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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17 vote 0 2024.11.29 (18:23:21)

    롤렉스 시계에 흠집이 조금 났다고 호들갑 떨며 수리를 맡기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시계 장인의 이야기가 있다. 흠집이 걱정되면 차고다니지를 말든가. 사치품을 쓰는 이유는 자신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남을 압박하지 못하므로 나를 압박한다.


    예술가는 자기 일에 몰두하므로 뻘짓을 하지 않는다. 작품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간은 압박하는 존재다. 남을 압박하지 못하고 자기를 압박한다는 사실 자체로 인간실격이다. 예술가의 사랑방에 초대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시를 쓰든 소설을 쓰든 그것은 압박이다. 도구를 사용하는 노동도 마찬가지다. 객체를 압박할 때 되돌아오는 반작용의 힘에 의해 자기가 압박 받는다. 인간은 압박 속에서 호흡하는 존재다. 일용할 압박이 필요한 것이다. 가짜 압박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독이다.


    명품으로 포장된 사치품은 자신을 긴장시키는 수단이다. 그게 심리적 갑옷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돌아오는 반작용의 힘으로 자기를 누르는 기술이다. 경마장에 가는 심리는 돈을 따려는 탐욕이 아니라 돈 잃고 망할 걱정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래서 얻는 것은? 거지될 걱정에 다른 걱정을 안하게 되었다. 주말마다 경마장에 출근하는 인간 군상들의 후줄근한 옷차림과 퀭한 눈빛이 의미하는 것은? 그들은 다른 것을 걱정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득도하여 초인이 된 셈이다. 타인의 시선은 잊었다. 


    인간은 일용할 걱정거리가 필요하다. 이 걱정으로 저 걱정을 누른다. 음주나 흡연도 마찬가지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루틴을 만들어 삶을 단순화 시킨다. 니코틴의 쾌감보다 24시간 담배가 손에서 떠나지 않는게 중요하다.


    진짜 자신이 책임져야 할 걱정거리를 은폐하는데 가짜 걱정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그런 평균적인 인간의 어리석음과 싸우겠다는 엘리트의식이 없는게 바로 머슴의식이라는 거다. 소인배는 그렇게 살아도 되지만 군자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사치품을 차는 것은 자신이 대우받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 자체가 콤플렉스다. 왜 남을 대우해주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남에게 대우받으려고 할까? 그게 자신을 사회로부터 받아먹고 사는 약자 포지션, 거지 포지션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정신적 미성년자, 열등한 자, 피해자로 규정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열등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한테 대접받으려는 기대를 가져본 적 없다. 머저리들에게 대접받는다는 것은 내가 저 너절한 군상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곤란하다.


    신과 승부한다. 내가 책임지는 범위를 줄여야 한다.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만 책임져도 과분하다. 인류의 절대 다수가 머저리라면 나는 말이 안 통하는 것들을 책임질 필요가 없는 만큼 자유롭다. 말귀 알아듣는 사람만 책임져도 나 자신에 대한 압박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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