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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0가지 철학개념

 

이다 ● 신(神), 존재, 생명, 자연, 물질 - 진리, 세계, 진보, 역사, 문명

있다 ● 인간, 실존, 자아, 일상, 인생 - 공동체, 국가, 권력, 투쟁, 사회

낫다 ● 정신, 깨달음, 가치, 의미, 마음 - 윤리, 이상, 미학, 규범, 도덕

하다 ● 이성, 인권, 사랑, 자유, 욕망 - 사상, 지혜, 소통, 지식, 언어

남다 ● 생존, 소유, 이익, 쾌락, 행복 - 생산, 자본, 신뢰, 효율, 문화

철학이란 무엇인가? 책에서 답을 구할 수 없다. 나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하여 자신있게 ‘이거다’ 하고 자신의 답을 제시하는 한 명의 철학자를 보지 못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답하기로 한다.

철학은 개념들의 포지션을 정한다. 개념들은 벼리와 갈피를 가진다. 중심개념이 있는가 하면 거기에 종속되어 있는 부수적인 개념도 있다. 개념들에서 중심을 찾고 의미의 계통을 따라 유연관계를 밝힌다.

세상의 모든 개념들을 포괄할 큰 그물을 만든다면 그 그물의 벼리는 이 50어가 되어야 한다. 물론 언어는 대개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므로 특정한 분류구분에 고착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포지션이다.

필자가 주장은 개념들 간의 유연관계에 있다. 예의 50어는 단순히 어휘들을 열거한 것이 아니라 가로세로로 일정한 포지션을 주어 다른 개념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의미를 추론할 수 있게 배치한 것이다.

언어의 다의성에 따라 예시한 어휘들이 그 포지션을 대효하는 유일한 개념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포지션은 유효하다. 개념들은 인과관계를 따라 묶음 단위로 패키지를 이루고 있으며 그러한 네트워크 구조는 유효하다.

왼편 25개념은 존재론으로부터 연역하여 전개한 것이며 오른편 25개념은 이를 복제하여 얻은 인식론의 귀납적 분류다. 왼편과 오른편의 어휘들은 개념의 쌍을 이룬다. 왼편 첫 단어 신(神)과 오른편 첫 단어 진리는 짝지어져 있다.  

왼쪽이 독립 개념이라면 오른쪽은 그것들의 집합이다. 왼쪽의 ‘인간’이 오른쪽의 ‘공동체’와 연결되는 식이다. 인간은 하나고 공동체는 그 인간이 모여서 이루어진 그룹이다. 존재론의 인간이 모여서 인식론의 공동체를 이룬다.

왼쪽의 ‘정신’이 모이면 오른쪽의 ‘윤리’다. 공동체의 정신이 윤리다. 개인이 판단하면 ‘이성’이고 공동체가 판단하면 ‘사상’이다. ‘권력’이란 공동체의 ‘자아’다. 개인에게는 ‘일상’이지만 공동체에게는 ‘투쟁’이다.

개인은 ‘생존, 소유, 이익, 쾌락, 행복’을 원하고 공동체는 ‘생산, 자본, 신뢰, 효율, 문화’를 원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의 다른 모든 철학 개념들은 이 50어에 하위 카테고리로 종속된다.  

이 작업의 의미는 개념들이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전개하는 의미의 고리들 사이에 꿰어져 연동되고 있으며 거기서 맥락을 파악할 수 있고 그러한 맥락을 통한 이해가 진정한 철학이라는 점을 아는데 있다.

이다 있다 낫다 하나 남다

족보의 촌수는 혈연관계를 나타낸다. 개념들도 족보를 가진다. 생물의 진화가 계통수를 따라 종속과목강문계로 전개되듯이 개념들은 유연관계를 따라 서로 연동되어 있다. 개념들의 유연관계를 결정하는 근본은 인과율이다.

인과율에 따라 하나의 사건 안에서 개념은 ‘이다≫있다≫낫다≫하다≫남다’로 전개된다. 이는 사건이 원인에서 결과로 전개하는 과정을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의 구조원리를 따라 전개시킨 것이다.

● 이다(질-입력) - 환경적 배경(원인)

● 있다(입자-저장) - 실체적 원인

● 낫다(힘-제어) - 가치의 판단

● 하다(운동-연산) - 실천과 행동

● 남다(량-출력) - 최종적 결과(결과)

‘이다’는 사건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를 따라 크게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그것은 장(場)이며 계(界)다. 곧 하나의 사건(事件)이며, 일(work)이며, 시스템이며, 패러다임이며, 카테고리다. 그것은 하나의 완전성이다.

‘이다’는 뒤따르는 ‘있다’와 ‘낫다’, ‘하다’, ‘남다’를 통일하는 큰 집이다. 있다≫낫다≫하다≫남다는 인과율에 따라 이다에 종속되어 묶음 단위를 이룬다. 세트를 이루고 패키지를 이룬다. 패키지 안에서 자기 포지션을 가진다.

개념들은 존재론과 인식론의 대응에 따라 가로세로로 전개한다. 세로방향의 신(神)≫인간≫정신≫이성≫생존은 존재론의 전개이며 그 맞은편의 진리≫공동체≫윤리≫사상≫생산은 인식론의 전개이다.

가로방향은 존재론과 인식론의 대응에 따라 2차적으로 전개된 개념들이다. 존재론의 5가 인식론의 5를 만나 25개념으로 전개되면서 그 25개념의 존재론이 복제되어 오른편 25개념의 인식론을 성립시켜 총 50개념을 이룬다.

           (존재론-연역)                      (인식론-귀납)
       ●  이다 있다 낫다 하다 남다       ◇   이다 있다 낫다 하다 남다
---------------------------------------------------------
이다신(神), 존재, 생명, 자연, 물질  - 진리, 세계, 진보, 역사, 문명
있다인간, 실존, 자아, 일상, 인생  - 공동체, 국가, 권력, 투쟁, 사회
낫다정신, 깨달음, 가치, 의미, 마음 - 윤리, 이상, 미학, 규범, 도덕
하다이성, 인권, 사랑, 자유, 욕망   - 사상, 지혜, 소통, 지식, 언어
남다생존, 소유, 이익, 쾌락, 행복   - 생산, 자본, 신뢰, 효율, 문화

두번째 줄 ‘있다’는 그 ‘이다’의 울타리 안에서 부분과 전체를 결합하는 실체다. ‘이다’의 장(場)과 계(界)는 우리가 직접 상대할 수 없다. 만질수도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다. 단지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이다’는 태산처럼 바다처럼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있다’는 그 ‘이다’의 바다에 뜬 배다. 구체적으로 존재한다. 인간이 개입하여 상대할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다.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의 개념이 가로세로에 따라 ‘이다’에 속하면서 동시에 ‘있다’에 속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반면 가운데의 ‘가치’와 ‘미학’은 포지션이 고정되어 있다. 언제나 ‘낫다’에 속하다.

포지션의 이름들을 주어가 아닌 술어로 기능하는 형용사와 동사로 정한 것은 직관적인 인식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물질로 보면 ‘질, 입자, 힘, 운동, 량’이고 컴퓨터용어로 보면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이다.

언어는 주어와 술어의 대칭에 의해 구조화 되어 있다. ‘이다’는 주어에 대해 술어로서 문장 전체를 대표한다. ‘있다’는 뒤에 추가적인 설명이 따를 가능성을 남겨둔다. 낫다, 하다, 남다가 따라온다.

하나의 문장은 주어와 술어 사이에서 묻고 답하기가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다’가 긍정될 때 ‘있다’가 질문되며, ‘있다’가 긍정될 때 ‘낫다’가 질문되며 ‘낫다’가 긍정될 때 ‘하다’가, ‘하다’가 긍정될 때 ‘남다’가 질문된다.

언어는 자문자답의 구조를 가진다. 주어는 질문하고 술어는 답변한다. ‘홍길동은 사람이다’라는 문장은 ‘문-홍길동은?’ ‘답-사람이다’의 대칭구조로 해체될 수 있다. 설사 진술에서 주어가 생략되었더라도 그러한 질문이 함의되어 있다.

● 질문 ● 답변
어디지? 집이다.
무엇이지? 홍길동이 있다.
왜지? 훔치는게 낫다.
어떻게 했지? 담넘기를 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경찰에 체포된 결과가 남다.

‘어제 집에서/도둑 홍길동이/물건을 훔치려고/담을 넘다가/경찰에 잡혔다’는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진다. 여러 나라의 언어가 각각 문법이 다르더라도 스스로 묻고 답하며 문장을 유도해내는 본질은 같다.

여기서 인과의 고리가 가지는 의미는 앞선 ‘이다’가 부정된 경우 다음의 ‘있다’가 뒤따를 수 없다는데 있다. 이다≫있다≫낫다≫하다≫남다의 전개는 그 항상 이전단계의 긍정을 전제로 한다.

●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
●   질, 입자,   힘, 운동,   량
● 이다, 있다, 낫다, 하다, 남다

입력이 긍정될 때 저장을 묻고, 저장이 긍정될 때 제어를 결정하며, 제어가 결정된 후 연산이 시작되고, 연산이 있은 후에 출력이 가능하다. 이 순서는 절대로 뒤집을 수 없다. 인과율에 따라 원인이 없이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존재론과 인식론

하나의 문장은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존재론과 인식론의 진술을 교차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묻고 답하기로 ‘이다≫있다≫낫다≫하다≫남다’를 전개시키면서 그 각 단계마다 내부에서의 묻고 답하기가 있는 것이다.

● 어제-집에서(인식론/존재론)
● 도둑-홍길동이(인식론/존재론)
● 물건을-훔치려고(인식론/존재론)
● 담을-넘다가(인식론/존재론)
● 경찰에-잡혔다(인식론/존재론)

‘집에서/홍길동이/훔치려고/넘다가/잡혔다’는 존재론의 연역적 전개이고 그에 전제되는 ‘어제/도둑/물건을/담을/경찰에’는 인식론의 귀납적 전개이다. 이러한 대응구조를 통하여 개념은 복제된다.

50개념의 맨 윗줄 ‘이다’의 가로방향으로 전개된 10개념을 포지션에 따라 전개시키면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진다. 신(神), 존재, 생명, 자연, 물질 - 진리, 세계, 진보, 역사, 문명을 각각 짝지을 수 있다.

● 신(神)의 진리에서/존재의 세계가/생명의 진보를 위해/자연히 역사하여/물질의 문명을 남겼다.

같은 방법으로 다섯개의 문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개념들은 고립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문장구조 안에 꿰어져 있는 것이다. 각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세로방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신의 진리를 토대로/인간의 공동체가/정신의 윤리를 위해/이성적인 사상으로/생존할 수 있는 생산을 이루었다.

이 방법을 작용하면 개념들의 의미가 명확히 드러난다. 개념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네트워크 안에서 자기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우리는 철학할 수 있다. 사유할 수 있다.

인간이 사유한다는 것은 언어본능에 따라 문장구조 안에서 개념들이 가진 포지션을 추적하여 의미를 알아채고 그렇게 알아낸 의미에 연동시켜 다양하게 전개하는 방법으로 그 의미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언어본능이 있기 때문이고 인간의 언어본능은 정확하게 문장구조를 따라간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을 할때 1초 후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

말을 하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언어는 사전에 설계된 목적과 의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포지션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컨셉을 잡는가에 따라 진술될 문장이 결정된다.

무엇인가? 맨 처음 떠올린 단어의 포지션에 따라 뒤따를 단어의 포지션이 결정되는 것이다. 처음 진리를 떠올렸다면 그 다음 세계가 따른다. 그러므로 처음 어떤 단어를 떠올리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이 개념이고 컨셉이다.

이다≫있다≫낫다≫하다≫남다의 전개에서 처음 ‘이익’이나 ‘쾌락’ 혹은 ‘행복’을 떠올렸다면 그 다음에 따라오는 단어는 제한된다. 다섯째 줄 ‘남다’에 속하는 이익이나 쾌락 뒤에 첫째줄 진리나 진보나 역사가 따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과율에 따라 이다≫있다≫낫다≫하다≫남다의 순서를 거스를 수는 없으므로 맨 처음 진리나, 생명이나, 자연이나, 역사나, 진보를 떠올리지 않으면 깊이있는 사유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철학하지 못하는 이유는 맨 처음 ‘이다’가 아닌 ‘하다’나 ‘남다’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는 개념을 잡지 못한 것이며 컨셉을 얻지 못한 것이다. 컨셉을 잡지 못하면 소설을 쓸 수도 없고 시를 지을 수도 없다.

인간의 뇌구조는 언어본능에 다라 문장구조가 지시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神), 존재, 생명, 자연, 물질 - 진리, 세계, 진보, 역사, 문명과 같은 고도의 추상개념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다’에 속하는 이 열 단어는 시인의 원고지와 같고 화가의 캔버스와 같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려면 먼저 이젤을 세우고 캔버스를 펼쳐야 한다. 그 다음 ‘있다’에 속하는 열 단어는 연필과 같고 물감과도 같다.

‘낫다’에 속하는 단어들은 붓과 같고, 하다는 그리기와 같고, 남다는 그려진 그림이다. ‘이다’의 캔버스에, ‘있다’의 물감을 짜서, ‘낫다’의 붓으로, ‘하다’의 그림을 그려, ,남다,의 작품을 남기는 것이다.

사유의 기술

생각은 그저 머리에 힘을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철학적 사유를 진행하는 능력이 없다.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다’의 캔버스를 펼치지 않으면 ‘있다’의 물감을 찾을 수 없다.

인간의 뇌구조가 그렇게 세팅되어 있다. 인간의 뇌는 언어본능을 따라 작동하므로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사유를 얻을 수 없다. 먼저 컨셉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예의 50어가 그 컨셉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언어가 존재론과 인식론의 묻고 답하기식 대칭구조로 되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존재론은 ‘하나’를 따라간다. 인식론은 그 ‘하나’를 복제한다. 존재론이 하나의 ‘인간’을 제시한다면 인식론은 그 인간의 ‘공동체’인 것이다.

왼편의 25개념은 존재론이고 오른편 25개념은 인식론이다. 오른편 개념들은 왼편 개념들을 복제하고 집적한 것이다. 개념의 트리구조에서 한 뿌리, 한 줄기, 한 가지, 한 잎, 한 꽃이 존재론이다.

반면 많은 꽃들 중에서 한 잎, 많은 잎들 중에서 한 가지 그리고 한 줄기, 한 뿌리를 찾는 것이 인식론이다. 하나의 사건은 존재론의 존개를 따라 점차 뾰족해지고 인식론의 전개를 따라 너른 지평을 얻는다.

존재론은 위에서 아래로 전개한다. 신, 존재, 생명, 자연, 물질의 근본에서 생존, 소유, 이익, 쾌락, 행복의 말단부로 이행한다. 이는 큰 나무의 뿌리에서 뾰족한 가지 끝으로 가는 흐름이다. 존재론은 전개할수록 세부적으로 간다.

인식론은 아래에서 위로 집적한다. 생산, 자본, 신뢰, 효율, 문화의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서 점차 더 높은 층위로 상승하여 궁극적으로 진리, 세계, 진보, 역사, 문명이라는 커다란 지평에 도달한다.

철학은 그 인식의 지평을 여는 것이다. 철학은 신≫인간≫정신≫이성≫생존의 존재론적 전개를 거쳐 생산≫사상≫윤리≫공동체≫진리의 인식론적 환원으로 1사이클을 완성하는 것으로 끝난다. 철학은 완성된다.  

그러므로 철학은 ‘신(神)이란? 존재란? 생명이란? 자연이란? 물질이란?’의 다섯가지 질문에서 출발하며 ‘진리, 세계, 진보, 역사, 문명’이라는 다섯가지 답을 얻는 것으로 완결된다. 나머지는 그 사이에서 연결한다.

● 신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진리다.
● 존재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세계다.
●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진보다.
● 자연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역사다.
● 물질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문명이다.

신을 아는 사람은 진리를 말할 수 있고, 존재를 아는 사람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고, 생명을 아는 사람은 진보를 추동할 수 있고, 자연을 아는 사람은 역사의 흐름에 몸을 실을 수 있고, 물질을 아는 사람은 문명에 기여할 수 있다.

개념들은 다섯이 세트를 이루고 패키지를 이루고 묶음 단위를 이루고 있다. 하나의 묶음이 하나의 사건이다. 곧 하나의 문장을 구성한다. 그 문장구조 안에서 앞서는 단어는 원인이 되고 뒤따르는 단어는 결과가 된다.

신이 원인이면 존재는 결과다. 존재가 원인이면 생명은 결과다. 생명이 원인이면 자연은 결과다. 자연이 원인이면 물질은 결과다. 마찬가지로 위쪽의 단어가 원인이면 아랫쪽의 단어는 결과다.

신이 원인이면 인간은 결과, 인간이 원인이면 정신은 결과, 정신이 원인이면 이성은 결과, 이성이 원인이면 생존은 결과다. 이와 같은 인과율의 논리에 의해 전체는 한 줄에 꿰어진다. 하나의 트리를 구성한다.

왼쪽에 있는 존재론의 25개념이 원인이면 오른쪽 인식론의 25개념은 결과다. 존재론은 인식론의 근거이고 인식론은 존재론을 복제한 결과다. 존재론은 자연의 질문이고 인식론은 인간의 답변이다.  

존재론은 질문하고 인식론은 답변한다

최초에 주어진 것이 존재론이고 그 주어진 존재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여 크게 무리를 이룬 것이 인식론이다. 인간은 원래부터 주어져 있으므로 존재론이고 그 인간이 만든 공동체는 나중에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식론이다.

넷째 줄 ‘하다’에서 존재론의 이성, 인권, 사랑, 자유, 욕망은 원래 있는 것이고 인식론의 사상, 지혜, 소통, 지식, 언어는 나중 만들어진 것이다. 이성이 모여서 사상을 이루고 인권이 모여서 지혜를 이루고 사랑이 모여서 소통을 이룬다.

● 신(神), 존재, 생명, 자연, 물질  - 진리, 세계, 진보, 역사, 문명
● 인간, 실존, 자아, 일상, 인생  - 공동체, 국가, 권력, 투쟁, 사회
● 정신, 깨달음, 가치, 의미, 마음 - 윤리, 이상, 미학, 규범, 도덕
● 이성, 인권, 사랑, 자유, 욕망   - 사상, 지혜, 소통, 지식, 언어
● 생존, 소유, 이익, 쾌락, 행복   - 생산, 자본, 신뢰, 효율, 문화

표의 의의는 특정 개념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다는 데 있다. ‘진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있을 때 오른편에 있는 진보는 왼편에 있는 생명을 복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의 진보는 생명이고 역사의 생명은 진보다.

자연은 생명이 진보하여 생태계의 진화를 이루고 인간의 공동체는 역사에 생명을 불어넣어 진보로 나타난다. 인식론은 존재론을 복제하고 있으므로 오른편 인식론에 속하는 단어의 근거를 왼편 존재론에서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권력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동체의 자아가 권력이라고 답할 수 있다. 반대로 ‘자아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는 인간 자신의 권력이 자아라고 답할 수 있다.

자아란 곧 자기통제권이다. 자기 자신이 자신의 마음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근거가 자아다. 만약 자아가 없다면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수 없다. 동물은 자아가 성숙하지 못하므로 본능을 극복하지 못한다.

인간이 동물처럼 본능을 따른다면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 해야 한다. 그러나 영웅들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영웅들은 본능을 극복하고 있으며 그것은 자기 주도권이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통제하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인의 자아가 사회로 나타난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집단적 자아인 것이다. 자아가 개인의 자기결정권이라면 권력은 집단의 자기결정권이다. 이렇듯 인식론의 근거는 존재론이고 존재론의 전개는 인식론이다.

표를 활용하면 고도의 추상개념이라도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다. 윤리란 무엇인가? 이상이란 무엇인가? 미학이란 무엇인가? 규범이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답할 수 있다.

개인의 정신이 집단의 윤리가 된다. 개인의 깨달음이 집단의 이상이 된다. 개인의 가치가 집단의 미학이 된다. 개인의 의미가 집단의 규범이 된다. 개인의 마음이 집단의 도덕을 형성한다.

개념들은 자신의 주소지를 가진다. 집배원이 겉봉에 씌어진 주소를 보고 우편물의 목적지를 찾아가듯이 어떤 질문이든 바로 답할 수 있다. 바로 본질로 쳐들어갈 수 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개념들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표에 의지하여 윤리와 도덕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윤리와 도덕 사이에는 이상과 미학과 규범이 있다. 공동체의 윤리에 이상이 반영되어 있고 그 이상이 미학과 규범으로 전개하다가 최종적으로 개인에게 도덕을 요구한다.

윤리는 도덕의 총합이며 도덕은 그 윤리가 개인에게 할당된 각자의 몫이다. 윤리는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느슨한 것이고, 도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것이다.  

윤리는 멀리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며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도덕은 가깝게 다가와 세부적으로 간섭하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 어길 수도 있지만 다른 선한 행동으로 보상하여 되물릴 수 있는 것이다.

● 울타리(질-이다) - 장(場), 계(界), 패러다임
● 나무(입자-있다) - 구체적인 모습과 형태가 있다.
● 가지(힘-낫다) - 갈림길에서 더 나은 것을 선택하다.
● 꽃(운동-하다) - 움직여서 행동하다.
● 열매(량-남다) - 최종적인 결과.

윤리는 크게 울타리를 쳐서 장(場)과 계(界)를 이룬다. 그 윤리의 큰 울타리 안에 이상이라는 나무가 자라서 미학이라는 가지에 규범이라는 꽃을 피우고 도덕이라는 열매를 남기는 것이다. 이렇듯 종적(縱的)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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