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죽이기 위한 비판과 살리기 위한 비판의 차이는??

글쟁이의 자가당착은 때로 재미있다. 그러나 가끔 한심하다. 당위성을 강조해 놓고도 ‘당위’해야 할 근거는 매우 박약하거나, 때론 없기 때문이다. 당위성을 ‘당위’하기 위해 끌어다 놓는 근거라는 것이 표현만 바뀐 ‘당위’ 그 자체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 피식 웃음이 나오거나 혹은 ‘쯔쯔’ 하고 혀를 차고 만다.

변희재의 글을 읽다보면 자기당착적 오류가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순환론적 오류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주장을 위한 주장. 그것말고는 이런 순환론적 오류를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데 왜 변희재는 주장을 위한 주장만 늘창 늘어놓고 있는 것일까.

1) 노무현 정권은 성공해야 한다. 고로 비판이 필요하다.
2) 비판은 살리는 비판, 죽이는 비판이 있다.
3) 노무현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는 ‘살리는 비판’을 해야 한다.
4) 노무현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는 ‘죽이는 비판’은 찾아서 (죽이는) 비판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체 누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살리는 비판’과 ‘죽이는 비판’으로 나뉘고 평가하는 일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준은 대체 뭘까? 노무현 정권의 비판과 관련해서 별도의 ‘위원회’가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위원회의 ‘장’을 변희재가 맡으면 딱 맞지 않을까.. ^^ ‘완장’이라는 것은 이럴 때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변희재는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노무현 정권을 최약체 정권으로 규정한다. “대선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정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이건 틀렸다. 이런 분석 때문에 변희재가 정몽준 쪽에 한때 기울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무현이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후보로 당선되었을 때, 그의 청와대 입성을 확신했던 사람, 적지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노무현주의자’여야 했다. 오직 노무현. 이것이 바로 그의 청와대 입성을 바라는 그의 지지자들의 한결 같은 소망이었다. 대통령은 오직 노무현이어야만 했다. ‘비 이회창도 가능하다’라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논리에 불과했을 뿐이다.

노무현이 안될 것 같으니 차선책으로 정몽준이다?? 노무현이 일신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후보직을 수행하지 못할 처지였더라면 모를까 멀쩡하던 사람을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을 다른 데로 돌리는 짓은 비겁하고 비원칙적인 짓에 다름 아니었다. 은근슬쩍 그 비겁한 비원칙에 발을 담궜던 떨거지들 지금 열심히 노무현주의자 하고 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 히브리서 11장 -

“예선만 통과시켜 주십시오. 본선은 자신 있습니다”. – 노무현 –

결정론적이지만, 그의 승리는 역사적으로 필연적인 것이었다. 아울러, 정몽준의 막판 배신에 잠깐 당황했었지만, 어쨌건 그는 국민경선 이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자신의 길을 충실히 걸어왔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 길을 걸으면서 집권 이후에 대한 ‘거대한 기획’을 준비했을 것이다.

변희재, 한발 더 나간다.

“제대로 된 인맥풀을 구성하지도 못하고, 우왕좌왕 엉겁결에 정권을 넘겨 받았다. 느닷없이 정권을 넘겨받아 노무현 자신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측근들은 도대체 어떻게 국가를 경영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단 말이다. 경제, 교육, 언론, 국제 등, 내가 냉정히 평가를 해봐도, 김대중 정권보다 안정성과 개혁성에서 앞서있다고 볼 수 있는 분야가 단 하나도 없다.”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이렇게 노무현 정권 모욕해도 좋은 건지 모르겠다. 이건 명백한 모욕이다. 뿐만 아니라 변희재의 이런 시각은 그가 비판해 마지 않는 조중동의 주장을 그대로 빌어온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노무현 정권을 아마추어 정권으로 규정하고 난맥상들만 부각시키고 끄집어내서 ‘너거들 약체 정권이니까 보수세력 말 들어야 해’ 라는 협박, 이게 바로 조중동이 지난 12월 19일 이후로 해 온 짓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살리는 비판’과 ‘죽이는 비판’으로 나누는 그의 주장을 근거로 하자면, 조중동의 위와 같은 비판은 명백히 ‘죽이는 비판’일 것이다. 주장만으로도 그렇고 사실관계에서도 그렇다. 그렇다면, 같은 비판을 변희재가 한다면, 그것은 ‘살리는 비판’이 되는가? 완장 찬 사람이 판단할 일이다. ^^

하나만 반박하자. 이건 물론 매우 주관적인 논거다. 변희재의 위와 같은 궤변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권의 첫 조각은 이전의 그 어떤 정권보다 합리적이며 적재적소의 인사였다고 생각한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노무현 정권에 걸었던 ‘기대치’에 이르지 못할 뿐이지 DJ나 YS정권에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마디 더 하자면.. ‘안정성’이라는 기준. 대체 워디서 끄집어 낸 ‘기준’인가?? ‘합리성’이라면 몰라도 ‘안정성’이라는 기준은 조중동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증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아마추어 정권’…

나는 이 기묘한 궤변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다. DJ 정권 때에도 이런 비판이 숱하게 나왔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로 조중동의 주딩이에서 나오는 개소리이다. 그런데 이런 개잡소리를 어떻게 변희재는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수 있을까. 예전에도 그럴 기회가 있었지만, 오늘, 다시한번, 변희재의 합리성에 의구심을 표한다.

대체 ‘아마추어’ 아닌 정권이 언제 있었던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삼선개헌에 유신까지 줄창 달려가다가 권총 한 자루에 파산선언을 당한 박정희 정권은 ‘프로’였던가? 전두환, 노태우 정권은 프로였던가? 군사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첫 문민 시대를 열었던 김영삼 정권은 프로였던가? 군사정권의 연장인 노태우와 결탁한 정권이었던 김영삼 정권을 이기고 의미있는 정권의 문민화를 이룩했던 김대중 정권은 그럼 프로였던가?? 만일 이회창과 한나라당이 집권했더라면, 그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였을까?

집권 경험이 있다고 해서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논리는, 97년 신한국당의 재집권이나, 2002년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 실패를 아쉬워 하던 조중동이나 한나라당 떨거지들이 주로 쓰는 논리이다. 물론 이것은 김대중 정권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이다. 백번 양보를 해서, 이런 개 같은 논리에 코딱지만한 개연성을 인정한다면 노무현 정권은 민주당의 김대중 정권을 이어받아 정권을 재창출한 ‘프로정권’이지 ‘아마추어 정권’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개 같은 말장난이 대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비판의 정당성은 누군가가 그 비판의 내용을 판단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오로지 하나 ‘원칙’에 의해서만 평가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조중동의 노무현 정권 비판이 욕을 먹는 것은 비판의 원칙이 지들 좆꼴리는데로였기 때문이다.

노무현에 대한 비판을 ‘살리는 비판’과 ‘죽이는 비판’으로 나누고 살리는 비판은 노무현에게 가게 하고, 죽이는 비판은 찾아서 죽이자고 주장하는 이가 ‘죽이는 비판’의 선구자들의 논리를 가져와서 노무현을 옹호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한마디로 한심하고 어리석을 뿐이다.

나는 변희재가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순수한 노무현 지지자였는지 되묻길 바란다. 아울러 노무현 정권을 옹호하기 위한다는 그의 글쓰기와 사회적 행위가 정말로 노무현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순수한 열망에서 비롯되었는지 돌이켜보기를 바란다.

하나, 오해하지 마시라. ‘순수’는 100%의 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방향성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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