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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451 vote 0 2022.01.31 (00:31:08)

    과학과 주술은 에너지의 방향이 다르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개소리를 가려내는 데는 1초 정도의 시간투자로 충분하다. 에너지의 방향이 수렴되면 과학이고 확산되면 주술이다. 본질은 상호작용이다. 자연계의 모든 변화는 하나의 밸런스가 깨졌을 때 또다른 밸런스로 갈아타는 것이다. 상호작용은 둘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에너지는 상호장용의 접점을 이루는 한 점에 수렴된다. 과학은 밸런스의 균형점을 찾아낸다. 인간이 통제해야 할 한 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아도 상호작용의 균형점을 따라 도는 것이다. 전축의 바늘이라도 레코드판의 홈에 닿는 접점이 있다. 인간이 추적하는 범위가 점차 압축되어 가면 과학이다. 반대로 주술은 아무거나 하나만 걸려라 하고 마구잡이로 투척하는 것이다. 주술사가 별짓을 다하다 보면 운 좋게 환자의 병이 치료될 수도 있다. 그것은 재현되지 않고 복제되지 않으므로 과학이 아니다.

      

    아기가 큰 소리로 울어야 어른이 달려오는 것과 같다. 모든 비과학의 개소리는 아기가 목청껏 울어서 어른을 부르는 행동이다. 그 에너지의 방향은 확산이다. 줄기찬 관종짓으로 일을 키우다 보면 어른의 귀에 들어가서 반응이 온다. 마녀를 열심히 죽이다 보면 하느님이 관심을 가져주겠지 하는 식이다. 모든 괴력난신, 허무맹랑, 음모론, 관념놀음, 프레임 걸기, 우상화 놀음은 막연히 일을 키우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려는 주술사의 행동이다. 자신이 해결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의 대응에 의지하는 것이다. 집단에 의지하는 동물의 본능이다. 이 방법으로는 문제를 발굴하고 집단에 떠넘길 뿐 해결하지 못한다.

      

    인간의 개소리가 다양한 이유는 어떻게든 상대를 자극하여 반응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집단 안에서 역할을 획득하고 집단과 결속하려는 동물적 본능 때문이다. 원시 부족민이 호들갑을 떨고 패닉에 빠지는 관종행동을 하면 집단과 관계를 긴밀하게 만들어 생존확률을 높인다. 물론 족장은 그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파수꾼은 까칠해야 하고 리더는 의연해야 한다. 주술사는 경거망동하는 파수꾼의 행동을 해도 과학자는 점잖은 족장의 행동을 해야 한다.

      

    문제는 상호작용을 시도해도 상대의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점이다. 자극을 했는데도 반응이 약할 때는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더 극단적인 주장을 하게 된다. 상대가 반응할 때까지 자극의 강도를 높이다 보면 언어는 관념화 되고 우상화 된다. 프레임이 걸리고 이분법이 된다. 흑백논리가 기승을 부린다. 애매하게 말하면 안 되고 극단적으로 말해야 한다. 너죽고 나죽기가 된다. 침소봉대 하다 보면 과학의 언어가 아닌 주술의 언어가 된다. 그것이 에너지의 확산방향이다.

      

    존재는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은 연결이다. 언어도 상호작용이다. 언어는 의미다. 의미는 연결이다. 존재는 한 점에서 연결된다. 병을 치료해도 한 점의 약이 한 점의 환부에 작용한다. 점은 작은 점이며 과학은 작아지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약이 환부에 잘 전달되지 않으면? 용량을 늘려야 한다. 대상과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목청을 높이는 것이다. 모든 개소리의 공통점은 일방작용이라는 점이다. 일방작용은 연결의 실패다. 골이 들어가지 않으면? 더 많은 슛을 날려본다.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더 세게 눌러본다. 관념화 되고 우상화 될수록 일방작용이다. 아기가 울어도 어른들이 시큰둥하면? 더 큰 목소리로 울어본다. 그것이 일방작용이다. 모든 괴력난신, 허무맹랑, 음모론, 개소리가 공통적으로 쓰는 기술이다.

      

    상호작용은 호흡이 맞아야 한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신호의 강도를 높인다.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매질이라도 해본다. 뜻대로 안 되면 상대방을 통제하는 물리적인 지렛대를 박으려고 한다. 그런 행동이 모이다 보면 우연히 상호작용이 성공되어서 결과적으로 부족민의 생존확률을 약간 높인다. 주술도 쓰임새가 있다. 그러나 에너지 낭비가 막심하다. 신호의 강도를 높여서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려고 한다는 것은 상대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호작용이 아닌 일방작용이라는 말이다.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연결의 접점이 되는 한 점의 확보에 실패한 증거다.

      

    연결의 접점은 크지 않다. 귓구멍은 작아도 소리를 연결하고, 눈동자는 작아도 시야를 확보한다. 안테나는 작아도 라디오는 작동하고, 칼날이 좁아도 생선을 자른다. 하나의 작은 호루라기로 3백 명에게 신호를 전달한다. 과학은 그 작은 지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도구의 이용으로 가능하다. 수학공식도 도구다. 자연법칙도 도구다. 물리적이든 추상적이든 정확히 일치하여 연결을 성공시키는 한 점을 확보한다는 점은 같다.

      

    know의 어원은 can이다. can은 관이다. 관 속에 있는 것은 손이 닿지 않아 꺼낼 수 없다. 굴속에 있는 것을 꺼낼 수 있는가? 손이 닿아야 하는데 닿지 않는다. 그럴 때 도구가 필요하다. 과학은 도구를 이용하여 손이 닿지 않는 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닿으면 연결되고 연결되면 할 수 있고can 할 수 있는 것이 지식know이다. 연결의 한 점으로 좁혀가는 것이 과학이다.

      

    과학자는 일반인과 뇌구조가 다르고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사고방식이 달라야 한다.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야 한다. 부족민이 일제히 패닉에 빠져도 족장은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과학자는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도구는 한 점을 연결한다. 칼은 예리한 날로 자른다. 펜은 예리한 촉으로 쓴다. 총은 작은 공이로 뇌관을 때린다. 활은 활시위의 한 점을 놓는다. 도구는 한 점에 도달하게 한다. 현미경은 작은 한 점을 찾아낸다. 그 에너지의 방향은 수렴이다.

      

    답은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은 하나의 밸런스가 깨졌을 때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절차다. 상호작용은 하나의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물리학의 모든 성과는 뉴턴 3법칙에서 파생된다. 3법칙 중에서도 힘의 법칙이다. 뉴턴 3법칙의 본질은 에너지가 형태를 바꾼다는 거다. 그것이 F=MA다. 과학자가 진화를 설명해도 같은 형태라야 한다. 힘이 같다면 질량이 늘거나 속도가 빨라진다. 저울이 평형이라면 이쪽을 늘리거나 저쪽을 줄여야 조절된다. 생물의 진화가 같다면 환경변화가 늘거나 변이가 줄어야 한다. 물리가 F=MA라면 진화=환경변화와 돌연변이의 균형이다. 과학자는 반드시 이런 식의 방정식을 하나 들고 와야 한다. 자연선택은 우연히 선택되므로 확산방향이다. 방정식이 없으므로 비과학이다. 1초 만에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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