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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79 vote 0 2021.01.19 (18:55:57)

    정동과 반동


    사건은 대칭된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질과 입자와 힘과 운동과 량은 실제로 있지만, 반질, 반입자, 반힘, 반운동, 반량은 없다. 선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지션이 있다.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칭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 잠정적인 존재다. 


    질과 반질

    입자와 반입자

    힘과 반힘

    운동과 반운동

    량과 반량 


   세상에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기묘한 반존재들이 있다. 없지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자가 그러하다. 그림자는 있다. 그런데 없다. 있는 것은 빛이다. 빛은 광자가 있고 그림자는 암자가 없다. 없지만 있다고 치면 설명하기 편하다. 꼬맹이가 질문한다.


    '아빠 저게 뭐야?' '아! 그것은 빛이 사물에 의해 가려진 자취야.' 이렇게 말하면 꼬맹이가 알아듣겠냐고? 그냥 그림자라고 말해주는게 낫다. 반존재는 자연의 실재가 아니라 언어의 편의다. 온기도 있고 냉기도 있다. 온기는 열이 있다. 냉기는 열에 대칭되는 것이 없다. 


    열은 언제나 더운 곳에서 찬 곳으로만 이동하는 일방향성을 가진다는게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찬 곳에서 더운 곳으로 오는 것은 없다. 추위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열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착각하는 이유는 매개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찬 공기가 매개한다.


    찬 공기가 피부에 접촉하여 열을 뺏어가는데 우리는 냉기가 몸속으로 침투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찬 공기가 열을 뺏어가는게 아니라 열이 매개자에 올라타고 도망치는 것이다. 열이 몸에 들어온 것은 확실하다. 열이 몸에 들어오면 땀이 빠져나간다. 


    밥이 들어오면 똥오줌이 나가고, 열이 들어올 때 땀이 나가듯이, 냉이 들어오면 무엇이 나가는가? 안 나간다. 냉기는 들어오는게 아니다. 오미야콘은 시베리아에서 제일 추운 곳이다. 영하 70도를 찍어준다. 왜 사람이 살까?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하기 때문이다. 


    분지라서 바람이 불지 않는다. 영하 50도라도 체감온도는 견딜 만하다. 우주공간은 영하 270도다. 우주는 과연 추울까? 그렇게 춥지 않다. 우주인이 우주복을 벗으면 바로 얼어붙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열을 매개하는 공기가 없으므로 열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을 이원론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대개 이런 식의 착각이다. 문제는 이원론이 나름 쓸모가 있다는 점이다. 플로지스톤과 같다. 나무위키를 검색해보면 폐기된 플로지스톤을 장황하게 설명해놓고 있다. 라부아지에가 산소를 발견하기 전까지 유용했다.


    산화 환원 반응에서 특히 금속이 산화될 때 부피가 증가해서 질량보존을 위배하는 듯이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이용되었다. 음의 플로지스톤이라는 궤변도 나왔다. 왜 나무위키는 플로지스톤을 쉴드 쳐줄까? 이것을 부정하면 암흑물질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로지스톤은 물질이 아니라 산화환원 반응의 대칭성을 설명하는데 도입된 원리라는 말도 있었다. 반질 반입자 반힘 반운동 반량은 일종의 플로지스톤이다. 현재 단계로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도 일종의 플로지스톤이다. 없지만 있다고 치고 계산하면 잘 맞아진다.


    그런데 없다. 플로지스톤이 화학반응의 대칭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과학가라면 오컴의 면도날로 확 밀어버리는게 맞다. 설명하기 쉬우라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귀신, 유령, 천국, 내세, 심판 따위는 죄다 플로지스톤이다. 선행을 하라고 말을 하기 어렵다. 


    말하기 좋게 하려고 '너 그러다가 지옥 간다.' 하고 겁을 준다. 말하기는 좋은데 진실은 아니다. 냉기는 없지만 매개물질을 투입하면 냉기의 효과를 낼 수는 있다. 열을 빼앗아 가는 매질이라고 말하면 번거롭고 냉기라고 하면 쉽잖아. 질은 연결이고 반질은 단절이다. 


     단절되면 사건을 일으키지 못한다.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자는 축이 있고 반입자는 축이 없다. 의사결정을 못한다. 힘은 작용이고 반힘은 반작용이다. 운동은 정동이고 반운동은 반동이다. 량은 빛이고 반량은 그림자다. 반존재는 변화의 반대쪽이다. 


    의사결정은 반드시 대칭을 만든다. 대칭을 만들기 위해서 움직이려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약간 진행하게 된다. 달이 있는 쪽뿐만 아니라 그 반대쪽도 밀물이 들어온다. 달의 인력이 조수간만을 만드는데 달의 반대쪽에 왜 밀물이 들어올까? 밸런스의 원리 때문이다. 


    축은 가운데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칭을 도출하려고 진행반향의 반대쪽으로 약간 진행하는데 그게 별도의 존재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건은 그냥 진행하는게 아니라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5단계에 걸쳐 밸런스를 조정하고 속도를 조절한다. 그래서 착각이 있는 거다.


    우리는 선에 대해서 악, 진보에 대해서 보수, 대승에 대해서 소승, 긍정에 대해서 부정, 능동에 대해서 수동, 외향형에 대해서 내향형, 자유에 대해서 억압이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없다. 실체로 착각하게 하는 매개가 있다. 있다고 믿어도 그게 플로지스톤이다. 


    지식은 있다. 무식은 없다. 지식은 측정할 수 있다. 무식은 측정할 수 없다. 지식은 배움이 있다. 무식은 배움에 맞서는 뭐가 있지? 없다. 선은 사회성이 있다. 악은 반사회성이 있다?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악은 흥분을 진정시키지 못한 것이다. 나사가 빠진 것이다.


    반사회성은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비열한 음모가 행동, 자기애에 빠져 허풍을 치는 허언증 환자 행동, 충동적으로 사고를 저지르는 깡패 행동이 있다. 윤서인은 두 번째에 해당한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성의 약점이 있는 것이고 그 약점을 악용하는게 악이다.


    타인의 선의를 이용하는 것이 반사회성이다. 선의를 베풀어주는 타인이 없으면 반사회성도 없다. 악당만 모아놓으면 악은 의미가 없다. 악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사회성이 존재하며 그 사회성에 약점이 있고 그 약점을 공략하는 자들이 악당이다. 약점을 보완하면 된다.


    왜 우리는 이러한 반존재들을 경계해야 하는가? 머피의 법칙 때문이다. 우리는 농담으로 머피의 법칙을 이야기하지만 머피의 법칙은 실제로 있다. 환경을 장악하지 못할 때, 주변과 소통되지 않을 때, 우호적 환경이 아닐 때, 나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현실화된다. 


    50 대 50의 확률을 따라가는게 아니고 백퍼센트 나빠진다. 에너지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에너지는 언제라도 균일한 계를 만든다. 하향평준화 된다는 말이다. 그 집단 중에서 가장 나쁜 자가 기준이 된다. 일을 진행하려면 그 나쁜 자를 교도소에 격리할 수밖에 없다.


    반질 반입자 반힘 반운동 반량은 있는게 아니라 있다고 치면 설명하기 쉬운 것이다. 플로지스톤과 같다. 천국이나 심판이나 구원이나 원죄나 내세나 천사나 다 같은 플로지스톤들이다. 이들은 머피의 법칙을 작동시킨다. 이들을 해결하는 것은 쉽다. 잘 틀어막으면 된다.


    나빠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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