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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90 vote 0 2022.11.02 (10:59:05)

    악당들은 언제나 같은 방법을 쓴다. 그것은 대상을 잘게 쪼개는 것이다. 덩어리를 해체하여 앞뒤 분간 못하게 한다. 머리와 꼬리를 제거하여 방향판단을 못하게 한다. 두루뭉술하게 만들어서 헷갈리게 한다. 국민의 동선을 묶어놓고 지엽적인 것으로 관심을 돌린다. 


    한국언론은 자질구레한 가십성 기사를 메인에 올린다. 외국 언론이 핵심을 짚어주는 장문의 종합보도를 메인에 올리는 것과 비교된다. 지금 한국언론은 일제히 신파를 찍고 있다. 추모 분위기를 유도하며 눈물 짜는 스토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비열한 짓이다.


    '유족들의 애통한 마음'이라거니, '울부짖던 경찰관'이니 하는 타이틀을 메인에 붙인다. 울부짖는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애도기간 좋아하네. 지금은 타도기간이다. 추모 강요는 특정 역할을 줘서 다른 것을 못하게 국민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살인자의 기술이다. 


    병사는 옆에서 전우가 죽어가도 계속 총을 쏴야 한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전우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신파 찍으면 안 된다. 전우 한 사람이 총에 맞으면 적군 두 사람을 쏘아 맞혀야 한다. 추모할 사람은 추모하고 추궁할 사람은 추궁해야 한다. 각자 역할을 찾자.


    황당한게 이항대립 논리다. 이게 맞으면 저건 틀렸다는 식이다. 둘 다 틀렸을 수도 있잖아. 추모가 우선이므로 추궁은 하지 말자? 유족의 위로가 중요하므로 범인은 잡지 말자고? 그런게 어딨어? 누구 하나로 책임을 몰아가는 자가 나쁜 놈이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대통령부터 순경까지, 축제 참가자까지 모두 잘못했다. 물론 경중의 차이가 있다. 대통령이 가장 잘못했다. 자유 자유 하고 떠들면서 개판 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동훈은 마약 전과 올리려고 교통통제 막았다. 한동훈이 잡으려던 그 마약범들이 뒤에서 밀었다. 


    국민들도 잘못했다. 청소년은 몰라서 그랬다 치고 어른이라면, 선진국민이라면 주변을 챙겨야 한다. 독재시대는 정권 탓만 하면 되지만 민주시대는 국민 모두가 잘해야 한다. 일당백의 강한 개인이 되어야 한다. 어리광 부리지 말고 어른 몫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차도에서 교통사고는 무섭고 인도에서 인파사고는 안 무섭나? 정상적인 사고의 소유자라면 인파의 밀집에 공포를 느껴야 한다. 문제는 구조론을 모른다는 거다. 구조를 모르니 어디가 위험한지 모른다. 허다한 음모론이 모두 일반인이 구조를 몰라서 생기는 착오다. 


    설마 테크노마트 빌딩이 흔들리겠냐? 설마 세월호가 넘어가겠냐? 설마 천안함이 두 조각 나겠냐? 차력사는 그런 구경꾼의 설마를 이용한다. 단단한 차돌을 깨고,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뜯고, 철근을 끊는다. 에너지를 한 점에 모아 가속적으로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인문계라도 유체의 성질 정도는 알아놔야 한다. 어디 가나 급소가 되는 한 방이 있다. 그곳을 치면 다른 곳은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이태원 골목길에 세 개의 급소가 모였다. 내리막길 효과, 병목효과, 밀어대기 효과다. 위험요소는 도처에 있다. 원전 마피아가 있다.


    한국은 원전을 한 장소에 모아 비용 눈속임을 한다. 가동도 하지 않으면서 폐로비용 눈속임을 위해 고리 1호기 수명을 연장한다. 유지보수를 하지 않고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가동률을 자랑한다. 원전 터지고 난 다음에 뭐라고 할까? 설마 터질 줄 몰랐다?   


    세상에 에너지 아닌게 없다. 칼로 못 자르는 나무가 톱질에는 잘린다. 큰 칼날 하나를 작은 톱날 백 개와 바꿔치기한다. 유체는 큰 것 하나와 작은 것 여럿의 바꿔치기다. 거리와 속도의 바꿔치기다. 바로 그것이 에너지다. 그러다가 점점 잘아지는게 엔트로피 증가다. 


    내연기관이 석유를 태워 가동하는 것은 큰 기름 입자 하나를 작은 가스 입자 백 개로 바꾸는 것이다. 사건은 질, 입자, 힘, 운동, 량 5단계에 걸쳐 점점 더 유체화 된다. 세상은 언제나 그 방향으로 작동한다. 큰 것 하나의 거리를 작은 것 다섯의 속도와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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