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39 vote 0 2021.03.13 (21:04:05)

    오늘 유튜브 동영상에 언급한 이야기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smc7jbUPiE
 


    구조론에서 여러 번 언급된 파인만의 동영상이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줘야 한다. 필자의 글 '관측을 관측하라' 편은 관측에 대해 19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그 정도가 아니면 설명한게 아니다. 어떤 사건을 말하려면 그 이전단계가 있다.


    이전단계가 전제가 된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진술하기 전에 전제를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전제의 전제가 있다. 그 전제의 전제의 전제가 있다. 그 전제의 전제의 전제의 전제로 19단계쯤 가주면 설명을 조금 해준 것이다. 파인만의 동영상이 그걸 말하고 있다.


    자석에 쇠가 붙는 이유는 철의 경우 다른 물질과 달리 원자들이 한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인데 보통은 이 정도 설명도 감지덕지다. 파인만이 핵심을 말했다. 그런데 말이다. 철 원자가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왜 달라붙지? 이걸 이야기하려면 전자기력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가면 끝이 없다. 보통 사람은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미끄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음이 왜 미끄럽죠? 그야 미끄러우니까 미끄럽지. 음 그렇구나. 이제 알겠어. 알긴 뭘 알아. 그건 아는게 아니다. 그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얼음이 압력을 받아 순간적으로 물이 되는데 그 과정에 부피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해야 한다. 그러데 왜 미끄러져? 그건 동영상을 보면 알 테고 중요한건 적어도 파인만은 피상적으로 대충 알고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나무가 왜 불에 타지? 불에 타니까 타는 거야.


    천만에. 나무는 불에 타지 않는다. 나무를 가열하면 목탄가스가 빠져나오는데 그 목탄가스가 타는 것이다. 나무가 불에 타는게 아니라니깐. 우리가 당연한 상식을 의심해야 한다. 어느 분야든 깊이 들어가면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뻘로 아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은 다르다. 


    필자가 구조론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다. 초등 4학년 때 자석에 쇠붙이를 붙이는 실험을 했다. 선생님이 결과를 발표하라고 한다. 학생들은 당연히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한 명씩 지목하여 대답을 시키는데 선생님이 원하는 답변은 아니었던지 기어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자석과 쇠붙이 사이에 어떤 힘의 방향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고 말하는데 선생님이 중간에 말을 끊었다. 뭐라카노? 하고 역정을 내더니 다음 학생으로 넘어갔다. 결국 선생님이 스스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자석이 쇠를 당긴다는 거야. 끝. 


    뭔 개소리야? 교실을 한바탕 뒤집어놓고 겨우 한다는 소리가 뭐 당긴다고? 당긴다는게 뭔데? 적어도 자기장의 존재 정도는 언급되어야 뭔가 설명한 거지. 자석에 쇠를 붙이는 실험의 결과는 자석에 쇠가 붙는 거야. 끝.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화가 났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건 아니지. 나는 왜 화가 났을까? 나는 메커니즘을 봤는데 선생님은 동사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당긴다는 동사다. 그건 눈으로 본 거다. 당기는구나. 그건 결과지 원인이 아니잖아. 어떻게 당기는데? 도대체 당긴다는게 뭔데? 언어는 동사로 시작된다. 동사의 전제는 명사다.


    명사와 동사가 문장을 만든다. 술어의 전제는 주어고 진술의 전제는 전제다. 언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적어도 19단계 정도 가줘야 뭔가 설명한 것이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으로 계속 추궁해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본 것은 동사다. 동사의 전제는 명사다. 명사와 동사가 어떤 결과를 만든다. 그 결과의 원인을 묻는 것이다. 명사와 동사는 구조로 연결된다. 진술과 전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을 연결시키는 것은 시스템이다. 시스템까지 가줘야 적어도 말이 된다.


    그냥 동사만 뱉으면 그건 문장이 아니다. 당긴다구. 뭘 당겨? 왜 당겨? 누가 당겨? 시스템 안에 메커니즘 안에 구조 안에 명사와 동사가 자리를 잡고 문장을 일으킨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죄다 파악하지 않으면 아직 알고 있는게 아니다. 



[레벨:30]솔숲길

2021.03.14 (08:02:40)

술어의 전제는 주어고 진술이 전제는 전제다. => 진술의?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3.14 (09:38:47)

감솨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114 벤투축구의 승산 1 김동렬 2022-12-04 2425
6113 각인 김동렬 2022-12-02 1970
6112 석열이가 너무해 image 김동렬 2022-12-02 2477
6111 넙치의 비밀 김동렬 2022-11-30 1819
6110 정상에서 만나자 김동렬 2022-11-29 3511
6109 벤투축구의 수수께끼 김동렬 2022-11-29 2241
6108 민주당에 반미환빠 똥들이 있다 3 김동렬 2022-11-28 3345
6107 물리적 실재 김동렬 2022-11-27 1627
6106 축구와 구조론 김동렬 2022-11-27 1922
6105 생각을 하자 image 1 김동렬 2022-11-26 1696
6104 수학과 구조론 2 김동렬 2022-11-25 1929
6103 유통기한 소비기한 김동렬 2022-11-23 2046
6102 외계인은 없다 김동렬 2022-11-22 2242
6101 총정리 김동렬 2022-11-21 2167
6100 데카르트의 실패 김동렬 2022-11-21 1914
6099 생각을 하자 2 1 김동렬 2022-11-20 1981
6098 결정론과 확률론 3 김동렬 2022-11-20 2172
6097 케빈 카터의 죽음과 빈곤 포르노 김동렬 2022-11-19 1954
6096 생각을 하자 김동렬 2022-11-16 2390
6095 생각의 단서 김동렬 2022-11-15 2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