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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모니터는 던져버리고 LCD로 교체하면 되지만 잘못뽑은 오명, 김우식을 창밖으로 던져버릴 수도 없고..

네티즌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과도하게 개입해서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교육부총리 인선이 늦어지고 있으므로 뒷북치기가 되더라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어쨌든 노무현정부가 국정원장 등 요직의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 배짱은 아주 좋습니다.

역대정권에서 이렇게 여유만만으로 인선을 한 일은 한번도 없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나라당이 부총리인선을 독촉하고 있는데 무시하고 반대로 하면 됩니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올지, 아니면 진통이 크니 옥동자가 나올지 일단 지켜보기로 합시다.

심심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주 5일 근무를 하겠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정우 정책실장이 『심심한 대통령이 되라』고 조언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합니다. 정책을 구상하는 시간은 많이 갖고 실무는 상당히 내각에 위임한 다는 거죠. 좋은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바를 두고 말한다면 노무현은 실무에 밝은 사람을 중심으로 CEO형 인사를 구상한듯 합니다. 진대제도 그렇고 강금실이나 김두관이나 이창동을 보면 구체적인 타켓이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아하! 이양반은 뭐를 건드리겠고 이 사람은 어디를 때리겠구나 하는 그림이 대강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심심한 대통령이 아니고 부지런한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진짜 심심한 대통령이 되려면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할 사람을 선발해야 합니다. 내각은 결정하고 집행은 관료들이 맡는 겁니다.

장관들이 실무에 집착하므로 부처이기주의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장관은 부처의 수장이기 이전에 내각의 일원이고 국무회의의 일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국무회의에서 토론은 안하고 대통령 말씀 받아적기나 하다가 자기 부처로 돌아가서 타부처 엿먹일 생각이나 하고.

YS는 유비, DJ는 조조, 손권은 노무현

몇가지 스타일을 구분하여 본다면 하나는 멍청하고 게으런 형으로 YS의 방식이 되겠습니다. 이 경우 경륜있는 인물에게 권한을 맡기고 자신은 뒤에서 바람만 잡는 스타일입니다. 무능한 유비가 유능한 제갈량에게 전권을 맡기는 것과 같죠.

둘은 똑똑하고 부지런한 형으로 DJ의 방법인데 내각은 예스맨으로 채워서 얼굴마담이나 하게 하고 만사를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것입니다. 유능한 조조가 고언을 하는 충신은 자르고 총명하고 말잘듣는 사람만 쓰는 방식입니다. 결정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장관 너는 좋은 아이디어나 있으면 내놓고 아니면 내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집행만 해라 이거죠.

노무현은 제 3의 형태인데 요소요소에 사람을 배치해놓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전체를 조율하는 방식입니다. 똑똑하고 게으런 형인데 삼국지에 비한다면 손권의 방법과 가깝습니다. 이 경우 내각은 허심탄회한 대화가 되는 친구들로 채워져야 합니다.

강금실, 김두관, 이창동을 보면 완벽한 화음을 내는 토론공화국이 꾸려진 것도 같은데 진대제, 오명, 김우식, 고건을 보면 아닙니다. 결정은 내가 한다 너는 실무나 책임져라? 이건 조조의 방식이죠. 게으런 대통령이 되려면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 판단을 할 사람을 골라야 합니다.

교육부총리도 그렇습니다. 입시난, 과외병 등 구체적인 실무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백년앞을 내다보는 청사진을 제시할 것인가입니다. 오명, 김우식은 실무형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교육에 실무가 중요한가요?

장관인가 부총리인가? 비전제시형으로 가야한다

교육부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인교육이고 하나는 입시행정입니다. 입시문제를 다루는 교육행정 차원에서 장관을 뽑는다면 대학총장 출신도 할 만 하지만, 전인교육 차원에서 부총리를 뽑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름 그대로 부총리입니다. 지금 교육행정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입시문제? 과연 대안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봅니다. 누가 해도 입시난 해결 안됩니다. 지금 정도로도 이미 교육과잉입니다. 이공계가 어떻고 영어공용화가 어떻고 호들갑들 떠는데 다 쓸데없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실무보다는 철학입니다. 백년대계죠. 입시제도 뜯어고치는 장관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바꿔놓을 사람을 뽑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큰 교육입니다. 교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합니다.

성적 몇점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국민의 가치관이 바뀌고 철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비전제시형으로 가야합니다. 대학 몇개 더 짓고 정원 몇배 늘리고 이런 것 보다 유치원, 놀이방, 탁아소부터 정비를 해야합니다.

한완상도 있고, 최장집도 있고, 강준만도 있고, 전성은도 있습니다. 진짜 승부는 내년 총선 때입니다. 그때까지 개혁은 언론을 두고 벌어지는 선전전으로 갈 것이며, 그 이전에 국민의 생각을 바꿔놓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 집니다. 정신차려야 합니다.

네이스는 미친 짓이다

싱크로나이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을거 아닌가? 고건아저씨 계속 박자 못맞추고 그러기 있나?

또 하나의 현안은 네이스인데 이거 미친 짓입니다. 몇천억원을 그냥 길거리에 버리는 짓입인다. 기업에서 쓰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를 도입하자는 건데 기업들 ERP 안씁니다. 최근 몇년동안 기업 대상으로 ERP 구축해준다는 회사 우후죽순으로 생겼는데 다 망했어요. 왜? 안팔리니까. 미쳤지. 그걸 누가 씁니까?

ERP가 별겁니까? 옛날 한때 반짝 유행탔던 인트라넷입니다. 그 이전엔 사설 BBS죠. 보통 진보쪽 사이트들에서 포탈 한다며 게시판만 잔뜩 붙여놓고 네티즌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인트라넷 기능은 MSN 메신저에 다 흡수되었어요. 메신저와 이메일만 있으면 충분하고 나머지는 전혀 필요없다는 말이지요. 쓰라고 강요해도 직원들이 ERP 안씁니다. 왜 메일과 메신저는 되는데 인트라넷과 ERP는 안되는가? 그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시간 때문입니다. 인트라넷이나 ERP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공간 개념을 가지고 공간적 설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즉 네트워크 안에 가상의 건물을 짓는 것입니다. 건물의 기본은 방과 복도인데 방은 게시판이고 복도는 상단의 메뉴바죠.

게시판이라는 방을 잔뜩 만들고 그 다음 복도를 만든다며 메뉴를 잔뜩 붙여놓는 겁니다. 그런데 업무의 효율성이라는 것은 실은 그 쓸데없는 공간들을 제거해가는 과정입니다. 이 서프라이즈도 보시면 알겠지만 메뉴가 별로 없습니다. 왜?

왜 서프라이즈는 구조가 단순한가?

서프라이즈를 처음 방문하신 분들은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구조가 너무 간단하잖아요. 건물은 무수한 방으로 되어 있습니다. 업무의 효율성은 바로 그 방들을 제거함으로 얻어지는 것입니다. 방이 많을수록 비효율입니다. 과연 서프라이즈는 그 방들을 없애버렸습니다.

포드시스템이 뭡니까? 방을 없애고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서 한줄로 쭉 이어놓은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보세요. 뉴스가 밑으로 길게 쭉 이어지잖아요. 『오마이뉴스/서프라이즈』와 『조/중/동』의 차이는 포드시스템과 수작업의 차이와 같은 것입니다.

건물의 복도와 방의 숫자가 많을수록 손해죠. 그걸 없애서 하나로 쭉 이어놓은게 포드시스템입니다. 근데 인트라넷이라는 것이 대부분 쓸데없이 방만 잔뜩 만들어놓은 거에요. 마우스로 클릭하라는 곳이 수백개나 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잘 안들어가지요.

인트라넷은 컨베이어 벨트를 부수고 방을 만들어서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겁니다. 미친 짓이죠. 전부터 지적했지만 개혁당 사이트도 잘못 만들었고 국민의 힘(cybercorea.org)도 설계가 잘못된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해놓으면 원래 사람들이 안옵니다. 방을 쪼갤수록 방문자는 줄어듭니다.

학생들 성적표는 왜 몰래 보려고 하지?

네이스의 유일한 의미는 학부모들이 아이들 성적표를 몰래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걸로 학교별 통계를 내서 자기들(교육부 직원) 일거리를 만드는 거죠. 전교조의 활동이 많은 학교는 성적이 낮다는 증거를 찾아볼 계획도 있겠지요. 그 짓을 왜 하지? 남의 성적표 훔쳐보면 재미있나?

덧글.. 전성은 교장이 고사해서 문제인듯 한데 삼고초려라는 단어는 이런 때 써먹는거 아닙니가? 삼고초려 왜 못합니까? 전성은교장이 부총리 수락할 때 까지 자리 비워놓고 기다리지요. 뭐. 그러면 노무현 인기 엄청 올라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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