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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텍사스 벌판의 작은 마을에 무법자가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이 회의를 열고 보안관을 선출한다. 보안관은 주민들을 설득하여 추적대를 편성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냉담하지만 부시보안관은 영국의 블레어, 스페인의 아스나르, 한국의 노무현 등을 추적대에 합류시키는데 성공한다.

보안관이 추적대를 결성하면 열성적으로 호응해 주는 것이 텍사스 방식이다. 지금 미국에 몰아치고 있는 애국주의 광풍도 그런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법자는 강하다. 주민들은 무법자의 폭력에 굴복한다. 서부에서는 힘이 곧 법이다. 겁쟁이 보안관을 믿지 않는다. 고독한 대결이 벌어진다. 서부영화 『하이눈』을 연상할 수 있다. 보안관이 충분히 강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그제서야 하나 둘 나타나서 보안관을 돕는다.  

슈퍼맨의 나라 미국과 일본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미국에는 유난히 슈퍼맨이 많다. 만화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주인공 설까치는 강하지 않다. 마동탁에게 깨지기 다반사이다. 70년대를 풍미했던 레슬러 김일선수처럼 악당에게 곤죽이 되도록 줘터지다가 마지막에 한번 용을 써서 승부를 반전시키곤 하는 것이 한국에서의 방식이다.

일본도 어느 면에서 미국과 비슷하다. 일본 야구팬의 절반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팬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에게는 유난히 강자를 숭배하는 문화가 있다. 만화 드래곤 볼의 주인공 손오공처럼 일본문화의 주인공들은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것도 부족해서 끊임없이 무술을 연마하여 더욱 강해진다. 나중에는 우주적으로 강해져서 장풍을 쏘아 달을 지구 궤도 밖으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절대강자 한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므로서 사회에 질서가 유지되고 평화가 찾아온다는 식이다. 일본문화와 미국문화는 그런 점에서 닮아있다.

프랑스만화 주인공 아스테릭스는 꾀가 많고 오벨릭스는 힘이 세다. 로마군에 비하면 둘 다 약자이다. 약자가 연대하여 강자를 물리치는 것이 프랑스인의 사고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는 분명히 일본/미국과 구분되는 문화적 동질성이 있다.

대륙문명과 해양문명의 차이
약자끼리 연대하여 강자를 견제하는 대륙문명의 전통이 있고, 강자에게 힘을 몰아주어 분쟁을 종식시키는 해양문명의 전통이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인 영국, 호주, 스페인, 등은 고립된 반도나 섬으로 해양문명에 속한다고 본다.

한국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대륙적 기질이 강하지만 북한으로 막혀 고립된 지금은 해양문명의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은 전형적인 대륙문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오해하기 없기-일부 그러한 측면이 있다는 거지 절대적인건 아닙니다. 다 상대적이고 역설적인 거죠.)

해양국가는 반도나 섬으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적의 침략을 당하면 도망갈 곳이 없다. 선제공격하여 적을 소탕하든가 아니면 자신이 죽든가이다. 대륙은 다르다. 적이 침략해오면 이웃나라로 도망가면 그만이다. 약자가 연대하여 강자를 견제할 수 있는 곳이 대륙이다.

해양문명의 타 영역에 대한 개입방식
해양환경에서는 서로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다. 해양세력인 로마가 식민지라는 독특한 지배형태를 개발하였듯이, 또 미국이 한국에 간섭하고 있지만 일정한 선을 긋고 있듯이 해양환경에서는 제한적인 개입이 가능하다.

대륙은 다르다. 지배자는 피지배자에게 자기민족의 풍속과 제도와 언어를 강요하여 완전히 동화시키려고 한다. 『오월동주』라는 말처럼 대륙에서는 먹거나 아니면 먹히거나다. 하나가 하나를 완전히 먹어 없애야만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는 명백히 문화적인 코드의 차이가 있고 이 때문에 갖가지 오해와 충돌이 생겨난다. 침략자 부시는 경제적 착취만을 노리고 있지만 침략당하는 이라크인은 종교와 언어와 전통까지 강요당하는 노예가 될 것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텍사스 순찰대원 조지 부시
텍사스에는 레인저스라는 야구단이 있다. 부시는 한때 레인저스의 구단주였다. 어원을 알아보면 range는 원래 목책이 나란히 이어진 목장의 울타리를 의미하는데, 그 울타리를 따라가며 소도둑을 감시하는 순찰대를 의미하게 되었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들은 바다의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마을은 적의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광활한 텍사스의 목장지대를 돌아다니며 무법자를 감시하는 순찰대가 레인저스다. 부시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지구촌의 순찰대가 되어있다.

인구가 많은 한국이나 프랑스의 농촌이라면 다르다. 도적은 이 마을에서 달아나봤자 다른 마을에서 잡히게 되어 있다. 내가 무법자를 추격하지 않아도 다른 마을의 협력을 구하는 방법으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외교가 중요하다.

가족의 보호자 사담 후세인
미국 텍사스와 이라크의 사막은 어느 면에서 유사하다. 초원의 유목민들도 바다의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살기 위해서는 가부장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해야 한다. 이라크인들에게 후세인은 부족장이요 가부장이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언제나 약탈과 습격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여성들의 피해는 지금도 심각하다. 적대적인 부족과의 원한관계는 대를 이어 전해진다. 조상의 복수를 핑계로 여성을 공격한다. 이라크에는 지금도 150개 이상의 부족이 복잡한 원한관계로 얽혀진 채 살아가고 있다. 후세인과 같은 절대강자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이라크인들은 믿고있다. 미국인들이 슈퍼맨을 기다리듯이 그들도 절대강자를 희구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후세인은 성공한 정치가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요구하지만 아랍 어느나라에도 민주주의는 없다. 그들에게 우선순위 1번의 문제는 민주주의나 경제적 번영이 아니라 가족의 보호이다.  

이 전쟁의 승패도 그 언저리에서 결정된다. 아랍인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군이 가족의 보호자로 인식되는가 여부이다. 동맹군이 여성을 유린하고 가족을 해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면 미국은 참패를 면할 수 없다. 반면 부족의 전통을 인정하고 가족의 보호를 약속한다면 미국이 승리할 수도 있다.

화성에서 온 부시, 금성에서 온 후세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사실 이 책은 잘못 소개되고 있다. 여기서 화성과 금성은 점성학 용어다. 불의 별 화성은 공격적, 활동적인 남성성을 상징한다. 풍요의 별 금성은 사랑과 소유, 여성성을 상징한다. 이 책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언어의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장애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소통의 코드가 다른 것이다. 국가간에도 분명히 문화적 동질성과 이질성이 있고 의사소통의 코드에 차이가 있다. 많은 오해와 마찰이 거기서 비롯된다. 인문주의는 바로 이러한 문제 곧 종교와 문화권 사이에서 성립하는 의사소통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존재한다.

문명이 충돌하는 지점에 서서
문명과 문명이 충돌하고 있다. 기독교 문명과 아랍문명이 충돌하고 있다. 대륙문명과 해양문명이 충돌하고 있다. 전통문명과 첨단문명이 충돌하고 있다. 유목민 문화와 농경민 문화가 대립하고 있다.(부시와 후세인의 같은 유목민 문화다. 농경문화는 싸움을 말리고 있다)

우리는 평화를 외치지만 힘이 없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전쟁이라면 우리 인류가 이 전쟁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역사와 문명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이 시대의 문명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21세기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문하는 것은 무엇인가?

첨단 기계문명을 자랑하면서도 민족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타자와 공존하고 소통하는 방법은 깨우치지 못했음을 신은 인류에게 일깨우고 있다. 종교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전통이 다른 타자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참으로 아쉽다.

진실은 가려져야 한다. 왼쪽은 진실이고 오른쪽은 진실이 아니다. 노무현호는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가고 있다. 지지자들은 서럽다. 우야믄 존노?

덧글..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도 그렇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잘 찾아보면 그런 점도 없잖아 있다는 거지 이렇게 딱 2분법으로 나눠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반대의 측면도 얼마든지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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