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29 vote 0 2023.01.30 (19:34:56)


    황당한게 자연발생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발생'이라는 개념이다. 그런데 발생이 뭐지? 미생물에 의해 생물이 번식한다면 쉽다. 발생이 뭐냐고? 그건 미생물에게 물어봐. 문제를 떠넘기면 된다. 그런데 자연발생설로 가면 발생론이라는 새로운 과학과 철학이 태동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거야? 발생의 메커니즘이 뭐야? 이거 대박이다. 창조설 찜쪄먹고 진화론 압도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발생학이 등장해 주시는 거다. 그런데 왜 아무도 자연발생설을 뒷받침하는 발생론을 논하지 않는가?


    언어가 과학에 앞선다는 말은 이런 의미다. 얼버무리기 없다. 인간들이 말을 애매하게 한다. AI 하는 사람들이 창발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런데 창발이 뭐지? 뜻을 알고 쓰는 사람은 없다. 비겁한 짓이다. 이런 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말을 똑바로 하라는 공자의 정명사상에서 배워야 한다.


    어떤 사람이 혼자 길을 간다면 지구와 대칭이다. 두 사람이 함께 간다면 옆사람과 대칭이다. 대칭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대칭이 자리를 바꿨다. 창발은 자리바꿈이다. 무에서 유가 출현한 것이 아니라 숨어 있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주 안의 모든 변화는 자리바꿈이고 방향전환이다.


    변화는 계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계 내부에 밸런스가 있다. 그것은 갑자기 개입한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창발이라는 말을 한다. 창발은 계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다가 뒤늦게 알아채는 것이다. 자연의 모든 변화는 밸런스의 재조립이다. 창발은 기존에 없던 다른 형태의 밸런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복제된 것이다. 닫힌계 안에서 밸런스의 격발에 의해 존재는 기능을 획득한다.


    격발 이전에 전달이 있다. 발생론을 쓰려면 먼저 전달론을 써야 한다. 전달은 대칭을 따라간다. 첫 번째 도미노의 쓰러짐이 발생이라면 두 번째 도미노의 쓰러짐은 발생한 기능의 전달이다. 도미노가 둘이면 전달과 발생이 구분된다. 창발은 전달과 발생의 구분이다. 불을 켜는 것이 발생이면 불이 옮겨붙는 것은 전달이다. 인류의 대부분의 착오가 발생과 전달을 헷갈린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54 양자역학 김동렬 2024-02-03 1471
6653 진평분육 김동렬 2024-02-02 1840
6652 호남 가서 약자혐오 이준석 1 김동렬 2024-02-01 1831
6651 존재는 도구다 김동렬 2024-02-01 1164
6650 조절이냐 선택이냐 김동렬 2024-01-31 1408
6649 주체의 사상 김동렬 2024-01-30 1514
6648 예뻐지고 싶다는 거짓말 김동렬 2024-01-30 2091
6647 조절장치 김동렬 2024-01-29 1381
6646 간섭 김동렬 2024-01-28 1651
6645 천공의 전쟁지령 김동렬 2024-01-27 2453
6644 이것과 저것 1 김동렬 2024-01-26 1662
6643 권력자의 심리 김동렬 2024-01-25 2265
6642 석가의 깨달음 김동렬 2024-01-25 1997
6641 이언주의 귀환 김동렬 2024-01-23 2631
6640 시정잡배 윤한 1 김동렬 2024-01-23 2313
6639 윤영조와 한사도 김동렬 2024-01-22 2320
6638 클린스만은 손절하자 김동렬 2024-01-21 2998
6637 입력과 출력 김동렬 2024-01-20 1671
6636 마리 앙투아네트 김건희 김동렬 2024-01-20 2035
6635 한동훈의 까불이 정치 1 김동렬 2024-01-19 2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