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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69 vote 0 2022.11.01 (14:12:25)

    세상은 힘에 의해 움직인다. 누구나 힘을 갖고 싶어한다. 문제도 힘이고 답도 힘이다. 그런데 힘을 모른다. 더욱 구조의 힘을 모른다. 구조론을 모르기 때문이다. 불과 몇십 명의 태보운동이 거대한 강변 테크노마트 빌딩을 흔들었다는 사실을 설명해도 믿지 않는다.


    많은 음모론이 구조론을 몰라서 생기는 해프닝이다. 세월호가 왜 넘어지는지 설명해줘도 믿지 않는다. 세월호의 에너지가 10만 톤이면 그걸 넘어뜨리는데 필요한 힘도 10만 톤이다. 그 바다에 10만 톤의 에너지를 가진 물체는 세월호 자신 밖에 없다. 세월호는 자신의 슬립에 의해서만 침몰될 수 있다.


    이는 초딩도 아는 간단한 산수다. 수학은 속이지 않는다. 천안함을 단숨에 찢어버리는 막강한 힘은 유체역학 외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다. 형광등은 안 건드리고 철판만 골라서 찢어버리는게 유체역학이다. 공부 좀 해라. 인간들아. 인문계도 알건 알아야 한다.


    센 바람도 거뜬히 견디는 현수교가 약한 바람에 파괴된다. 많은 인파를 견디는 출렁다리가 발맞춰 가는 적은 숫자의 병사에 의해 끊어진다. 삼풍백화점이 왜 무너졌는지는 전문가도 정확한 메커니즘을 모르더라. 고작 비행기 한 대 무게에 거대한 쌍둥이 빌딩이 통째 무너지겠느냐는 음모론도 있다.


    지식인이 인터넷에서 발언하려면 음모론의 유혹을 극복하고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배운 사람은 일반인과 생각하는게 다르다는 점을 과시해야 한다. 프로와 아마가 같겠냐? 구조론을 알아야 한다.


    이태원 골목길에 세 가지 힘이 모여서 사람을 죽였다. 내리막길 효과와 좁은병목 효과에 밀어대기 효과의 3박자다. 내리막길은 소방청이나 경찰이 통행을 차단했어야 했다. 좁은병목은 해밀턴 호텔이 불법건축을 했다. 게다가 토끼 머리띠 6인방이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있다. 


    조금 밀어도 내리막길과 병목을 만나 증폭된다. 각운동량 보존에 의해 거리가 속도로 바뀌면서 압력이 증폭된다. 많은 인파가 내리막길에서 좁혀지며 유체의 효과를 일으킨다. 내리막길의 경사가 지렛대 역할을 한다. 


    고체는 힘이 작용방향으로 동시에 전달되는데 유체는 계를 이루고 시간차 공격을 한다. 계 내부에서 균일해진 다음 전체의 힘이 가장 약한 한 점에 집중된다. 약한 고리가 끊어진다. 포크레인이 유압의 힘으로 움직이는 원리다. 


    문제는 시간차 공격이다. 사람들이 공간은 아는데 시간을 모른다. 초음속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일어나는 소닉붐은 공간의 집합이 아니고 시간의 집합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해지는 파동의 힘은 공간의 힘에 시간의 힘을 더하므로 제곱이 된다. 


    사람이 300킬로의 무게는 견딜 수 있다. 그러나 파동을 타고 흔들리는 300킬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군중이 밀집하여 움직이면 유체가 된다. 유체의 균일화 현상으로 처음에는 힘이 분산되어 고체에 비해 타격이 약하다. 그러나 일정 이상의 힘을 가하면 내부압력이 균일해진 다음 약한 고리에 전체의 힘이 집중된다. 균일화 과정에는 타격이 없으므로 처음에는 고통을 못 느낀다.


    갑자기 한 점에 에너지가 집중되는데 순식간에 죽는다. 대다수는 깔려서 죽은게 아니고 기절한 상태에서 호흡곤란으로 죽었다. 주짓수 고수가 기술을 걸면 보통 5초 만에 기절한다.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서 기절하면 죽는다. 많은 사람이 제 자리에 똑바로 서서 죽었다.


    격투기 선수가 맨주먹에 맞으면 뼈만 부러지는데 권투선수가 글러브에 맞으면 뇌가 흔들려 죽는다. 글러브가 타격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지만 일정 이상의 타격을 가하면 반대가 된다. 소닉붐은 공기가 공기를 밀고가면서 공기벽을 만든다. 권투 글러브도 챔피언이 치면 충격파를 만든다.

 

    권투선수는 골반을 틀어서 체중을 싣는 요령을 알기 때문에 시간차 효과를 만든다. 태껸의 느진발질과 같다. 발을 휘두르는 속도 힘이 아니라 체중을 실어서 2차타격을 한다. 강하고 짧은 힘보다 느리고 꾸준한 힘이 파괴력이 있다. 돌기둥이나 나무 말뚝을 흔들어 보면 알 수 있다. 


    약한 힘을 서서히 가하며 파동을 주면 나무말뚝이 더 잘 흔들린다. 작용에 대한 반작용 힘이 본인에게 되돌아오는게 아니고 그 반동의 힘에 2차 작용을 더해서 증폭된다. 그네를 밀어보면 알 수 있다. 밀려갔다가 되돌아오는 힘이 두 번째 밀기에 보태져서 막강해지는게 시간차 힘이다.


    쇠를 자르는 워터제트나 대전차로켓의 메탈제트처럼 유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먼로 노이만 효과다. 성형작약탄은 액체금속이 고속회전 하면서 두께가 1미터나 쇠를 뚫어낸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대전차로켓의 원리를 몰라서 탄약병들도 군대에서 잘못 배웠다.


    3천 도의 고열을 내는 액체금속이 전차의 장갑을 녹여서 미세한 구멍을 뚫고 전차 내부로 3천 도의 뜨거운 공기를 밀어넣어 인원을 살상한다고 90년대에 배웠다. 그게 틀렸다. 사실은 메탈 제트가 드릴처럼 고속회전하면서 쇠를 갉아먹는다고. 직관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그러나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적용하면 그 보존된 에너지가 어디로 갔을까? 에너지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성형작약탄 깔때기는 에너지를 모아주기만 한다. 에너지가 집결되면 거리가 좁혀진 만큼 속도가 빨라지며 메탈제트의 금속분자가 고속으로 회전한다.


    법칙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화약을 폭발시키는 폭속이 1초에 7킬인데 그 속도가 금속분자 운동속도로 바뀌어 각운동량이 보존된다. 액체 금속 분자가 1초에 7킬로 속도로 회전하면 충분히 쇠를 갉아먹는다. 이런 현상은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없으므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보통은 고체로 되어 있고 고체는 깨지면서 에너지를 흩어버린다. 에너지는 주변 어딘가에 흡수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메탈제트는 액체라서 흩어지지 않는다. 덩어리를 이루고 계속 전진한다. 폭속 에너지가 회전력 속에 숨는다.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 정확히 아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나무가 불에 탄다고 믿지만 틀렸다. 나무를 가열하면 목재에서 빠져나온 목탄가스가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연소반응을 일으킨다. 이 정도는 작은 차이라고 무시하기 쉽지만 제대로 알아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홍수가 나면 건장한 사람이 물살에 휩쓸려간다. 흙탕물 속에 통나무와 바위가 떠다닌다는 사실을 모른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계곡에서 갑자기 불어난 급류 속의 떠내려오는 돌에 부딪혀 쓰러진다. 태풍이 오면 집채만 한 바위가 해운대 아파트 앞 도로 위에 턱 걸터앉는다. 믿어지나? 그러나 돌과 돌이 충돌하면 어떨까? 


    물속에서 구르는 돌과 돌이 부딪혀 돌을 띄운다. 파도는 파동이다. 파동은 시간차 공격을 하기 때문에 그만한 힘이 있다. 공간의 힘에 시간의 힘을 더하면 상상할 수 없는 제곱의 파워가 만들어진다. 테크노마트 빌딩이 흔들린다. 


    정의당처럼 많이 배웠다는 좌파 지식인이 정치게임에서 판판이 깨지는 이유는 공간의 덧셈 힘은 아는데 시간의 제곱 힘을 모르기 때문이다. 선거전에 쪽수 모으는 것은 공간의 덧셈 힘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은 시간의 곱셈 힘이다. 그냥 원투 치는 것과 크로스 카운터는 파괴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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