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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80 vote 1 2020.06.21 (22:19:03)

      
    인간의 운명


    운명은 없지만, 운명은 있다. 인연은 있다. 궁합도 있다. 조선왕조 시절에는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 계급에 지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인도라면 다른 계급에 속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 여전히 카스트 제도의 악습이 남아 있다. 절대적이고 기계적인 운명은 당연히 없지만, 상대적이고 확률적인 운명은 분명히 있다.  


    재능이 많은 사람은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 재능이 없는 데다 재수까지 없으면 운명에 지배되는 삶을 살게 된다. 점쟁이가 맞추는 사주팔자 따위의 운명은 없지만 사건 안에서 에너지의 한계가 있다. 유태인은 쉽게 투자받는 길이 있고 흑인은 차별을 당한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진행하며 앞단계가 뒷단계를 제한한다.


    일란성 쌍둥이가 헤어졌다가 30년 후에 만나면 서로 비슷한 운명임을 확인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서로의 닮은 점을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지만 다른 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같은 야구팀을 응원하고 같은 색깔의 옷을 입지만 신분은 달라져 있다. 사주팔자가 같은데 말이다. 어떤 사건에 올라타느냐가 중요하다.


    인연의 인은 씨앗처럼 뿌려지는 절대적인 운명이고 연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운명이다. 옛날 사람이 주역을 공부하는 것은 점을 치려는 것이 아니라 주역이 음양의 밸런스를 논하고 있으므로 주역을 통해 균형감각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누군가 내게 친절하다면 뭔가 내게 얻으려는 태도이다.


    냉담한 사람은 뭔가 자기 실력을 믿고 있는 것이다. 친절한 사람은 내게서 무언가를 구한 다음에 떠날 것이고 냉담한 사람은 그 감추고 있는 실력 때문에 언젠가 뾰족하게 재능이 드러나게 된다. 그가 숨긴 재능은 모두에게 이롭다. 주역은 이런 상대성을 파악하는 감각을 길러준다. 요즘 젊은이들의 MBTI도 마찬가지다.


    그걸로 운명을 맞출 수는 없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를 키워줄 수 있다. 점쟁이를 만나면 사람을 상대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이 얼마나 허술한 존재인지도 알게 된다. 사람은 꽤 잘 속는다. 속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다. 점쟁이는 자기 암시를 판매하는 상인이다. 자기 암시가 운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낙관주의를 가져야 한다. 냉소하고 야유하는 자는 잘못된 자기암시에 빠지게 된다. 비뚤어진 회의주의자는 유기견의 심리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사건 안에는 분명히 운명이 있다. 원양어선을 타면 심한 경우 1년 동안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잘못된 사건에 올라타면 나쁜 운명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실수로 미통당 배를 탔다면 얼른 빠져나와야 한다. 배가 항구를 떠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군에 입대했다면 18개월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황제복무를 꿈꾸다가 영창 가는 수 있다. 사건을 잘 선택해야 한다. 되도록 사건의 앞단계에 뛰어들어야 한다. 만날 사람을 만나면 운명이 바뀐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6.22 (04:28:37)

"자신감을 가지고 낙관주의를 가져야 한다. 냉소하고 야유하는 자는 잘못된 자기암시에 빠지게 된다. 비뚤어진 회의주의자는 유기견의 심리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http://gujoron.com/xe/121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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