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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66 vote 0 2022.03.11 (12:28:01)

    점잖은 사람이 초딩 수준의 음모론을 태연하게 늘어놓는 것을 보면 이 나라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심지어 종교를 믿는 사람도 있다. 도무지 학교에서 뭘 배웠다는 거지? 종교를 믿는건 자유지만 지식인이라며? 글자 배운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종교를 믿으려면 지식인 타이틀은 내려놓아야 한다. 남들 앞에 나서면 안 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교회 다니는 가족들 비위 맞춰주려고 믿는 시늉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이다.


    우리가 이기지 못한 이유는 엘리트가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을 키우지 못했다.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 다들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사람의 의리를 모르고 더욱 도리를 모른다. 명문대 나온 사람이 '1+1=2'가 안 되는 것은 교육이 잘못된 것이다. 우리 안의 괴력난신, 허무맹랑, 견강부회, 지랄염병을 퇴치해야 한다.


    지구가 둥근 것은 맨눈으로 봐도 보이는데 이게 안 보인다는 사람들이 나를 절망하게 한다.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안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보이는 것은 좀 보고 살자. 저명한 학자나 논객 중에서 '이 사람이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한 사람을 나는 찾지 못했다. 엘리트와 대중 사이에 간극이 있다. 오해가 쌓인다. 지식인의 논리와 대중의 심리와 현실의 물리 사이에 장벽이 있다. 충돌하면 논리를 버리고 심리를 따르고, 심리를 버리고 물리를 따라야 한다. 논리는 드러난 표면이고, 심리는 중간 연결고리이고, 물리는 깊은 뿌리다.


    정의당 노는 꼬라지 봐라. '내가 말에게 말해뒀어. 멈추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말이 계속 가잖아. 말이 틀렸어. 내가 옳다니깐.' 이러고 나자빠져 있다. 멈추라고 한다고 멈춘다면 그게 말이냐? 관성의 법칙 몰라? 가속도가 붙으면 멈추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라크 파병은 노무현이 결정하는게 아니다. 625 전쟁이 결정한 것이다. 노무현 할배라도 그 관성력을 못 바꾼다. 제대로 하려면 휴전선부터 철거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노무현이 신이라도 되는 양 무리한 요구를 남발한다. 밥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잖아 하는 수준의 애들이었다.


    기수가 말을 다루려면 두 무릎으로 말등을 강하게 조여야 한다. 찰거머리처럼 말등에 달라붙야 한다. 말과 기수가 한몸이 되어야 한다. 기수의 입장이 논리라면, 기수와 말의 연결은 심리가 되고, 말은 물리다. 말은 기수가 등에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면 반드시 낙마시킨다. 말 입장에서 보자. 이상한 넘이 등에서 붙었다가 떨어졌다가 하며 쿡쿡 찔러대면 신경이 쓰인다. 점프할 때마다 등을 찔러대면 달릴 수 없다. 문제는 기수의 착각이다. 나는 말을 배려해준다고 그랬는데?


    문재인 정부는 여성을 우대했지만 여성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원래 그렇다. 링컨이 노예를 해방했지만 흑인은 백 년간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루 이틀에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정책은 소심한 기수와 같다. 혹시 말이 화를 낼까 봐 무릎을 조이지 않는다. 엄마 등에 업힌 아기가 엄마한테 미안해서 최대한 몸을 멀리 두면 엄마는 불안하다. 기수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세게 무릎을 조여야 한다. 그래야 말의 마음이 편해진다. 말에게 미안해하면 안 된다. 둘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 안 된다.


    엘리트가 기수라면 대중은 말이다. 엘리트가 대중을 배려한다며 간극을 만들므로 대중이 등을 돌린다. 힘의 직결이 아니면 안 된다. 힘의 방향이 꺾이는 부위가 있으면 그곳에 대미지가 쌓여서 목조주택은 무너진다.


    초딩 때다. 우리집이 가난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어떤 녀석이 나한테 10원을 주었다. 그리고는 소문내는 것이다. '내가 동렬이에게 십 원을 줬어. 나 착하지. 넌 동렬이 한테 십 원이라도 줘봤냐?' 남을 돕는 사람은 욕을 먹도록 되어 있다.


    문재인은 여성을 돕다가 욕을 먹는다. 여성은 불쾌하다. 기수가 말을 조심스럽게 다루면 말은 불쾌하다. 한몸이 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미국이 남베트남 정부를 도울수록 남베트남 정부는 부패한다. 남베트남 국민은 미국 얼굴만 쳐다본다. 자기네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돕는다면서 남베트남 대통령의 권력을 해체해버린 것이다. 남을 도울 때는 그게 독약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아프리카에 헌옷을 지원하면 현지의 옷공장은 파산한다. 아프리카의 자생력을 죽인다. 생각 없는 도움은 범죄다. 여성정치가 자생력을 키우려면 여성단체는 정부의 지원을 거절해야 한다. 딜레마가 있다. 정부가 지원하면 자생력을 잃고 지원하지 않으면 억압당해서 약해진다. 내가 여성계 대표라면 내각에서 여성몫 30퍼센트는 받지 않는다. 그게 되레 여성차별이다. 실력대로 가는 거지 무슨?


    일본인 중에 착한 일본인이 있어서 조선을 돕겠다고? 도움이 될까? 안중근이 조선을 돕겠다는 이등박문을 죽인 이유다. 이등박문은 지한파를 자처하며 친일파를 양산했다. 말로만 돕는 결과로 된다. 그런데 진심으로 돕는다면? 그 경우 일본 내부의 반대파를 자극하여 상황은 더 나빠진다. 착한 일본인과 합리적인 조선인의 협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논리로 되고 심리로 되는데 물리로는 안 된다. 되어도 많은 시행착오 끝에 어렵게 된다. 조선은 일본과 싸우며 커야 한다. 도움을 받으면 썩는다. 여성계는 정부와 싸우며 커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많은 잘못이 있었지만 대개 한 번은 거쳐야 하는 시행착오였다. 문정부가 여성을 도와서 얻은게 없지만 길게 보면 그래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30년 후에 재평가 된다.


    나는 지성을 믿었다. 명문대 나온 사람은 다를 줄 알았다. 가까이서 보니 죄다 개였다. 사람은 없었다. 정의당은 정치적 올바름을 외치며 논리에만 기대고, 민주당은 반일을 외치며 심리에만 기대고, 국힘은 선제타격 외치며 물리에만 기댄다. 정의당은 말타기를 거부하는 기수다. 민주당은 말을 무서워하는 기수다. 국힘당은 기수를 싫어하는 말이다. 말이되 사람은 아니다. 기수와 말이 혼연일체가 되는 진정한 길을 가는 사람은 없다.


    차가 고성능으로 바뀌면 운전기술도 변해야 하는데 우리의 사고방식이 산업의 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돈 벌면 조선 시대로 돌아가서 양반이 되려고 하는게 한국인들 수준이다. 왜 세계의 중심으로 쳐들어가지 않나? 엘리트가 다음 단계의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수준이 낮다. 지식인이 아는게 너무 없다.


    세금 올려서 집값 잡겠다는 사람은 1+1=2가 안 되는 거다. 양도세 1억 오르면 집값은 3억 오르는게 공식이다. 이건 물리학이므로 기계적으로 그렇게 간다. 집 가진 자가 은행대출 막고, 세입자 전세금 맞춰주고, 이것저것 대응하다 보면 그 숫자가 만들어진다. 산수 안 되냐? 초등학교 나왔니? 이런 데서 허물어지는 것이다. 지성은 개뿔. 무식하다. 세금 올리면 정권 넘어가는건 상식이다. 좋게 보자면 그래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시행착오다. 대중이 어느 정도까지 견디는지 알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비명소리가 들릴 때까지 세금을 올려본다. 선거 진 다음에 '아 우리가 선을 넘었구나.' 하고 반성한다. 원래 그렇게 한다.


    구조론은 진보를 부단한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과정으로 보므로 한 번 패배에 놀라지 않는다. 잘못했지만 자신을 마루따로 삼아 시험한 것이다. 더 큰 설계를 위해 총대를 맨 것이다. 다만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거듭나야 한다. 어리광 부리며 남탓하는 애들이라면 곤란하다. 우리가 냉정해져야 한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지력약탈식 농업을 하면서 밭이 어느 선까지 견디는지 테스트를 한 농부가 잘못했다. 그래도 크게 보면 필요한 테스트였다. 농부가 농사를 세 번은 망쳐봐야 배우는게 있다.


    진보가 머리라면 보수는 꼬리다. 머리가 머리답지 못했다. 꼬리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듣지 못했다. 머리가 꼬리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 둘은 유착되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야 대중이 엘리트의 말을 들어먹는다. 곧 죽어도 진보는 보수를 달고 가야 한다. 차가 고장나도 차를 발로 차면 안 된다.


    정의당은 논리로 밀다가 말을 버리고, 민주당은 심리로 밀다가 말과 트러블을 일으키고, 국힘당은 물리로 밀다가 기수를 버린다. 어느 쪽이든 죽는다. 사람을 키워야 산다. 도덕적인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다. 걸핏하면 사과하라고 하고 진정성 타령에 성찰 타령이나 하고 그게 한심한 짓거리다. 장난하냐? 열려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말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기수가 말한테 백날 사과하면 뭐하냐? 말 하나 못 다루는데? 성찰 필요 없고, 진정성 필요 없고, 도덕성 필요 없고, 실력이 필요하다.


    오징어가 백날 사과한다고 여친 마음이 돌아오나? 여친이 떠나는 이유는 남자가 뭐를 잘못해서, 사과를 안 해서, 진정성이 없어서, 성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부족해서, 기가 죽어 있어서, 활력이 없어서, 매력이 없어서, 자신감이 없어서, 우울증에 걸려서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우울한 남자와 우울한 여자가 만나 둘 다 우울하므로 자신감을 잃어서 헤어지게 된다. 대중을 다룰 줄 아는 지식인이라야 한다. 남친을 다룰 줄 아는 여친이라야 한다. 보수를 다룰 줄 아는 진보라야 한다. 대중과 호흡을 맞춰본 사람이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이재명은 대중 속에서 컸다는 점이 각별하다. 김어준은 대중을 무서워하지 않는게 장점이다. 민주당은 대중을 무서워 하는게 문제다. 사과는 넘치고 넉살이 부족하다. 똑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이 대결한다. 돈 많은 사람이 이겼다. 물리가 이겼다. 원래 그렇다. 드라마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이기는데 말이다. 물리로 기초를 받치고, 그 위에 심리의 집을 짓고, 마지막에 논리의 장식을 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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