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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17 vote 0 2003.01.19 (14:47:10)

[아래의 글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이회창은 내년 봄 총선 직전에 복귀한다]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잠시 죽고 오래 사는 길이요, 하나는 잠시 살고 영원히 죽는 길이다. 그 갈림길은 내년 총선 때 맞닥드리게 된다. 그때 한나라당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잠시 죽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둘로 쪼개야 한다.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살아남은 것들은 진보 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 잠시 살기 위해서는 이회창이 복귀해야 한다. 이회창이 복귀하지 않으면 공천문제 때문에 한나라당은 100프로 쪼개진다.

"이회창은 다시 돌아와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라!"

이런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빗발칠 것이다. 과거 DJ가 그러했듯이, 본인은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지만 군민이 원한다면! 이회창은 다시 복귀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을 살리는 길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는데 어찌 구국의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것인가? 과거 박정희나 김영삼이 그렇게 사기쳤듯이 이회창은 결단을 내릴 것이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영원히 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이회창의 복귀운동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

[덧글.. ]
이회창의 정계복귀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역사의 필연법칙입니다. 이회창은 복귀하지 않겠지만 정치판에서 에너지의 흐름이 그런 쪽으로 움직여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저의 이회창 복귀발언은 다분히 전략적인 발언입니다. 어쨌든 그 자연스런 에너지의 흐름을 좀 더 추적해 보기로 합시다.

[진보는 이념이 아니라 생존이다.]

미국 독립 200년사를 놓고 보면 10년이나 20년 정도 단기간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였지만, 50년이나 100년의 큰 흐름에서 본다면 언제나 진보가 권력을 독식했다. 보수는 권력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 이때 보통 분열된다. 분열된 보수들 중 하나는 진보 쪽으로 자리를 옮겨오고 나머지는 완전히 도태된다.

지금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돌아가면서 해먹는 것은 이념적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지금 미국에는 진보가 없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다 같은 보수다. 그러나 제퍼슨 시대, 링컨시대, 루즈벨트 시대에는 그 이념적 차이가 매우 컸다. 그 시점에서 제퍼슨과, 링컨과, 루즈벨트는 명백히 진보였고 그의 적들은 명백히 수구반동이었다. 그러므로 한쪽에서는 권력을 독식하고 다른 쪽은 완전히 망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는가? 지금 우리가 입으로 떠드는 진보는 이념이다. 이건 인간의 머리로 지어낸 가짜다. 진짜 진보는 생존이다. 링컨의 결단은 이념으로 무장되고 의식화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루즈벨트의 결단 역시 마찬가지다. 그때 미국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진짜다. 지금 미국에서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해먹는 것은 그 이념이 가짜이기 때문이다.

생존이라는 것은 노동자 농민을 위한다는 선의(善意)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한 사정이다. 그 사정은 물적 토대인 산업화와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역사상 진보와 보수가 큰 싸움을 벌였던 시기에는 보통 산업화와 관련된 큰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 노무현의 싸움도 인터넷이라는 근본적인 산업환경의 변화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것이다.

[큰 승부에서는 항상 진보가 승리해 왔다. ]

노무현이 무슨 대단한 진보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역사에서는 보통 보수가 패배를 납득하지 못하고 집요하게 저항하면 진보가 살아남기 위해 거기에 대응하게 되고, 이것이 점점 확대되어 크게 차이가 벌어지곤 한다. 프랑스대혁명이 갈수록 급진적성격을 띄게 되는 것도, 레닌의 혁명이 당초의 생각보다 더 급진적으로 진행된 것도, 실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때문에 그리된 것이다. 사실 초기의 볼세비키들은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온건했다. 적들의 반동이 악랄해서 기어이 그들을 강경하게 만든 것이다.

고려나 조선의 건국자가 대단한 진보의 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슨 이념의 무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생존을 위하여 새로운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그게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져서, 결과적으로 진보하게 되는 것이다. 신돈이 토지개혁을 하고, 광종이 노예를 해방하고, 정도전이 유교를 국교로 채택하고 하는 것이 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수구세력의 공격은 집요할 것이다. 여전히 노무현은 약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실한 자기편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구해질 수 밖에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식인지형이 바뀌고, 서울대만 먹게 되어 있는 게임의 룰이 바뀌고, 사회의 총체적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결과적으로 진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생태계의 진화과정과 같다. 살아남기 위하여 진보하는 것이며 진보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탈락하여 자연도태 된다. 설사 노무현 본인은 패러다임을 바꿀 생각이 없더라도, 노무현은 바보가 아니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 바꿀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나라당은 재집권가능성 '0'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념적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둘 다 보수다. 그러므로 번갈아가며 집권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노무현에 의해 민주당이 개혁될 경우이다. 노무현이 실패한다면 당연히 한나라당에도 희망이 있다. 노무현이 성공한다면 한나라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정확하게 '0'이다.

위기에 빠질수록 인간은 치사해진다. 조삼모사의 유혹을 받는다. 일단 시간을 벌자는 선택을 하게 된다. 힘이 있을 때는 큰 수술도 감당할 자신이 있지만, 체력이 약할 때는 대수술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결국 한나라당은 일시적인 생존연장을 위하여 이회창주술사를 불러들여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푸닥거리 민간요법을 사용할 것이다.

진보라는 이름의 대수술을 제외하고는, 지역감정푸닥거리 민간요법 만큼 약발이 잘 듣는 처방는 없다. 그 결과 잠시 살고 영원히 죽게 될 것이다. 노무현이 성공한다면 말이다. 노무현은 성공할 수 밖에 없다. 적들의 저항은 집요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진보한다.

[힘내라 한나라당! 놀고 있지? 조중동!]

결론적으로 이념인가 생존인가이다. 워싱턴의 혁명과, 링컨의 결단과, 루즈벨트의 혁신은 이념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이건 진짜다. 노무현은? 역시 이념이 아니라 생존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적들이 지속적으로 노무현의 생존을 위협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할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부추겨야 한다.

뭐하고 있는가 한나라당! 힘내라 한나라당! 잘하고 있다 조중동! 수구세력은 정치를 재개하고 있는 YS를 중심으로 총집결하라! 아쉬운대로 현철씨라도 나서봐라! 형근이도 오고 도형이도 와라. 갑제야, 송복아, 박홍아, 철승아, 동길아 모두모두 모여라.

일각에서는 동교동을 용서하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니다. 우리의 역할은 노무현의 생존을 아슬아슬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힘든 곡예를 해야한다. 우리는 되도록 노무현을 어려운 환경에 두어야 한다. 민주당을 버리고 개혁당으로 몰려가는 방법으로 노무현에게 시련을 안겨주어야 한다. 노무현이 완전히 다 바꾸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낄 정도로! 보통 역사는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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