적하지 않고 인간 자신과 상호작용하므로 왜곡되는 것이다.


    부족민은 뭐든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나눈다. 쓸모있는 것은 세밀하게 분류하여 일일이 이름을 부여하지만 쓸모없는 것은 그냥 무시한다. 인류학자가 질문하면 '그건 쓸모없는 거야.' 하고 웃는다. 인류학자를 바보취급해서 난감하게 만든다. 이런 식이다. 21세기라고 다를까? 인간은 달라진게 없다. 자연의 과학에 인간의 입장이 개입되면 곤란하다.


    선과 악, 진보와 보수, 무슨주의에 무슨주의로 편을 가르고 프레임을 걸고 싸움을 붙여서 서로 상대방에게 돌을 던져대다 보면 의미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이는 우연에 의지하는 귀납의 방법이다. 역사의 승자들의 공통점은 전쟁을 많이 했다는 사실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는 망하고 전쟁을 하는 나라가 흥했다.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다가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인류의 비극이다.


    인간이 객체와 상호작용하려면 대칭을 세워야 한다. 문제는 각을 세울 상대가 없는 경우다. 인체의 여러 부위가 둘씩 짝지어 대칭을 이루는데 배꼽은 짝이 없다. 최초의 탄생은 대칭을 세울 수 없다. 맨 처음 오는 것은 비교대상이 없다. 그러므로 처음 탄생에 대해서는 사유하지 않는다. 


    산의 정상은 대칭이 없다. 인간은 정상을 사유하지 않는다. 원론을 사유하지 않는다. 출발점을 사유하지 않는다. 


    사실은 정상도 대칭이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지구 중심과 대칭이다. 힉스 보손은 자기 자신과 대칭이다. 배꼽은 엄마의 자궁과 대칭이다. 대칭이 있지만 바깥에 있다. 인간은 단위를 뛰어넘어 에너지를 전달하는 부분에 약하다. 수평적 대칭은 잘 찾는데 수직적 대칭은 찾지 못한다. 인간의 사유에 맹점이 있다.


    인간의 생각법은 마구잡이로 대칭을 만들고 돌을 던지는 방법이다. 환경을 쥐어짜서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내가 돌을 던지면 상대도 돌을 던진다. 날아오는 돌을 피하려고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 돌을 던져주는 품앗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여러 번 사고를 치고 빚쟁이에게 쫓기면서 백 편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다. 일론 머스크도 도지코인 소동에 이어 트위터 소동을 벌이며 열심히 짱돌을 벌고 있다. 자기 자신을 궁지로 몰아붙여 쥐어짜는 방식이다. 이는 천재의 광기다. 대개 이렇게 한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빚을 갚으려고 미친 듯이 소설을 쓴 토스토예프스키가 유명하다. 파산으로 빚더미에 올라 하루에 50잔의 커피를 마셔가며 매일 15시간씩 글을 썼다는 인간희극의 발자크도 마찬가지다.


    마감에 쫓기면서 머리칼을 쥐어뜯는 웹툰작가들의 쥐어짜기 방법으로 작은 문제를 풀 수 있으나 근본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짝이 있어야 쥐어짜는데 배꼽은 짝이 없기 때문이다. 정상의 세계에는 당신을 위해 돌을 던져주는 사람이 없다. 닫힌계 안에서 말단의 문제를 이 방법으로 풀 수 있으나 근본이 되는 동력원 문제는 이 방법으로 풀 수 없다. 동력은 언제나 외부에서 전달되어 오기 때문이다. 


    자기 집 방문에 쇠창살을 달고 자신을 감옥에 가두는 이외수의 쥐어짜기 방법을 버리고 그 닫힌 문을 열어야 한다.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더 큰 세계로 전진해야 한다. 진리를 보려면 말이다. 


    누구 하나는 밖으로 나가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와야 한다. 그러려면 고양이를 키우는 집주인과 사귀어야 한다. 대칭을 넘어 비대칭의 더 큰 세계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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