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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98 vote 0 2021.01.29 (00:17:43)

    모닥불 구조론


    모닥불을 피워보면 알 수 있다. 불에도 결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물결은 알아도 불결은 모르더라. 타오르는 불길에도 강약이 있고, 밸런스가 있고, 패턴이 있고, 기세가 있고, 치고 나가는 방향성이 있다. 그 안에 생명성이 있다. 호흡이 있다. 밀당이 있다.


    오래 일한 불목하니는 안다. 그것은 연애와 비슷하고 연주와 비슷하다. 장단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서투른 보일러 기사에게는 불이 화를 낸다. 불이 사람을 배신한다. 불에 치이고 불에 당한다. 불하고 싸워봤자 소용없다. 언제나 인간이 불에 맞춰야 한다.


    불을 귀퉁이로 옮겨붙이려고 하면 꺼져 버린다. 불꽃은 한사코 가운데로 모이려고 한다. 귀퉁이 곳곳에 불쏘시개를 집어넣어 골고루 태우고자 하지만 실패한다. 불이 불을 빨아당긴다. 중심불이 주변불을 죽인다. 타는 곳만 타고 타지 않는 곳은 타지 않는다.


    누구도 불의 결을 거스를 수 없다. 이상은 중앙과 지방이 골고루 타는 것인데 현실은 중앙이 활활 타야 지방까지 열기가 전파된다는 것이다. 중앙의 불을 지방으로 옮겨붙이려면 중간의 징검다리를 잘 설계해야 한다. 초반에는 오히려 중앙을 강화해야 한다.


    되는 곳은 밀어주고 안 되는 곳은 솎아내야 한다. 손흥민에게 패스하고 다른 선수들은 득점을 포기해야 한다. 선수단의 고른 득점이 이상적이지만 생각만큼 잘 안 된다. 문재인 혼자 독식하지 말고 주호영과 나눠 먹고, 안철수도 챙겨주고, 정의당도 배려해주자?


    그렇게는 안 된다. 기레기와 엘리트가 화가 난 이유다. 에너지는 언제나 하나의 계를 만들어낸다. 많은 나뭇가지와 낙엽과 장작이 개별적으로 투입되지만, 불꽃은 언제나 세력을 이루고 하나가 된다. 국민은 하나이고, 대통령도 하나고, 민주주의 방향도 하나다.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를 지정하고 방향을 만들어주면 불은 로켓 스토브가 된다. 제트 엔진처럼 주변공기를 빨아들이고 내뱉는다. 연소실이 만들어진다. 불이 불을 이끌어가고 불이 불을 뒤쫓아간다. 거꾸로 연통을 통해 역풍이 불어오면 불은 꺼지고 만다.


    로켓 스토브의 구조적인 단순함이 불을 하나로 모아주듯이 바람도 하나로 모아주므로 불이 꺼질 위험을 높이지만, 어느 정도 달아오르면 막강해져서 역풍을 이긴다. 꺼질 듯 살아날 듯 위태롭다가 51 대 49의 경계를 넘으면 갑자기 확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조직을 일원화하면 효율성의 증대만큼 조직의 약한고리도 분명해져서 리스크도 함께 증대하지만, 어느 한계를 넘으면 막강해져서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된다. 상승부대가 초반에 적에게 패턴을 읽혀서 한두 번 역공을 당하지만 단점이 보완되어 이겨낸다.


    손자병법은 거짓말이다. 실전에 먹히지 않는다. 전투를 이기고 전쟁에 진다. 상승부대의 전술은 단순하다. 복잡하면 동료와 손발을 맞출 수 없다. 시간이 지체되어 속전속결이 먹히지 않는다. 상승부대는 전술이 단순하므로 적에게 간파당하지만 상관없다.


    적은 뻔히 알고도 진다. 손자병법은 머리를 쓰지만 알렉산더와 나폴레옹과 징기스칸은 그럴 시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엄청난 속도로 밀어붙이는 로멜과 패튼의 기동전에 얄팍한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 항우의 엄청난 힘에 잔기술은 소용없다. 불의 힘이다.


    문재인은 전술을 적에게 알려주고 싸운다. 대중을 동원하는 것이 문재인의 전술이다. 적은 모방할 수 없다. 전쟁의 주력이 기사계급에서 평민계급으로 바뀌면 오로지 속도 하나에서만 승부가 나기 때문이다. 누구도 손흥민의 주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단순화시켜 한 가지 핵심에서 승부가 나도록 구조를 만든 다음 그 한 가지에서 압도적으로 이겨버리는 것이 오자병법이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젊은이의 유연한 의사결정속도를 국힘당을 지지하는 노인들의 경직된 의사결정속도가 따라잡지 못한다. 


    한족 농민군이 북방 유목민을 이길 수 없다. 동서고금의 전쟁영웅들은 모두 이 기술을 사용했다. 요리사의 기술은 도마 위에서 완성된다. 문제는 도마가 갖추어졌는지다. 이미 도마가 만들어졌다면 당해낼 수 없다. 망치와 모루가 준비되었다면 방법이 없다. 


    보병으로 막고 기병으로 때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거기까지 가기가 어려울 뿐이다. 도마를 만들려다가 실패하는 일은 있어도 도마가 만들어졌는데도 실패하는 일은 없다. 불길이 들어오는 입구와 나가는 출구를 지정하여 연소실이 만들어졌다면 성공이다. 


    칼과 도마의 밀당, 입력과 출력의 밀당, 공격과 수비의 밀당이 있다. 음악에도 그것이 있고, 그림에도 그것이 있고, 연주에도 그것이 있고, 사랑에도 그것이 있다. 반드시 도마가 있다. 연소실이 있다. 기술을 펼치는 무대가 있다. 상호작용은 거기서 펼쳐진다. 


    대개 그것을 만들다가 실패하고 만들어지면 계속 성공한다. 제철소가 고로를 한 번 만들면 영구적으로 사용한다. 공기가 들어가는 입구는 좁을수록 좋다. 좁으면 단순하고 단순하면 빨라지기 때문이다. 늑대가 사슴을 쫓으면 사슴은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의사결정의 병목이 좁아져 있다. 한신의 배수진과 같다. 오직 죽느냐 사느냐 뿐. 다른 모든 가능성은 제거한다. 의사결정구조의 단순화다. 손흥민이 엄청난 속도로 드리블할 때 그 자체로 망치와 모루가 된다. 망치가 모루를 겸할 때 누구도 덤빌 수 없다. 


    그것이 방향성이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기가 어렵다. 고로가 한 번 열을 받으면 에너지의 순환에 의해 저절로 타오르는데 고로가 열을 받지도 못한다. 의사결정의 핵을 형성하지 못한다. 그 시대에 그 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룹이 의사결정의 핵을 이룬다. 


    박정희 때는 군부가 잘나갔고, 전두환 시절은 재벌이 잘나갔고, 김영삼 시절은 엘리트가 잘나갔다. 그때 목에 힘을 준 엘리트 검찰이 아직도 힘을 빼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수술채비에 들어갈밖에. 노무현 이후 IT세력이 잘나간다. 그들은 엘리트가 아니다. 


    스마트폰과 퍼스널 컴퓨터를 손에 쥔 대중이다. 그들은 타는 불꽃처럼 탄력을 받아버렸다. 고로가 달아올랐다. 적은 공간을 죄어들어오지만 그럴수록 속도는 빨라진다. 좁은 공간에서 입구와 출구가 분명하여 의사결정이 더 빨라지기 때문에 강력해진다.


    나뭇잎과 잔가지와 장작들의 개별적인 사정은 간단히 무시된다. 연소실이 만들어지면 불을 방해하는 외부요인들이 오히려 불을 강화하는 결과로 된다. 중간세력은 용해된다. 문재인을 방해하는 힘이 문재인세력 내부의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시켜 돕는다.


    상호작용의 힘이다. 방향성의 힘이다. 게임이 벌어지면 하나로 수렴된다는 것이 일원론적인 사고다. 서로 대립하고 모순되는 것에서 하나의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 구조론이다. 처음은 장작에 하나의 불이 붙는다. 장작 세 개를 놓으면 불은 셋으로 쪼개진다.


    장작이 다섯이 되면 불은 다시 하나로 모인다. 친문과 비문 둘로 가르면 친문이 이긴다. 친문과 호남과 비문 셋으로 가르면 기술이 먹힌다. 여기에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이 끼면 다시 하나로 합쳐져 버린다. 조중동이 분열책동을 할수록 민주당은 더 단합된다.


    기득권이 셋일 때는 문재인의 권력이 셋으로 쪼개진다. 기득권이 다섯이면 권력은 다시 하나로 수렴된다. 카이사르가 원로원 의원 숫자를 늘리려고 한 이유다. 귀족이 독점하던 시장에 쪽수가 많은 부르주아가 가세하면서 권력은 단순화되고 막강해진다.


    지식귀족이 문재인 세력을 미워하는 이유다. 내부갈등이 외부갈등으로 돌려진다. 외부에서 빨아들이고 외부로 배출한다. 내부에서 총질하던 자들이 토왜척결로 뭉쳐버린다. 에너지 입구와 출구가 마련되고 칼과 도마가 갖추어져 재료만 투입하면 썰어낸다.


    세상을 하나의 구조로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사과가 사과로 보인다면 멀었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로 보인다면 뭔가를 본 것이다. 사과 내부에 숨은 도마를 찾아야 한다. 사과 자신의 내부 논리로 설명되어야 바르다.


    사과라는 생명의 입구와 출구와 내부 연소실과 그들 사이의 일방향성이 보여야 한다. 로켓 스토브에서 에너지의 흐름이 한 줄로 꿰어져야 한다. 장작을 보탤수록 에너지 흐름은 단순화된다. 판을 키울수록 따는 자와 잃는 자는 양극화되고 승부는 명백해진다.


    두 명이 맞고를 치면 이기는 사람이 계속 이겨서 재미가 없다. 고스톱은 셋이서 쳐야 적당하다. 다섯이 넘어가면 다시 실력차가 분명해져서 한 넘이 싹쓸이한다. 가장 못 하는 사람이 가장 잘하는 사람을 은밀히 밀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중간사람이 깨닫는다.


    중간권력이 문재인에게 화내는 이유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문화든 국가든 로켓 스토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궁이와 연소실과 굴뚝이 분리되어 있다. 칼과 도마의 화려한 밀당이 연소실에서 일어난다. 세상은 몰아서 하나다. 몰아서 전모를 보라.


    그것은 환경과의 게임이다. 사랑에도 그것이 있고 인생에도 그것이 있다. 그 사이에서 일방향성을 봤다면 그대는 무언가를 본 것이다. 한 줄에 꿰면 방향을 판단할 수 있다. 나머지 소식들은 중간의 연소실에서 용해되고 재가 되어 사라지므로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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