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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197 vote 0 2004.01.13 (13:25:37)

전들 알겠습니까마는(정보가 부족하지요.) 일단 ‘정동영형의 인간’이 대성하는 유형에 속하는 것은 맞습니다. 무엇인가? 밑바닥체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근데 밑바닥이 무엇일까요? 노무현은 과연 바닥 출신일까요?

『 YS 집어넣고 세대교체를 넘어 시대교체 합시다.  』

노무현이 서민의 마음을 알까요? 또 정치지도자가 서민의 마음씩이나 알 필요가 있을까요? 연탄 한 장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야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연탄 한장이 얼마인지는 저도 모릅니다.(그걸 어케 알어?)

옥탑방이 뭔지 몰랐다는건 확실히 문제가 있지만.. 요는 ‘어떤 일의 전 과정’에 참여해 보았는가입니다. 예컨대 옛날의 재벌들은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 말단직원으로 내려보내 부서마다 뺑뺑이를 시킨다 말입니다.

모든 부서에 한번씩 근무해 보게 하므로서 회사가 전반적으로 어케 돌아가는지를 알려주는거죠. (요즘 재벌은 그냥 입에다 조단위로 처넣어 준다지만)

정치가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의 독립적인 팀을 맡아서 지휘하는 능력입니다. 팀장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맡는 것이 상식입니다. 본인이 기획단계부터 그 프로젝트가 끝날 때 까지 그 일의 전 과정에 참여해 본다는 거죠.

책상물림들은 다르죠. 그들은 기획만 하고 손을 뗍니다. 끝없이 기획서만 내는 것.. 그게 강단좌파라 말입니다. 현장에서 뛰어봐야 한다 이거에요. 어떻게? 프로야구 감독이라면 약 100여명을 지휘합니다. 근데 실제로 수족처럼 부리는 선수는 많아야 20~ 30명을 넘지 않아요.

영화감독도 해볼만한 직업 중에 하나입니다. 그림이 제대로 나오려면 50여명의 스태프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거죠. 근데 이게 대통령 노릇보다 더 어려울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은 수천만명을 지휘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인의 장막에 둘러 쌓여서 비서진 20여명만 부리는 거죠.

리더라는 위치, 과연 사람을 부릴 수 있느냐는 것.. 보기 만큼 쉽지 않습니다. 타인으로부터 부려지는 자의 입장에 서 보지 않고서는 타인을 부릴 수도 없다 이거에요.

영화가 다른 분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재기넘치는 감독이 첫 작품에서 흥행에 쫄딱 망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두 번째, 혹은 세번째 작품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거죠. (예컨대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감독은 영화가 망했지만 주목받고 있다)

무슨 이야기냐.. 능력이 있는데도 때로는 실패하는 분야가 영화라 이거지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흥행에 실패해도 싹수가 있으면 밀어주는 데가 또 영화계라 이거에요. 무슨 말이냐? ‘대기만성’이지요. 부단히 오류를 시정하면서, 피드백에 따른 단계적인 궤도수정을 거쳐 마침내 타켓을 명중시킨다 이거에요. (확률에 목숨을 걸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책상물림 좌파들은 다르지요. 그들은 사전에 완벽한 기획서를 써놓고.. 그 한 장의 기획서로 되건 안되건 사생결단을 하려 들거던요. 한번은 망하고, 두번째는 엎어먹고, 세번째는 대박이다는 식의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을 인정안한다 말입니다.

그들은 ‘무오류주의’에 빠져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식의 확률게임을 인정 안해요. 예컨대 노무현이 초반에 좀 고전을 하고 있지만, 그건 다 일부러 자초한거고, 그게 나중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개념이 그들의 머리 속에는 들어있지를 않은 거에요.

‘정치의 역설’을 인정 안하는 거지요.

능한 목수라면 처음 허허벌판에 토목을 놓아서 넓게 터를 잡고 지반을 다지는 단계부터 차례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는 그 건축의 전 과정에 참여해 본 경험이 중요하다 이거에요. 역설이 뭘까요? 초반에 뒤처지더라도 지반을 잘 다져놓은 사람이 결국은 이긴다 이거에요.

지반을 다져놓지도 않고 지붕만 열심히 이는, 열매만 따먹으려 드는 김민새 같은 넘을 절대로 성공을 못한다 이거에요. 책상물림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죠. 기획안만 열심히 내고 현장실무를 익히지 못한 좌파들의 한계가 있다 말입니다.

그럼 정동영은 과연 현장을 아는 것일까요? 아니면 노가다 출신인 이명박이 더 현장을 잘 아는 것일까요? 그건 저도 알 수가 없죠. 일단은 정보가 부족하니깐. 그러나 저는 이명박 보다는 정동영이 현장을 안다고 봅니다.

이명박은 다된밥에 뜸만 들여서 퍼먹기만 한 인간입니다. 노가다로 굴러먹었다 하지만 이명박은 언제나 우두머리 노릇이었죠. 아래에서 위로 쳐다본 경험이 한번도 없는.. 밤하늘의 별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도 세어보지 않은.. 인간일 수 있는 거에요.

뉴스의 현장을 뛰었던 사람이 더 많은 인생의 희로애락의 현장에서 겪어봤을 수 있다 이거에요. 근데 정동영이 과연 그런가? 과연 밑바닥의 서름을 아는가? 정치의 역설을 아는가? 기초다지기의 중요성을 아는가?

솔직히 이넘도 서울대, 저넘도 서울대, 모조리 서울대라서 선택의 폭이 넘 없어졌어요.(진짜 비서울대 하나 발굴하기가 이렇게 힘드니.. 원) 그래서 아쉬운따나 정동영이라도 연구해보는 거지만.. 정동영이 아나운서 하면서 제대로 팀을 지휘해 보기는 했는가?

아이디어의 기획 단계부터 그 업무의 전 과정에 참여해 보았는가? 속된 말로 ‘일머리’를 아는가? 근데 일머리가 뭘까요? 노무현 왈.. ‘목수가 오전 내내 연장만 벼르더니 오후에는 집을 뚝딱 지어놓더라’는 겁니다.

노무현 자신은 ‘일머리’를 알고 있다는 이야긴데 .. 참여정부 출범 10개월간 내내 판짜기에 골몰하더니 과연 4월에 총선이라는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개혁이라는 집을 한 채 뚝딱 지어놓을 것인가?

최근 노무현의 잇따른 공세적 태도는 그동안 별러놓은 연장을 써먹겠다는 야그인데, 과연 솜씨를 보여줄 것인가? 하여간 일머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노무현처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맞고요.

오전내내 연장만 별러놓고 막상 오후가 되어도 집을 못짓는 목수도 있지만.. 일단 오전내내 연장을 벼르는 것이 일머리를 아는 사람의 방식은 맞다 이거에요.

정동영은 과연 일머리를 알아서 그동안 교묘한 포지셔닝의 선택으로 정적들을 하나씩 제거해온 것인가 아니면 정동영이 어벙하니까 남들이 정동영을 우습게 보고 그를 자유롭게 풀어놔준 것인가?

그건 정동영 본인이 지금부터 답할 문제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그의 정치적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거죠.

하여간 큰일난건 맞습니다. 정말 큰일이 났어요. 노무현은 지금까지 연장을 벼른다는 핑계로 판짜기에만 골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집을 지어야 할 때가 되었고, 정동영은 지금까지 연장을 벼른다는 핑계로 이인제, 한화갑, 정몽준, 추미애, 김근태를 차례로 쫓아내고 은근슬쩍 당의장을 먹었지만.. 이제부턴 본실력을 보여줘야 하는거죠.

노무현의 판짜기.. 판은 환상적으로 짜여졌습니다. 내년총선에서 그 두 마리 토끼는 첫째가 한나라당박멸, 둘째가 지역주의 청산인데 .. 저만 해도 .. 지역주의 문제는 이번엔 그 기초만 다져놓는 선에서 장기과제로 돌리고.. 한나라당 박멸에 더 주력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1/3쯤은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노무현은 진짜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심산인 거에요.

점점 이상이 현실로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민주당은 이미 그 존재가 없어진 셈이지요.(아직도 당대당 통합에 미련을 가지는 사람이 소수이지만 있다는게 신기하다.. 어쩜 그럴 수 있니?)

정동영의 터다지기 .. 터는 환상적으로 다져졌습니다. 근데 넘 기적처럼 보여줘서 실감이 안나요. 신기남이 또 움직여서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그게 다 정동영이 운신하기 쉽게 도와주는 거죠. 이양반들이 진짜로 짜고치는 건지..

하여간 지금은 연장벼르기의 오전작업이 끝나고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올려서 집을 완성시켜보일 때입니다. 진짜로 뭔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거죠.

덧글.. YS의 길고 긴 연극이 드디어 막을 내릴 모양이군요. 저 인간을 하루빨리 영등포 구치소에 집어넣어야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건데. 진짜 짱나잖아요. 하여간 YS를 집어넣지 못하면 PK공략은 의미없다고 봐야 합니다. PK도 이나라 백성인데 넣을 넘은 잡아넣고 진도나가야지 언제까지고 저 똥차에 막혀서 꾸물대야 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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