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강준만 교주님께서 오늘 한겨레지면을 통해서
무기를 하나 주셨습니다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이 중화기라면
오늘 주신 "문화적 지체"는 휴대가 용이한 성능 좋은 소총입니다
주변에서 적군을 만날 때 사용법도 쉬워 장황한 설명도 필요없고
간단히 적을 제압할 수있는 아주 쓸모있는 무기인거 같습니다
내가 딱 원하던 거였는데
강교수님은 어찌 우리 마음을 이리도 잘읽으실까


'문화적 지체' 부추기기/ 강준만


한동안 거세게 불던 `노무현 바람’이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 전문가들의 자상한 해설을 듣고서도 여전히 납득이 안 되는 모양이다. 현 단계의 한국 사회가 직면해 있는 최대의 난제라 할 `문화적 지체’ 현상으로 설명해보면 어떨까

문화는 은근하고 끈질기다. 민주주의는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정권을 세우는 것만으론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 독재정권 치하에서 익힌 습속은 하루 아침에 타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식의 세계는 민주주의를 지향할망정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세계는 독재정권의 일사불란한 통치력을 지향하는 모순이 아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한 `문화적 지체’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박정희 신드롬’이다. `박정희 신드롬’은 별개의 고립된 현상이 아니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작동하고 있는 문화적 지체 현상의 원형이다.

한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른바 `보스 정치’를 욕한다. 그러나 그들이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그걸 욕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들은 그런 정치를 욕하면서도 대통령 후보들에게 그런 정치를 할 때에만 갖출 수 있는 위엄과 무게를 요구한다.

한국인들은 대선 후보들의 진실성을 원하는가 모두 다 입으론 원한다고 답하겠지만, 그들은 동시에 그들이 `대통령다운’ 연기를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들은 이른바 `인치’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군림하는 지도자’상을 꿈꾸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그런 자기 모순을 깨달을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여기서 조·중·동이 문제가 된다. 이들이 사실상 한국 언론의 의제 설정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노골적인 조작을 일삼는 단순무식한 신문들이 아니다. 이들은 대중에게 먹혀들어갈 수 있을 만한 `건수’를 잡아 과장과 왜곡으로 요리를 해서 그럴 듯한 음식을 내놓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고 있는 신문들이다.

노무현 후보에 대한 조·중·동의 초기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때는 색깔론 중심이었고 의제 설정을 노무현 후보와 민주당이 주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선이 끝나자마자 개시된 조·중·동의 2차 공격은 유권자들의 일상적 삶에서 가장 왕성하게 작용하는 습속이라 할 `어법’과 `스타일’에 집중되었다. `노무현 죽이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말 집요한 공격이었다. 조·중·동의 2차 공격은 성공했으며,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보고 있다.

지나친 `조·중·동 결정론’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법 하다. 타당한 반론이다. 노무현 후보와 민주당과 김대중 정권이 져야 할 책임까지 조·중·동에게 전가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유권자들이 지난 몇 개월 사이에 민주당과 김대중 정권의 실체를 깨닫게 된 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할 순 없는 일이다.

역사학자 최상천씨는 <한겨레> 8월31일치에 쓴 `137명의 가신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회창씨와 137명은 `주군-가신 관계’를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판단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조·중·동이 `보스 정치의 청산’이라고 하는 평소의 논지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그들이 대선 후보들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문제삼아야 할 건 바로 그런 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정반대로 `보스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문제들을 부정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바빴고 그런 보도와 논평의 틀 안에서 노무현 후보를 격하하고 폄하하는 시도를 집요하게 해왔던 것이다.

조·중·동은 조작을 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들의 습속을 악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그러한 `문화적 지체’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14 한나라당 지지율 곤두박질한다 image 김동렬 2004-10-08 12897
1213 노사모 새 집행부를 환영하며 김동렬 2004-10-07 12754
1212 갑제옹 박근혜를 치다 김동렬 2004-10-05 12908
1211 케리가 이긴다 김동렬 2004-10-04 14610
1210 노무현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동렬 2004-10-02 12545
1209 최근여론조사 분석 김동렬 2004-09-30 12615
1208 노사모는 선거중 김동렬 2004-09-28 12616
1207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image 김동렬 2004-09-25 13384
1206 전여옥 유권자를 고소하다 김동렬 2004-09-24 8818
1205 얼굴마담 박근혜 김동렬 2004-09-24 13471
1204 전여옥 인간 만들기 진행중 김동렬 2004-09-23 13427
1203 참사람을 찾아서 김동렬 2004-09-22 12305
1202 전여옥과 결전하면서 image 김동렬 2004-09-21 14119
1201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김동렬 2004-09-20 13374
1200 이문열 실패기 김동렬 2004-09-16 13378
1199 노무현의 승부수 김동렬 2004-09-15 12911
1198 갑제들이 망동하는 이유는? 김동렬 2004-09-14 14309
1197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image 김동렬 2004-09-11 14227
1196 노무현대통령의 의제선정에는 뭔가가 있다 김동렬 2004-09-10 12409
1195 노하우21의 탄생을 축하하며 김동렬 2004-09-09 12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