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대통령이 내놓고 골프치러 다니는 좋은 세상 왔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아아~ 조또민국, 아아~ 쓰바민국. 꿈같은 세상이 왔다.

 재미나게 골프치고 지지자들에게 편지 한 장 보낸다. 40만통이란다. 아부계의 지극한 경지를 보여준 김용옥 왈 『바라옵건대 시정잡배들의 쇄설(瑣說)에 괘념치 마시고 대상(大象)을 집(執)하는 성군(聖君)이 되시옵소서.』 했으니 시정잡배의 쇄설은 이메일 편지 한통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 얼씨구~

별수 없는 권력자 노무현의 모습
나는 이 편지에서 진정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청남대는 내것인데 큰맘먹고 인심 한번 써서 양보한다는 식이다. 영삼이 칼국수 쇼까지야 안바래더라도 .. 이건 웃긴거다. 감동은 없고 생색만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무현이 『내가 대통령인데.. 내가 낸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그건 원래 대통령의 것이 아니었다. 적으로부터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무현은 그 자리에 선발대로 간 거 아니었나?

한고조 유방이 진나라 수도 함양(咸陽)을 함락한 뒤 진시황의 아방궁을 둘러보고 『이거 다 내건데..』 이런 생각 해도 되고.. 그러기 있나? 정신차려야 한다. 『내가 낸데.. 감히..』 이런 우쭐한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애도 아니고.

개혁당 유시민의 패배를 고대하며
신문에 재미난 뉴스가 났다. 여야당의 개혁파들이 자당의 압승을 걱정하고 있단다. 보선에서 한나라당이 3곳 모두 압승하면 정당개혁이 실패해서 내년 총선에 참패할까봐 한나라당 개혁파들이 걱정하고 있단다. 민주당 개혁파들도 마찬가지고.

 『서프는 끝났다』고 선언해놓고 있지만 개혁당 실험도 진작에 끝났다. 들여다보면 거기도 서프와 비슷한 고민들이 있다. 지구당위원장들을 중심으로 한 독자노선파와 당직자 일부(?)가 총대를 맨 민주당과의 통합파가 대결 중이다.

김원웅은 독자노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워낙에 천방지축 믿을 수 없는 인간이니 논외로 한다.(평양엔 뭐하러 갔나? 튀어 볼라구?) 유시민은 민주당과 연합공천에 응했으니 통합파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번 보선으로 『유의미한 정치실험』으로서의 개혁당은 죽었다.

유시민이 당선될 수도 있겠지만, 당선된다면 거품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거짓 승리가 만들어내는 거품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다. 적당히 민주당과 협잡하고, 적당히 지역표 구걸해서 당선은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당과 나라를 죽이는 길이라는걸 왜 모르나?

본실력으로 이겨야 이기는 것이다
덕양갑은 영남표 10프로에 호남표가 30프로 쯤 된다. 그 30프로 지역표를 어째보려고 노무현이 선거 이틀 앞둔 22일 DJ와 만난단다. 우와~ 이거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머리한번 기막히게 굴렸다. 천재다 천재! 노천재 맞네!

지지자들에게 이메일 편지를 보내지를 않나, 참 선거 앞두고 가지가지 한다. 하여간 당선되든 낙선하든 이번 보선의 본질은 개혁당도 결국 영호남 지역구도 속으로 편입된다는 이야기다. 그건 본실력으로 승부하길 포기했다는 말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나라 개혁세력의 본실력이다. 지역주의야 한나라당도 이용하는 것인데 적당히 지역주의에 편승하면 어떠냐는 식으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그건 이 정권의 본질과 어긋나는 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무현, 유시민이 그래도 되나?

질 싸움을 져야 이길 싸움을 이긴다
잔머리정치, 꽁수정치, 선거 앞두고 날자 받아가며 생쑈. 한심하다. 나도 개혁당원인데 유시민이 미워서 이런 소리 하는거 아니다. 그래 이해한다. 정치는 현실이다. 되든 안되든 국회에 대가리 디밀고 들어가야 뭔가 시도는 해볼수 있다는거 안다.

그렇지만 쪽팔린다. 그 옛날의 기개와 호언장담은 다 어디가고 이렇게 망가져버렸나 싶어서 서럽다.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을 왜 그리 일찍 포기해버리나? 보선에 떨어져도 골수당원 3000명은 남을 건데 그 3000명의 애정이 그렇게 신뢰가 안가나?

우리 이러지 말자. 노무현이 YS시계 자랑하고, 몽준이와 단일화하고 이런건 5년만에 한번쯤 하는 역사에 남을 큰 승부니까 그래도 양해가 되는거다. 날고 긴다는 이창호, 이세돌도 속임수 쓸 때는 쓴다. 그러나 건곤일척의 큰 승부 때 단 한번 그러는거다.

지금은 포인트 올릴 때가 아니라 내공을 쌓을 때
손자병법에 다 나와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지역구도 이용해서 거짓 승리 얻으면 거품 끼고, 거품 끼면 착시현상 생긴다. 내가 내실력을 알 수 없으니 『지피지기』가 안되는거다. 또 손자가 말했다. 『병(兵)은 궤도(詭道)이다.』 전쟁의 기본은 속임수라는 말이다. 아무 때나 꽁수 쓰고 그러다가 본게임 들어가서 진짜 적을 속여야 할 때 어떻게 적을 속일 수 있나?  

어떤 승부이든 대결하다 보면 저절로 50 대 50으로 가게되어 있다. 결국 플러스 알파를 숨겨놓은 쪽이 이긴다. 지금은 그 플러스 알파를 만들 때이다. 실적을 쌓을 때가 아니라, 『내공을 쌓을 타이밍』이라는 말이다.

지금은 질 때이다. 솔직히 실력으로 안되잖냐. 이나라에 진짜 개혁세력 몇이나 된다고? 지금 지는 것이 나중에 이기는 거다. 지역구도 의존하지 말고, 호남표 넘보지 말고 개혁세력의 본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정치 하루 이틀만 하고 말건가?

서프라이즈 굶어죽을 판입니다. 걍 내비둡시다. 내 일도 아닌데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14 황라열 먹은 조선 지충호 먹은 한나라 김동렬 2006-05-30 15594
1613 박지성과 박주영이 일을 낼 것인가? 김동렬 2006-05-29 14534
1612 정동영과 우리당의 현실 김동렬 2006-05-29 13985
1611 사설강원을 오픈합니다. 김동렬 2006-05-26 16389
1610 용어정리 김동렬 2006-05-25 12458
1609 변혁의 구조 김동렬 2006-05-24 15295
1608 한국형만 살아남는다 김동렬 2006-05-24 13998
1607 게임 끝 김동렬 2006-05-24 15136
1606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김동렬 2006-05-23 16036
1605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김동렬 2006-05-21 13342
1604 황라열에 정운찬이면 김동렬 2006-05-18 11338
1603 스승의 날을 보내고 김동렬 2006-05-16 13784
1602 왜 나는 분노하는가? 김동렬 2006-05-14 11568
1601 그래도 기죽지 말기 김동렬 2006-05-13 11475
1600 깊은 슬픔 장 탄식 김동렬 2006-05-12 10522
1599 똥개는 무죄 인간이 유죄 김동렬 2006-05-03 11578
1598 변희재가 변하자 김동렬 2006-04-27 11118
1597 진중권 현상에 대한 소고 김동렬 2006-04-25 13375
1596 노회찬 치사하다 김동렬 2006-04-25 12044
1595 파충류가 된 지식 김동렬 2006-04-22 9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