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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11 vote 0 2021.05.26 (18:12:45)

    사건은 머리와 꼬리가 있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사건의 머리와 꼬리가 있다. 사건의 머리와 꼬리 사이에 우리가 찾아야 할 방향성이 있다. 거기에 포착해야 할 숨은 플러스알파가 있다. 사건이라면 기세가 있고, 자본이라면 이윤이 있고, 사회라면 권력이 있다. 톱니들의 맞물림이 있다. 


    수학이라면 그것은 순간변화율이고 물리학이라면 그것은 관성력이다. 그것을 알았을 때 마침내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대상을 컨트롤할 수 있다. 축과 대칭의 메커니즘을 장악하고 조절할 수 있다. 만유의 조절장치가 있다. 그것이 존재를 켜고 끄는 스위치가 된다.


    언제라도 머리에 자리잡고 꼬리를 바라봐야 한다. 원인을 장악하고 결과를 바라봐야 한다. 전체에 자리잡고 부분을 바라봐야 한다. 산의 정상에 자리잡고 기슭을 바라볼 때 비탈의 경사를 따라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플러스알파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개입하여 조절해야 할 에너지 낙차가 그곳에 있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다. 부분의 합은 죽어 있고 전체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생명성이라는 플러스알파가 있다. 부분의 합은 떨어져 있고 전체는 연결되어 있다. 사건의 톱니들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기세가 있고 흐름이 있다. 사건은 결 대로 간다. 결을 안다면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선제대응할 수 있으니 그것이 지식의 쓸모가 된다.


    사건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내부에 대칭을 만든다. 머리와 꼬리가 대칭된다. 원인과 결과가 대칭된다. 입력과 출력이 대칭된다. 작용과 반작용이 대칭된다. 대칭은 밸런스를 이루고 그 밸런스가 무너질 때 하나의 대칭에서 또 다른 대칭으로 옮겨간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있다.


    사건은 닫힌계 안에서 단계적으로 일어나며 단계를 하나씩 갈아탈 때마다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진다. 닫힌계 내부에서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어 대칭을 만들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은 계 내부에서의 방향전환이며, 방향전환은 축의 이동인데, 축이 이미 이동해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이동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는 것이다.


    투수가 공을 던진다면 인체의 코어는 회음부에 있다. 그곳이 상체와 하체의 중간지점이다. 투수는 회음부를 이동시켜서 공을 던진다. 그 상태에서 다시 축을 어깨로 이동시키고, 다시 팔꿈치로 이동시키고, 마지막에 손목으로 이동시킨다. 그때마다 좁아진다. 축이 유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게 방향성이다. 한 번 정해진 방향은 바꿀 수 없다.


    회음부에서 어깨로 올라온 코어를 다시 무릎으로 내려보낼 수 없다. 최초에 정한 방향 안에서 코어를 이동시켜야 한다. 방향은 상하, 좌우, 전후 셋밖에 없다. 손에 쥔 카드는 셋뿐이다. 투수는 상하를 선택하고 하를 버린다. 그것이 와인드업이다. 거기서 다시 좌우를 선택하고 좌를 버린다. 오른팔로 던지는 것이다. 거기서 다시 전후를 선택하고 후를 버린다. 팔꿈치로 공을 뿌리는 것이다. 마지막에 손목 스냅으로 공의 회전수를 올린다. 그전에 발로 땅을 구르는 동작까지 포함하면 투수는 다섯 번 공의 방향을 바꾼다. 공에 힘을 걸고 거기서 다시 힘을 걸기를 5회 할 수 있다.


    투수판 밟기 – 땅과 인체의 내외대칭. 발바닥이 코어.
    와인드업 – 상체와 하체의 상하대칭, 회음부가 코어.
    어깨회전 – 왼팔과 오른팔의 좌우대칭, 어깨가 코어.
    팔꿈치 이동 – 상완과 하완의 전후대칭, 팔꿈치가 코어
    손목 스냅 – 손가락과 공의 표리대칭, 손끝이 코어


    다섯 번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입력과 출력은 외부와 연결되므로 내부에서는 세 번만 바꿀 수 있다. 사건이 기승전결로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대칭을 갈아탈 때마다 축을 옮겨가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구조손실이 일어난다. 알아야 할 사건의 방향성은 여기서 절반씩 의사결정에서 이탈한다는 거다. 먼저 절반이 이탈하고 나머지 절반 중에서 다시 대칭을 조직해야 한다. 거기서 또 절반이 이탈한다.


    사건은 계의 균형을 붕괴시켜 급속하게 진행되다가 또 다른 대칭을 만나고 멈춘다. 그사이에 에너지 낙차가 있다. 대칭과 또 다른 대칭 사이에 효율성이 있다.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비탈이 있다. 산업이라면 이윤이 있고 사회라면 권력이 있다.


    대칭은 코어를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의사결정한다. 머리와 꼬리가 맞서면 머리가 이긴다. 원인과 결과가 맞서면 원인이 이긴다. 전체와 부분이 맞서면 전체가 승리한다. 갑과 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주체와 객체의 분별이다.


    외나무다리에서 누가 비켜줄 것인가? 누가 변해야 하는가? 머리는 변하지 않고 꼬리가 변한다. 변하지 않는 머리에 의지하여 꼬리를 움직일 수 있다. 상체에 의지하여 하체를 움직인다. 변하지 않는 것에 의지하여 변화를 일으킨다.


    게임과 같다.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구분된다. 이기는 것의 불변에 의지하여 지는 것이 변한다. 이기는 것이 원인이면 지는 것은 결과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알아야 할 방향성이 있다. 의사결정구조를 찾아야 한다. 머리를 찾고, 원인을 찾고, 전체를 찾아야 한다. 에너지의 입력부를 찾아야 한다. 그다음은 하나씩 뺀다.


    A의 변화와 B의 변화가 대칭을 이루고 나란히 맞물려 돌아갈 때 변하지 않는 C와 그 C의 변화를 찾아내야 한다. 남편과 아내가 대칭을 이루고 나란히 갈 때 변하지 않는 가족과 그 가족의 번성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자녀의 생산이다. 조직의 생장점은 그곳에 있다. 플러스알파는 그곳에 있다. 


    왼발과 오른발이 나란히 변화할 때 변하지 않는 몸통이 전진하는 방향성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메커니즘이다. 거기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에너지의 입력과 출력을 더하면 시스템이 작동한다. 시스템을 파악하면 입력을 조정하여 출력을 통제할 수 있다. 원인에 개입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헷갈린다. 왼발은 오른발을 탓하고 오른발은 왼발을 탓한다. 진보는 보수를 탓하고 보수는 진보를 탓한다. 진보와 보수를 동시에 아우르는 국민과 그 국민의 눈높이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다. 정치판이 이렇게 된 것은 국민이 변덕을 부리기 때문이다. 국민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작용의 증대라는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일관된 방향성을 읽어내야 한다. 국민은 결국 더 많은 역할을 주는 사람에게 투표한다.


    사건이 격발되면 비행기는 활주로를 이륙하고 외부자원은 동원될 수 없다. 사건은 닫힌계 내부의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여 단계적으로 대칭을 만드는 방법으로 시스템, 메커니즘, 스트럭쳐, 액션, 코드를 이루어 의사결정한다. 시스템은 계 전체의 연결상태다. 연결을 잇고 끊는 것이 스위치다. 


    질은 닫힌계의 내외를 잇고, 입자는 코어의 층위에서 상하를 잇고, 힘은 공간의 좌우를 잇고, 운동은 시간의 전후를 잇고, 량은 마찰의 표리를 잇는다. 동시에 그것을 끈다. 회로를 끊고 사건에서 배제한다. 그래서 우주의 방향은 마이너스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구석기

2021.05.26 (20:38:43)

모기의 침, 드릴-톱날-빨대
https://www.lgsl.kr/story/detail/sto/sto/76/IQEX2004070034
[레벨:4]고향은

2021.05.27 (15:24:38)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다."


단어 facilitation은 간편화. 촉진.이라는 뜻으로
생명과학사전.에서는 2가지 이상의 자극을 가할 때
그 효과가 가중되어서 단독자극의 효과의 합보다
현저히 커지는 현상.
어떤 조건에 의해 세포간 흥분전달이 쉬워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facilitation은 구조론의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다"
"전체는 부분의 합에서 볼 수 없는 플러스 알파가 있다"
라는 귀절의 뜻과 맥락이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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