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나는 재작년 7월 추미애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재작년 여름이다. 추미애의원의 취중발언 『×같은 조선일보, 이회창이 이놈, 사주 같은 놈(동아일보 기자에게)』이 조선일보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박스기사엔 『×는 남자성기』라고  설명까지가 친절하였다.

이때 네티즌들의 의견은 둘로 갈라졌다. 하나는 크게 흥분하여 날뛰며 추미애의원을 적극 옹호하는 그룹이었고, 다른 한 쪽은 바로 그곳이 조선일보가 파놓은 함정이므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며 추미애의원의 취중발언을 비판하자는 쪽이었다. 필자는 물론 다수 네티즌과 마찬가지로 추미애의원을 지지하는 그룹에 속하였다.

1년 반이 흘렀다. 누가 옳았을까? 나는 그때 다수 네티즌의 판단이 옳았다고 믿는다. 흥분할 일에 흥분하는 것이 옳다. 분노할 일에는 마땅히 분노하여야 한다. 그때 네티즌들 마저 추미애의원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면 오늘의 추미애의원이 가진 위상은 없을는지도 모른다.

『네티즌 여러분 이성을 찾읍시다! 냉정하게 현실을 봅시다. 바로 그 지점이 조선일보가 설치한 덫입니다. 적의 마수에 걸려들지 말고 현명하게 판단합시다.』하고 바른말을 열심히 하던 그 잘난 냉소주의자들은 이번 대선에 노무현을 위해 발벗고 뛰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네티즌을 지도하려고 한다. 네티즌은 이성을 잃고 날뛰는 광신도이므로 잘난 지식인인 저들에 의해 지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천만에! 어떤 경우에도 네티즌이 옳다. 왜? 그 본질은 이념이 아니고, 당파성이 아니고, 바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덫에 걸린 불쌍한 한화갑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도 조선일보가 덫을 설치했다. 한화갑이 덜컥 그 덫에 걸려버렸다. 한화갑을 동정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그러한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잘난척 하며 『조선일보의 마수에 걸려 어리석게도 자기편인 동교동을 공격하는 네티즌들』을 지도하려 든다면 이건 아니다.

사실이지 내가 봐도 동교동은 불쌍하다. 과거 민주화투쟁에 앞장서며 고생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라면 거역해서 안된다. 역적이 아니라고? 역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저항하면 그것이 바로 역적이다.

피투성이님의 도전이 있었고 조선일보의 몰이가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조선일보의 술수에 놀아나고 있다. 그들은 덫을 설치해놓고 사냥감을 몰아대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작은 싸움을 보지 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큰 싸움을 보라!

민주당이 어찌 되든지는 우리의 알 바가 아니다. 우리에겐 종이신문과 인터넷의 큰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차라리 조선일보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잘했다 조선일보! 힘내라 조선일보! 연이은 자살골이 훌륭하구나!』

피투성이님이 거는 큰 싸움의 의미

이념적 차이가 있고 문화적 차이가 있다. 문화적 차이라면 회교문화권과 기독교문화권의 문명충돌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념적 차이는 어떻게 잘 조정되고 해소되지만, 문화의 차이는 원래 답이 없다.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온라인문화와 오프라인문화가 정면충돌을 일으켰다. 이번엔 오프라인문화의 승리다. 이 승리의 역사적 의미는 중요하다. 왜?  

본질은 의사소통이다. 두 개의 의사소통그룹이 있다. 하나는 종이신문이고 하나는 인터넷이다. 이 두 개의 의사소통그룹 사이에 벽이 있다. 그 경계를 넘어 상호간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기독교도와 회교도 사이에 대화가 불가능한 것과 같다. 스님과 목사가 서로 상대방을 개종시키려고 노력하지만 불가능한 것과 같다.

의사소통의 부재다. 필연 어느 한쪽은 정보에서 완벽하게 소외된다. 지금까지는 정보유통자카르텔인 종이신문이 온라인을 소외시켜 왔다. 역전되었다. 이제부터는 정보생산자그룹인 온라인이 종이신문을 정보에서 소외시킨다. 한번 밀리기 시작한 이상 이제 그들은 지속적으로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될 것이다.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트면서 중간상인들은 망했다. 한번 직거래의 루트가 뚫리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는 폭리를 노리는 정보의 중간상인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영원히 없다.

정치는 정보전이다. 정보의 공급루트를 장악한 자가 다먹는 게임이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먹었다. 피투성이님 사건은 조중동을 비롯한 종이신문이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의사소통은 불능이다. 어느 한쪽이 죽어야 한다. 그들이 죽는다.

본질은 노무현 길들이기다
 
국민경선 이후 조중동은 노무현의 사소한 발언이나 행동거지를 두고 지속적으로 씹어대었다. 그것이 먹혀들어 한때 지지율이 10프로 대까지 폭락하였다. 그것은 무엇일까? 역시 본질은 의사소통이고 그 이전에 문화충돌이다.

이념의 차이는 가짜다. 과거 민중당 하던 사람들 지금 한나라당에 가 있다. 이념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 김대중과 김종필이 사이좋게 공존했듯이, 이부영과 정형근이 한솥밥을 먹듯이 이념의 차이는 언제든지 해결될 수 있다.

문화는 버릴 수 없다. 습관과 성격으로 아주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의 장애를 유발하고 있다. 한화갑과 박상천, 정균환은 기본적으로 노무현과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떠나야 한다.

노무현이 빨갱이? 좌파? 사회주의? 아니다. 본질은 문화다. 노무현의 문화가 기득권층의 문화와 마찰한 것이다. 지역감정? 역시 문화다. 증상은 의사소통의 부재로 나타난다.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의사소통에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술은? 답은 나왔다. 지속적으로 문화충돌을 유발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장애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상대방이 오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노무현은 의도적으로 문화충돌을 유발해야 한다. 그들의 길들이기에 저항해야 함은, 물론 그들을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시켜야 한다. 노무현은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이다. 네티즌도 길들여지지 말아야 한다.

『현명한 판단? 냉철한 이성? 적들의 음모를 꿰뚫어보자? 적이 설치한 덫에 걸려들지 말자?』

바로 이것이 적들에게 길들여지는 공식이다. 현명하게 판단하면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하여 선진문물을 배워야 한다. 친일파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모두가 친일파가 된다. 이성을 잃은(-.-;) 자들이 무모하게 독립운동을 한다. 그것이 역사다.

정치는 기세싸움이다. 기세에서 밀리면 죽는다. 관성을 잃고 가속도를 잃어버리면 모두를 잃는다. 우리의 유일한 무기는 네티즌이 결집하면 결집할수록 점점 증가하는 관성과 가속도이다. 그 관성의 힘과 가속도의 힘을 만드는 것은 분노이다. 냉정해지면 죽는다. 분노를 잃고, 관성을 잃고, 가속도를 잃을 때 네티즌은 죽는다. 노무현은 네티즌을 잃을 때 죽는다. 돌풍은 핵을 잃을 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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