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32 vote 0 2023.04.18 (18:21:07)

    노무현 당선과 동시에 좌파 지지자들은 모두 배반했다. 대북 송금특검이 빌미가 되었지만 애초부터 배반할 마음을 먹고 핑계를 찾았던 것이다. 그들은 노무현을 통제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손에 리모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배신한다.


    우파 성향의 지지자들이 그 빈 자리를 채웠는데 이라크 파병이 고리가 되었다. 황우석 소동과 우주인 고산의 실패를 거치며 탄핵싸움 뒤에 들어온 우파 노빠는 모두 배반했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명박 찍었다. 좌우 지지자가 모두 배반하자 노무현은 죽었다. 


    좌파는 골수 추종자만 챙기는 윤석열처럼 흉악하지 않다고 노무현에게 화를 냈지만 그들이 틀렸다. 노무현이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고 좌파에 끌려다니는 정치를 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없었다. 노무현의 중도행보가 뒷날 문재인의 당선에 기여한 것이 분명하다. 


    한 번이라도 그 정당을 찍어본 사람이 계기가 주어지면 또 그 당에 투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노무현과 비슷하면서 스토리는 반대된다. 문재인은 좌파에 끌려다니는 부동산 정책과 원전정책으로 중도표 잃었다. 노무현과 달리 지지자에게 배반당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임기 동안 지지율을 선방했다. 총선도 이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재인을 따르는 일부 문빠가 배반했고 문재인은 똥파리라 불리는 그들의 배반을 묵인하거나 침묵했다. 노무현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배반당한데 비해 문재인은 자기 부하에게 배반당했다. 


    노무현은 워낙 몰려서 배반할 부하도 없었지만 문재인은 높은 지지율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해먹으려는 야심가들에게 뒤통수 맞았다. 치려면 인기 있는 사람을 쳐야 뜬다. 2500년 전에 소크라테스가 저격된 이유다. 아무도 못 건드리는 문재인을 내가 박살낸다면?


    윤석열과 최재형이 주군을 배반한 이유다. 눈앞에 먹기 좋은 떡이 있는데 왜 먹지 않겠는가? 노무현의 희생이 훗날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듯이 문재인의 지금 고생도 나중에 보상받는다. 의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그 의리가 지렛대가 된다. 그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조조.. 나는 천하를 배반해도 천하는 나를 배반할 수 없다.

    노무현.. 유권자는 나를 배반해도 나는 유권자를 배반하지 않는다. 

    문재인.. 부하가 나를 배반해도 나는 부하를 배반하지 않는다.


    바보 노무현처럼 정치하면 죽는다. 문재인처럼 정치하면 당한다. 그 고생에 대한 반대급부는 반드시 있다. 영웅의 희생을 통해 에너지가 형성되면 그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무현, 문재인이 표를 모아놓았는데 달려들지 않겠는가?


    정치의 세계에 꿩 먹고 알 먹는 수는 없지만 내가 희생해서 후배들에게 떡이 돌아가게 하는 방법은 있다.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다. 나는 마이너스를 결정할 뿐이고 플러스 혜택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다. 누군가의 희생 없이 진보가 승리하는 방법은 절대로 없다. 


    당장 김어준, 유시민이 진중권, 서민, 신평, 박지현, 이준석 개떼들과 달리 정치 욕심을 내지 않고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 정도 하는 것이다. 김어준과 유시민이 국회의원과 도지사에 각각 출마해서 각자 몫을 챙기면? 안희정 되고, 정봉주 되고, 김경수 된다. 


    내시균형으로 보면 실제 노무현에게 다른 선택은 불가능했다. 다른 결정을 했다면 그게 윤석열 되는 것이다. 그냥 죽거나 뒤에 살아날 한가닥 희망을 남기고 죽거나. 문재인은 더 잘할 수 있었지만 워낙 해외변수가 많았다. 트럼프부터 코로나까지 흔들어 대는 판에.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765 직관의 기술 김동렬 2024-04-06 789
6764 인간의 비참 김동렬 2024-04-06 988
6763 국힘당과 집단사고 김동렬 2024-04-05 1273
6762 존재 김동렬 2024-04-05 706
6761 공천잡음 비명횡사 김동렬 2024-04-04 1427
6760 노무현 이후에 노무현이 없다 김동렬 2024-04-04 1268
6759 여론조사는 정확하다 김동렬 2024-04-04 1154
6758 생각기술 김동렬 2024-04-03 866
6757 국힘당의 멸망공식 1 김동렬 2024-04-03 1491
6756 조국당이 이기는 이유 1 김동렬 2024-04-03 1230
6755 조국이 앞장서는 1.9.혁명 2 김동렬 2024-04-02 1456
6754 난독증의 문제 김동렬 2024-04-02 967
6753 자체발광 심쿵작 백제의 미소 image 1 김동렬 2024-04-02 971
6752 한국 정치의 비밀 김동렬 2024-04-01 1227
6751 광야에서 김동렬 2024-04-01 948
6750 중도가 조국을 지지하는 이유 1 김동렬 2024-04-01 1439
6749 이종섭이 무얼 잘못했지? 김동렬 2024-03-31 1436
6748 지성과 권력 김동렬 2024-03-31 840
6747 직관 논리 믿음 김동렬 2024-03-29 1224
6746 윤석열 심판이냐 이재명 심판이냐 김동렬 2024-03-28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