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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58 vote 0 2022.03.05 (18:19:19)

    생각은 그냥 하는게 아니다. 뇌는 도구를 사용한다. 도구는 천칭저울과 같다. 뇌 안에 일종의 저울을 하나 만들어 놓고 저울에 올려서 계량하는 것이 의사결정이다. 문제는 그 저울이 있느냐다. 인간의 뇌 속에 저울이 하나씩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사용법을 모른다. 저울의 사용법을 안다면 생각할 줄 아는 것이다.


    아기가 옹알이를 하다가 문법을 터득하는 것은 뇌 안의 저울이 저절로 반응한 것이다. 자전거 타기를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균형을 잡게 된다. 수영을 배워도 그러하다. 그 경우는 뇌 안의 저울이 작동한 것이다. 자전거가 이쪽으로 기울었으므로 핸들을 저쪽으로 꺾어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


    뇌 안의 저울은 일정한 조건에서 반응한다. 그런데 사용법을 모르므로 저울이 우연히 작동할 확률을 높여야 한다. 저울이 작동할만한 지점에 가 있어야 한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여행을 하고, 많은 경험을 쌓으면 저울에 익숙해진다. 그런데 고르지 않다. 재현이 안 된다. 될 때는 되고 안될 때는 안된다. 되는 사람만 되고 안 되는 사람은 안 된다. 천재는 그냥 되는데 둔재는 노력해도 안 된다. 음치나 길치는 저울이 반응하지 않는다. 영국인들은 죄다 맛치라고 한다. 나쁜 음식에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저울은 뇌 속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 안에도 숨어 있다. 서로 편을 갈라서 치고받다가 보면 자연의 균형력이 작동하여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쓰려면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다. 상대를 자극하고 반응을 기다리며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저울을 불러내는 것이다. 많은 경우 더 열심히 노는 더 활동적인 사람이 더 많은 성과를 낸다. 문제는 그러다가 일이 커져서 전쟁으로 치닫곤 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첫째, 내 손에 저울을 손에 쥐는 것, 둘째, 뇌 속의 숨은 저울이 저절로 작동하는 위치로 내가 옮겨가 있는 것, 셋째, 게임을 벌여서 자연의 저울이 작동하여 판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유의 방법으로 연역과 귀납이 알려져 있다. 연역은 모형을 사용하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사유는 모두 연역이고 귀납은 없다. 단 연역의 모형을 내가 손에 쥐고 사용하는가 아니면 집적거려서 우연히 자연의 모형이 작동하도록 유도하는가다. 연역은 첫 번째 방법에 속하고 귀납은 세 번째 방법에 속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모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모두 연역이다.


    첫 번째 방법은 모형을 세우고 대상과 비교하여 빈칸을 채운다. 이 방법은 모형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방법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확장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르는 것을 새로 알아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 모형이 없기 때문이다. 고대의 원자론부터 플라톤의 이데아론, 동양의 음양오행론, 근래에 이르러서는 헤겔의 변증법까지 사유의 모형을 찾으려는 시도는 많았다. 그런데 실패했다. 구조론이 올바른 사유의 모형을 제시함은 물론이다. 수학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좌표를 그려놓고 X축과 Y축의 빈칸에 채우면 된다. 제대로 알고 사용하지 못할 뿐 인류는 비록 주먹구구이나 거의 이 방법에 의지해 왔다.


    두 번째 방법은 뇌의 패턴을 읽는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촉이 좋은 사람은 말로 설명은 못 하지만 느끼는 것이 있다. 자연의 대칭구조에서 숨은 규칙성을 찾아낸다. 감이 발달한 천재나 특정 분야에만 촉을 발달시킨 예술가들의 방법이다. 보통은 영감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 방법은 공유되지 않는게 단점이다. 보편성이 없다. 에디슨은 자신이 어떤 기술을 쓰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앞면을 보여주면 뒷면을 아는 사람이 있다. 에디슨은 실패한 반제품을 보여주면 그걸 180도로 뒤집어서 완성해낸다. 대개 대칭을 주적하는 것이다. 앞을 보여주면 뒤, 왼쪽을 보여주면 오른쪽. 이게 쉬워 보여도 잘 안 된다. 그게 자동으로 되는 사람이 있다. 넌센스 퀴즈와 같다. 모르는 사람은 죽어도 모르는데 아는 사람은 1초 만에 안다.


    세 번째 방법은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임의로 타겟을 찍어서 대칭을 세운 다음 상대를 자극하고 되돌아오는 반응을 기다린다. 게임을 거는 것이다.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다. 상호작용의 랠리가 이어져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처음에는 놀이로 시작하지만 자극의 강도를 높여가다가 결국 전쟁으로 치닫는다. 왕따든 이지메든 츤데레든 본질은 같다. 상대를 자극하여 반응을 끌어내려다가 자칫 선을 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위 셋 중의 하나에 속한다. 자유연상법은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오를 확률을 높이는 점에서 두 번째 방법에 속한다. 많은 사람이 쓰는 넘겨짚기 수법은 상대의 해명을 요구하는 점에서 세 번째 방법에 속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의제와 관련된 개념을 큰 종이에 죄다 적어놓고 주변부를 추리고 중심부의 핵심을 남기는 방법을 사용한다. 첫 번째 방법에 속한다. 좌표그리기와 원리가 같다. X축과 Y축을 찾아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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