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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 때 한동안 정몽준에 대한 과대평가가 기승을 부렸다. 그렇게도 보는 안목들이 없는지 원. 한마디로 허탈했다. 뒤늦게나마 정몽준의 본색이 드러난 것이 천만다행이다. 도올의 한방 이후 김정일에 대한 과대평가가 게시판에 넘치고 있다.

김정일은 정몽준보다 한 수 위의 인물인가? 천만에! 김대통령이 김정일을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나, 노무현이 정몽준을 화끈한 사람이라고 평가해준 것을 진심이라 믿는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김정일은 식견이 없는 사람이고, 정몽준은 원초적으로 아닌 사람이다. 보면 모르는가? 테레비젼에 비친 언론사 사장들과의 장광설을 보고도 모르는가? 평양 닭공장을 자랑하고 싶어서 너스레 떠는 어린애 같은 치기, 보면 모르는가?

정치는 게임이다. 돌아가는 판에서 지금 누가 오야를 잡았는가 이거다. 누가 코너에 몰렸고, 누가 블러핑을 하고 있고, 누가 꽃놀이패를 잡았는가? 아둔한 소리들이 하도 많아서 허탈한 심정이다.

블러핑이라는 것은 히든카드를 감추어 놓았을 때나 유의미한 것이다. 카드를 까고 나면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이 블러핑이다. 이미 드러날 것은 거진 다 드러났다. 한마디로 족된건 김정일이다. 한나라당도 훈수만 두다가 헛물을 켜게 되어 있다.

과대평가된 얼치기 정몽준과 김정일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 북한 입장에서 보면 김정일은 제 2의 이완용이다. 나라를 팔아서 김대중에게 5억달러를 받아먹었다. 북한은 돈 보다 자존심을 택하는 나라이다. 이 상황을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이다.

김정일이 틈만 나면 군부대를 시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산국가라 해서 권력유지가 쉬운 것은 아니다. 호르시초프는 케네디와의 게임에서 밀린 후, 소련의 위신을 추락시킨 죄로 하루아침에 목이 달아났다.

물론 하루아침에 김정일 목이 달아날리는 없지만, 한가지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이 공개되면 김정일은 군부대 시찰 횟수를 두배로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어디 해먹을 노릇인가?

개성특구가 어떻고 금강산이 어떻고 하는건 다 개소리다. 이 사건의 본질은 김대중이 김정일을 돈으로 매수했고, 김정일은 돈에 눈이 멀어서 이완용 노릇을 했다는 거다. 외교초보 김정일이 신의주 특구의 개망신에 이어, 또한번 국제무대에서 망신을 당한 것이다.

혹자는 이 돈을 김정일이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북한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터무니 없다. 한나라당은 무슨 근거가 있어서 공세인가? 원래 정치공세는 근거가 없을 때 효력이 있다. 돈이 어디에 쓰여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자존심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김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굽신거리며 거래했다는 그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요. 북한 일부세력 입장에서는 김정일이 김대중에게 굽신거리며 돈을 얻어왔다는 그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이다. 김정일의 개망신으로 국제사회가 결론을 내리면 끝나는 거다. 물론 북한은 통제된 사회이다. 일반 주민들은 모를 것이다. 그래도 군부가 동요할 빌미는 된다.

쿠데타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해도 김정일이 똥줄이 타도록 전방부대를 뛰어다녀야 하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보통은 김정일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는다. 보좌를 잘못했다 해서 주변의 실세 몇사람을 친다. 벌써부터 아태위원회 몇이 숙청되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이런 숙청게임도 김정일 입장에서 곤란하기로는 마찬가지다. 김일성이 걸핏하면 부하를 숙청하는 것이 좋아서 그랬겠는가? 자신이 살기 위해,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며 읍참마속 하는 것이다. 아끼는 부하를 하나 숙청할 때 마다 팔이 잘리는 아픔을 겪는 것은 김정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정치라는 세계다.

이완용이 된 김정일, 이등박문이 된 김대중

세상에 어느 나라 미친 지도자가 자기 나라 땅덩어리를 팔아먹는단 말인가? 북한 입장에서 김정일의 범죄행각은 구한국 말기 외국에 이권 팔아먹은 이래 최악의 매국노 짓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필자도 김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솔직히 김정일에게 이런 최악의 결정을 하도록 유도한 김대통령을 업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김용옥의 우국충정? 말은 좋다. 필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하수다.

사실 나는 94년 김일성 사망 때 부터 북한을 다스리는 방법은 김정일정권을 돈으로 매수하는 이등방문 방식 밖에 없다고 누누이 말해온 사람이다. 그 외에는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김대통령의 매수공작은 매우 잘한 일이며, 한마디로 김정일은 코가 꿴 것이다.

돈? 아편과 같은 것이다. 김정일은 이미 아편의 맛을 봐버렸다. 중독된 것이다. 본질에서 게임은 끝났다. 미끼는 물었고 뜰채로 건지는 일만 남았다. 김대통령은 민족을 위하여 역사에 길이남을 큰 공을 세운 것이다.

게임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 어떻게? 공식화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이 아편에 중독되었다는 개망신을 공개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의 자존심을 밟아놓는 것이다. 김정일을 코너로 모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김정일의 난국 타개책은? 노무현에게 매달리는 수 밖에 없다. 김정일이 살기 위해서 노무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노무현은 김정일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속이 바짝 타고 있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김정일이다.

김정일이 살려면 조기에 서울답방을 성사시키고 개성공단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이쪽에서는 반대로 간다.

노무현 : "아 개성공단 그거 필요없어. 남는 장사 아냐. 안한다구."

김정일은 무릎 꿇고 애걸해야 한다.

김정일 : "제발 개성공단 해주세요. 그거 안되면 나 군부에 축출될지도 몰라요."

특검 되면 분명 김정일 쪽에서 큰 제안 들어온다. 먼저 전화하는 쪽이 지는 게임이다. 참 김정일이 돈을 떼먹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는데 정치가 어디 애들 장난인가? 러시아가 50억불 떼먹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는가?

절대로 못 떼먹는다. 어떤 형태로든 먹은건 토해내게 되어 있다. 김정일이 그거 떼먹으면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는가? 일본이 수교하면 100억불 줄 예정이다. 노무현이 고이즈미에게 전화 한통만 하면 북한은 100억불을 날리고 헛물을 켜게 된다. 누가 손해보는 장사인가?

북한이 외교를 잘했다고라고라?

북한이 벼랑끝 외교를 통해 경수로를 비롯하여 많은 것을 얻어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외교는 북한에 맡겨야 한다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어린애 같은 이야기다. 북한이 경수로를 얻어내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는가?

경수로는 북한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북한은 겁이 나서 개방이라는 미끼를 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경수로를 얻어내지 못했다. 경수로 그거 공사진행 안된다. 원래부터 미국은 경수로를 제공할 의사가 없었다.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할 의사가 처음부터 있었다고 믿었다면 순진한 경우이다. 경수로와 중유제공은 어디까지나 개방을 유도하여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미끼이고, 의심 많은 북한이 그 미끼를 물지 않아서, 떡밥만 잔뜩 뿌려진 채로 속고 속이는 정치게임은 중단된 것이다.

미국 의회의 의결이 없는 이상 클린턴과의 개인적인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북한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서울답방이 안되고 있고 핵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가?

현재로서 사건의 키를 쥔 사람은 김정일이다. 김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속아서 5억불을 떼인 사건인지, 아니면 그 반대로 현대가 김대중의 보증 하에 북한에 5억불 투자한 사건인지는 김정일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과연 그러한가? 천만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특검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이다. 특검을 하면 단번에 반전된다. 특검을 한다는 것은 결국 김정일이 쥐고 있는 키를 노무현이 빼앗는다는 의미이다.

정답은 불확실성의 제거이다. 이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 불확실성은 정체가 불분명한 아태위원회와, 권리가 불분명한 현대와의 계약 때문에 생겨났다. 노무현의 과업은 이것을 정부와 정부간의 조약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설사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더라도 항구적으로 계약이 승계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일의 답방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문제는 김대중이 북한과 거래했다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이 김대중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데서 출발한다. 또 앞으로도 김정일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한나라당 쪽의 예단에서 비롯된다.

지금 김용옥 등이 주장하고 있는 이쪽의 논리는, 김정일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에 토대를 두고 있다. 터무니 없는 일이다. 원래 예상이나 믿음 따위는 안쳐주는 것이다. 어떤 바보가 예상이나 믿음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가?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김정일이 답방하면 하루 아침에 반전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답방을 성사시키느냐이다. 정답은 나와 있다. 노무현이 정몽준 다스리듯 강하게 나가야 한다. 협상술의 기본을 모르는가? 『노』라고 말해야 예스가 된다.

노무현은 후보 단일화를 받아들이기 직전까지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은 1퍼센트도 없다』고 큰소리쳤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그 말은 단일화를 하겠다는 굳은 약속이었다. 그 시점에 쓴 필자의 칼럼은 『단일화 확실하다. 그런데 나는 단일화 반대한다』로 되어 있다. 어차피 단일화는 확실하기 때문에 맹렬하게 반대해서 정몽준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정치게임은 연애와 비슷하다. NO라고 말하면 YES다. 마찬가지로 김대중과 김정일의 모든 거래를 백지화 한다고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 이 경우 김정일이 5억불을 떼먹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정몽준이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과 같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압박해야 한다. 김정일이 답방을 하고 개성공단을 본격 개방하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그 방법은? 폭로 밖에 없다. 감추어둔 카드를 다 까고 가는 거다. 블러핑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이 노무현이 정몽준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특검은 우리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특검을 우리쪽에 불리하게 보는 대전제는 김대중이 5억불을 북한에 떼였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5억불을 떼였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특검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반대로 특검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김대중은 퇴임 후에 카터가 하던 역할을 하고, 현대는 계속 북한에 비밀거래를 하게 된다. 가능한가? 천만에!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김대중이 이걸 알면서도 김정일을 속인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쳤다고 힘 빠진 김대중과 거래를 하려 들겠는가? 북한이 미쳤다고 법적인 기반이 없는 현대와 되지도 않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는가?

김정일이 바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내가 김정일이라도 이 상황에서 김대중 및 현대와는 거래는 끊는다. 이건 당연한 상식이다. 어떤 거래이든 상대방의 최고실세가 나와야만 성사되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첫째 김대중과 김정일 및 현대와의 모든 비밀거래를 폭로한다. 둘째 김대중은 대북관계에서 완전히 퇴장한다. 셋째 현대는 모든 권리를 정부에 양도하거나, 혹은 정부와 협의하여 합법화, 공식화한다. 넷째 이상을 위하여 김정일이 서울을 방문한다. 다섯째 현대와 아태위원회간의 모든 거래내용을 북한정부와 한국정부의 조약수준으로 격상시킨다.  

가능한가? 총선에서 압승하면 모든 일이 저절로 풀리게 되어 있다. 총선에서 지면? 한나라당의 반대 때문에 안된다. 어차피 이 문제는 총선에서 결판난다. 노무현은 서두를 이유가 조금도 없다.

임동원특사가 물먹은 데서 보듯이 북한은 김대중과 거래할 의사가 없다. 이건 원래 안되는 것이다. 퇴임 이후 김대중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면 어린애 같은 생각이다. 법적 기반이 없는 현대와의 거래도 물리적으로 진전이 안되게 되어 있다.

비겁하게 아태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김정일이 전면에 나서야한다. 모든 상황이 서울답방을 안하면서부터 꼬였으므로, 서울답방을 실현시키는 것으로부터 김정일이 직접 풀어나가야 한다. 아태위를 대타로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김정일도 뭔가 꿀리는 데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노무현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이기면 저절로 YES로 변하겠지만. 결론적으로 협상술의 기본을 알고 떠들자는 이야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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