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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79 vote 0 2022.06.06 (12:32:43)

    태초에 세상은 온통 카오스였다. 거기서 코스모스가 나왔다. 카오스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카오스이론의 맞은편에 코스모스이론도 있을 법하다.


    귀납은 이론이 아니다. 이론은 연역이어야 한다. 연역은 도구를 써서 객체를 복제한다. 복제하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주물을 찍어내는 거푸집을 제시해야 한다. 카오스이론은 귀납이다. 객체를 복제하는 거푸집이 없다.


    이론은 코스모스다. 눈 감고 코끼리 뒷다리를 만져본 사람의 추측은 이론이 아니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를 꺼내야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다만 카오스의 아이디어가 코스모스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카오스이론과 구조론의 차이는 패턴을 복제하는 대칭구조에서 밸런스의 축이 되는 코어를 발견했느냐에 있다. 어떤 패턴이 반복되면 반드시 거기에 대칭과 코어가 있다. 찍혀 있는 무늬를 관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패턴을 찍는 도장을 들고 와야 한다. 복제된 결과물을 보고 감탄사를 때리면 안 된다. 단순한 패턴의 나열은 의미가 없다. 코어를 복제해야 한다. 패턴을 복제하는 코어는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카오스이론에서 쓰는 복잡계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복잡하면 계가 아니다. 계系는 연결인데 복잡은 연결이 끊어진 상태다. 복잡한 상태에서 중복과 혼잡을 제거하면 단절이 연결로 바뀌고 축과 대칭의 구조가 드러난다. 구조에 에너지를 투입하면 시스템이 작동한다. 겉으로 복잡해 보이는 계에 에너지를 투입하면 시스템이 작동하며 안개가 걷히고 단순해진다. 원심분리기가 돌아가면 물체는 비중대로 줄을 선다. 키질을 하면 가벼운 것은 날아가고 무거운 것만 남는다. 순식간에 정리된다.


    계에 에너지를 투입하고 시스템을 작동시켜 복잡을 제거하고 단순화시키면 남는 것이 구조다. 카오스이론과 구조론은 같은 것을 반대편에서 바라보고 있다. 귀납이냐 연역이냐. 접근방식의 차이다. 연역이 정답이다. 천칭저울의 날개를 보지 말고 축을 봐야 한다. 우리가 판단해야 할 눈금은 그곳에 새겨진다.


    카오스이론도 약간은 기여는 있다. 어리석은 창조론자를 논박하는 도구를 제공한다. 창조론자는 세상이 복잡하므로 신의 창조는 고도의 잔대가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조론자의 신은 이명박이다. 잔대가리가 9단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창조는 쉽다. 세상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 에너지를 투입하면 시스템이 작동하여 단순화된다. 질에서 1을 작업하면 양에서 3125개가 따라온다. 자동복제가 된다. 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5단계 압축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노가다를 1/3125로 줄인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연의 나뭇잎을 모사한다고 치자. 프로그래머는 의외로 적은 시간을 들여 코딩을 완성한다. 어라? 3분 만에 나뭇잎이 뚝딱 나와버려. 기술 좋네. 왜 이렇게 간단하지? 원래는 복잡했잖아. 뭔가 있어. 여기까지는 카오스이론의 영역이다. 구조론은 그 이유를 제시한다.


    신은 3D를 넘어 4D를 쓰므로 일이 줄어든다. 단축키를 써서 작업시간을 단축한다. 얼핏 보기에는 2D보다 3D 애니메이션이 작업량이 많아 보인다. 3D는 세 개의 변수가 하나의 코어에 맞물리므로 하나를 작업하면 3개가 완성된다. 실제로는 하나의 코어에 변수 넷이 맞물린다. 구조론은 0차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길이만 지정하면 높이와 크기는 밸런스가 알아서 맞춰준다. 쉽잖아. 프로그램을 그렇게 짜는 것이다. 일일이 값을 지정할 이유가 없다. 몸무게 150킬로에 키가 170이면? 딱 김정은이네. 허리둘레와 목 굵기는 굳이 값을 지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알맞은 숫자가 할당된다.


    창조과학회 – 신은 이명박이니 엄청난 꼼수와 잔대가리를 구사하여 7일 만에 천지를 창조했다. 그것은 졸라리 빡센 작업이었다. 인간들은 탄복하라. 할렐루야.


    카오스이론 – 자연의 동형반복 패턴을 관찰하면 의외로 그게 쉽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을 관찰해보니 일을 쉽게 하는 기이한 끌개가 있더라.


    구조론 – 밸런스 위에 밸런스를 쌓는 형태로 5층까지 쌓아서 하나의 코어에 맞물리게 하면 하나의 변수를 조정해서 3125가지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순으로 차원의 층수가 올라가면 복잡한 구조가 쉽게 만들어진다.


    카오스이론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현상은 구조의 밸런스에 의한 것이다. 축과 대칭의 구조에 에너지를 투입하면 시스템이 작동하여 일을 한다. 패턴에는 반드시 대칭이 있고 대칭에는 반드시 코어가 있다. 코어의 존재를 모르므로 신기하게 보인다. 여러 가지 대칭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를 모르는 것이다. 패턴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그것을 찍어내는 거푸집이 있다. 무늬가 찍혀 있는 곳에는 반드시 그것을 찍는 도장이 있다. 그것은 천칭저울과 같은 모양이다. 자연은 무수한 저울의 집합이다.


    구조론은 카오스가 코스모스로 바뀌는 수학적 과정을 해명한다. 차원이라는 이름의 밸런스의 층이 쌓여서 카오스가 코스모스로 바뀐다. 이에 우주는 탄생한다. 어원으로 보면 카오스는 입을 벌린다는 뜻이다. 우주가 입을 벌리면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곳에는 바람이 분다. 카오스는 바람의 신이다. 그것은 변화다. 바람이 불면 변화가 일어난다. 태초의 무질서 상태에서 문득 큰 바람이 불더니 무수한 변화가 일어나서 끝내 우주의 질서에 도달하게 되며 카오스의 벌어진 입은 비로소 다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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