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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46 vote 0 2022.06.01 (16:58:23)


    태초에 상호작용이 있었다. 자극과 반응이 그것이다. 자극이 먼저 있었고 반응이 그다음에 일어났다. 카오스가 먼저 있었고 코스모스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변화가 먼저 있었고 안정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무질서가 먼저 있었고 질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원인이 먼저고 결과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처음을 사유해야 한다. 처음은 단端이다. 일이 처음 시작되는 뾰족한 첨단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단서를 얻으니 사건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된다. 고대인의 사유에서 힌트를 얻자. 탈레스의 물 일원론, 플라톤의 이데아론, 노자의 이유극강론에서 공통점은 무르다는 것이다. 옛사람은 무른 것에서 처음을 사유한 것이다.


    무른 것이 있으면 강한 것도 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단단한 것에 주목한다. 어느 쪽이 먼저일까? 무른 것이 먼저고 단단한 것은 나중이다. 현대의 과학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무른 양자가 먼저고 단단한 원자는 나중이다.


    무른 것 – 카오스, 변화, 무질서, 에너지, 음, 양자
    강한 것 – 코스모스, 안정, 질서, 물질, 양, 원자


    석가의 단端은 각별하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이것이 일어서면 저것이 일어선다. 석가의 연기법은 무른 것과 강한 것을 통일하고 있다. 이것과 저것이 쌍으로 서는 것이 시스템이다. 어원으로 보면 System은 쌍sys-으로 동시에 선다stand는 뜻이다. 이것과 저것의 상호작용이다.


    과학의 단端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내부에 상호작용을 장착하고 있다. 시스템은 카오스와 코스모스가 공존하지만 서열이 있다. 시스템은 무르다. 무른 것이 먼저다. 카오스가 먼저고 코스모스는 그다음이다. 에너지가 먼저고 물질은 그다음이다. 양자가 먼저고 원자는 그다음이다. 무질서가 먼저고 질서는 그다음이다.


    모든 것은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변화가 먼저다. 변화는 시스템에 의해 일어난다. 시스템은 쌍으로 선다. 쌍으로 서는 것은 대칭이다. 대칭은 축이 있다. 축과 대칭의 구조를 갖춘 것은 저울이다. 저울은 움직이므로 무르다. 저울에 계량되는 물체는 단단하다. 저울이 먼저다. 계량하는 물체는 그다음이다. 우주는 저울이다.


    천칭저울의 이쪽을 건드리면 저쪽이 움직이는 것이 상호작용이다. 닫힌계 안에서 이쪽과 저쪽이 코어에 잡혀 엮여 있는 것이 시스템이다. 닫힌계 바깥의 관측자에 대해서는 하나처럼 보인다. 원자는 그렇게 외부에서 관측된 하나다. 내부에는 양자가 있다. 둘이 시스템을 이루고 외부에 대해서는 하나로 행세하므로 효율을 얻는다. 그 효율이 만유를 움직이는 엔진이 된다.


    시스템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이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문화든 예술이든 그러한 구조가 있다. 시스템이 있다. 닫힌계 안에서 작동하는 상호작용구조가 있다. 축과 대칭의 천칭구조가 있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투입하면 시스템은 일정한 일을 한다. 그것은 둘인데 외부 관측자에 대해서는 하나로 행세한다. 우리는 하나의 그렇게 관측된 원자에 주목하지만, 그 이전에 닫힌계 내부에서 계를 이루고 맞물려 돌아가는 둘이 있다.


    만유의 단은 시스템이다. 태초에 시스템이 없었다. 카오스가 있었고, 무질서가 있었고, 변화가 있었고, 음이 있었고, 에너지가 있었다. 그것은 무른 것이었다. 무른 것에서 강한 것이 나온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가 나왔고, 무질서에서 질서가 나왔고, 변화에서 안정이 나왔고, 음에서 양이 나왔고, 에너지에서 물질이 나왔다.


    태초에 변화가 있었다. 변화는 공간의 방향전환이다. 처음에는 방향이 없었다. 에너지가 방향을 얻으면 그것이 물질이다. 방향전환이 일어나려면 내부에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대칭이 코어에 잡혀야 시스템이 된다. 비로소 시간의 탄생이다. 하나가 움직이면 둘이 움직이므로 같은 패턴이 복제되는 것이 시간이다.


    광속이 일정한 것은 패턴이 복제되기 때문이다. 같은 패턴의 변화가 반복된다. 우주는 척력이 먼저고 인력이 그다음이다. 처음에는 시스템이 없으므로 방향을 특정할 수 없는 것이 척력이다. 일정한 수학적 조건에서 코어가 갖추어져 상호작용의 시스템이 성립하면 대칭의 형태로 방향이 특정되는 것이 인력이다. 인력이 당기려면 중심이 있어야 한다. 대칭된 둘을 하나로 합친 계의 중심을 향해 정렬하는 것이 인력이다.


    사건은 무르고 사물은 단단하다. 무른 것이 먼저다. 유가 강을 이긴다. 사건이 사물을 이긴다. 사건은 척력을 인력으로 바꾸고, 카오스를 코스모스로 바꾸고, 확산을 수렴으로 바꾸고, 공간의 거리를 시간의 속도로 바꾼다. 이에 세상은 널리 이루어졌다. 강한 것은 그렇게 바뀐 것이다. 무른 것이 충돌하면 강한 것이 된다. 무질서가 충돌하면 질서가 된다. 양자가 충돌하면 원자가 된다. 에너지가 충돌하면 물질이 된다.


    만유는 대칭이다. 대칭은 둘이 충돌하여 코어에 잡힌다. 코어에 잡혀서 시스템을 이루면 디지털이고 코어에 잡히지 않고 밖에서 얼쩡거리면 아날로그다. 만유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꾼다. 코어가 있는 1이 코어가 없는 2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코어가 작용하면 외력의 작용에 대해서 2가 1로 행세하므로 의사결정비용이 절감된다. 효율이 비효율을 이겨서 세상을 하나의 질서에 가두는 것이다. 무질서가 질서로 바뀐다. 무질서를 질서로, 카오스를 코스모스로, 사건을 사물로, 에너지를 물질로 바꾸는 구조를 복제하여 만유를 추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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