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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을 굶었는데도 담을 넘지 않으면 하루를 더 굶겨보라?

밝히고 있듯이 지난번 글은 신의원의 의견에 대한 반론이 아닙니다. 누구 말이 맞느냐를 따져보자는 생각이 아닙니다. 네티즌 다수의 우려를 전달하자는 의도가 첫째이고, 우리 내부의 공론을 모아보자는 의도가 둘째였습니다. 신의원의 반론을 보고 느끼는 점은 한마디로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다』입니다.

저는 대단히 우려하고 있고 이 우려를 전달할 필요를 느낍니다. 본격적으로 반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신의원도 말씀하셨듯이 저와 신의원의 의견은 부분적으로 일치하고 있어서 그것이 굳이 반론의 형태여도 좋은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저의 글에 대해서는 두가지를 지적하셨더군요. 하나는 『당근이 먼저고 채찍이 나중』이라는 저의 주장에 대해서 신의원의 의견도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연합니다. 저는 네티즌 다수의 공론을 말씀드리고자 할 뿐 반격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경제가 무(無)라면, 경제제재시 통일비용이 증가할 리 있겠습니까? 오히려 경제제재가 북한경제를 무(無)로 만들 수 있겠죠. 그래서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희망합니다.』이 부분인데 사실이지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한 컵에 든 물을 두고 어떤 사람은 『반컵이나 남았구나』고 하고 어떤 사람은 『반컵 밖에 없구나』 한다더군요. 저는 『반컵 밖에 없다』고 하고, 신의원은 『반컵이나 남았다』고 하는데, 과연 반컵 씩이나 여유있게 남아있는지, 그래서 안심하고 경제제재를 해도 되는지, 그것이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은 아닌지 대단히 우려됩니다.

옛말에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안넘을 놈 없다』고 했습니다. 『열흘 굶어 군자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人飢三日 無計不出(인기삼일 무계불출)』 이라는 고사성어도 있습니다. 위기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입니다.

러시아의 붕괴 이후 북한은 사흘을 굶었고 이제 담을 넘을 때가 되었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입니다. 북한을 조금 더 굶겨서 담을 넘기만 하면 때려잡자 하고 몽둥이를 들고 지키고 서 있는 자가 미국입니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물이 반컵이나 남아 있으니, 북한을 조금 더 굶겨도 상관없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저는 실망이 큽니다.

300만명이 굶어죽으면 평화적 해결인가?

신의원은 북핵문제 해결 원칙으로 세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비핵화’ 둘째, ‘평화적 해결’ 그리고 세 번째가 ‘한국의 주도적 해결’입니다. 저는 신의원의 경제제재론이 두 번째 평화적 해결 원칙에 위배된다고 봅니다.

북한이 이미 이틀을 굶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둑질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하루를 더 굶겨서 기어이 도둑을 만들고 말자는 발상이라고 봅니다. 전혀 평화적이지 않습니다. 이미 수백만이 굶어죽었다는데 얼마나 더 죽어야 평화적 해결입니까? 신의원은 사람이 굶어죽으면 그것을 평화라고 부릅니까?

북한에서 300만명이 굶어죽었다면 300만명이 전사한 전쟁이 일어난 것과 같습니다. 300만명의 동족이 전멸당한 평화도 있습니까? 경제제재는 그 자체로 도발입니다. 총만 들이대지 않았다 뿐 전쟁입니다. 경제제재를 해서는 안됩니다. 굶어죽어가는 것을 방치해서도 안됩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경제지원을 해야합니다.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을 가만이 지켜보고 있어도 범죄입니다. 적극적으로 사태에 뛰어들어 구조를 해야합니다. 일단 죽어가는 사람은 살려놓고 봐야 합니다.

사흘을 굶어도 남의 집 담을 넘지 않으면 하루를 더 굶겨본다?

신의원은 『북핵문제』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속임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가만 있는데 북한이 갑자기 핵무기를 개발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는 식입니다. 과연 그러한가요?

모든 사태는 구 공산권의 붕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러시아로부터의 석유수입이 중단되어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이에 북한이 새로 원자로를 건설하거나 또는 보유하고 있는 소규모 원자로를 가동하려고 한 것이 북핵문제의 시작입니다.

북핵문제 이전에 에너지난에 따른 경제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미국이 중유제공을 제의했고 국제사회가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부시정권에 와서 중유제공이 중단되었고 경수로건설에 차질이 빚어지자 북한이 다시 원자로를 가동하게 된 것입니다.

핵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가 문제이며 에너지난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조건은 물리적인 상황입니다. 어떤 사람이 담장 밑에 서 있는데 마침 담장이 무너지려 합니다. 담장 밑에 선 사람이 이르기를.

『이 보시오. 담장! 당신은 지금 나를 해치려 하고 있소. 당신이 나를 덮치면 나는 당신을 경찰에 고발하겠소. 경제제재를 각오하시오』

하고 담장을 향해 소리를 칠 것이 아니라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피하지 않으면 깔려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는 지금 북한이라는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담장 밑에 위태롭게 집을 지어놓고 살고 있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그 담장을 고치지 못하면 우리가 대신 그 담장을 고쳐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문제는 서방세계의 빗나간 예측이다

신의원의 말씀하신 북핵문제는 핵발전소의 문제가 아니라 핵무기의 문제입니다. 북한이 핵발전이 아니라 핵폭탄을 개발하려 한다는 전제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속임수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방세계의 다수는 김일성 사후 김정일정권이 3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 예단 했습니다.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담장을 넘을 것이라고 짐작한 것입니다. 이제 거진 3흘이 지났습니다. 자기논리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3일이 지났는데도 북한이 담장을 넘을 낌새를 보이지 않으니, 『사실은 이미 담장을 넘었는데도 넘지 않은 척 속이고 있다』는 식의 궤변이 바로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하려든다는 주장입니다.

거짓말입니다. 김정일정권이 3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란 주장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논거로 하고 있습니다. 알려진대로 북한은 수백만이 굶어죽었습니다. 북한은 담장을 넘느니 굶어죽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이미 수백만이 죽었는데도 부족해서 경제제재를 해야한다면, 천만명쯤 굶어죽으면 참다못해 도발을 할 것이고 이때 응징하면 된다는 계산이란 말입니까?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습니다. 북한이 사흘쯤 굶으면 김정일정권이 붕괴하거나 전쟁을 도발할 것이고, 김정일정권이 붕괴하면 좋고, 전쟁을 도발하면 응징하면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 서방세계의 시나리오였으며, 모든 불행은 이 시나리오가 들어맞지 않았다는 사실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김정일정권은 붕괴하지도 않았고 전쟁을 도발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수백만명이 굶어죽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에 미국이 초조해진 것입니다. 도발을 하지 않으면 도발을 할 때 까지 굶겨보겠다는 것이 미국의 계산입니다.

한국을 손 안에 쥔 공깃돌 쯤으로 여기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대단히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실험실의 청개구리가 되어있고, 미국은 인간이 사흘쯤 굶으면 담을 넘는다는 속설이 과연 들어맞는지 실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서를 붙이기만 하면 위협발언을 해도 된다?

결론적으로 신의원은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면』 이라는 단서를 붙여놓고, 이렇게 단서를 붙여놓았기 때문에 경제제재 위협을 해도 괜찮다고 자신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발언은 북한이 『만약 미국과 남한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여놓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위협발언을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어떤 전제조건이 붙었다 하더라도 위협은 위협입니다. 깡패들도 『까불면 죽어』 하고 『까불면』이라는 단서붙이기를 잊지 않는 얍삽함을 발휘하곤 합니다. 이건 좋지 않은 것입니다. 어떤 단서가 붙었어도 발언의 본질은 위협입니다. 북한의 위협에 같은 위협으로 응수한다면 이는 지성이 결여된 태도입니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장군이야 멍군이야 하며 서로 응수에 응수를 해 왔습니다. 이젠 끝내야 합니다. 북한과 미국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지 못하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말하자면 북한은 화해할 의도가 있고, 미국은 클린턴 정권에서는 있었으나 부시정권에서는 없습니다.

부시정권은 여전히 『북한을 조금 더 굶겨보자』는 태도입니다. 조금 더 굶겨보고 북한이 궁지에 몰려 도발을 하면 응징하여 김정일정권을 해체하고, 끝내 북한이 다 굶어죽으면 굶어죽는대로 내버려두자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사람이 할짓입니까? 안됩니다.

원인이 뭐고 결과가 뭔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에너지난이 원인이고 원자로가동이 결과이며 핵위협운운은 미국의 시나리오에 따른 속내일 뿐입니다. 김정일정권의 핵개발 포기와 클린턴정권의 중유지원은 상당한 진전이었으며, 부시정권의 중유지원중단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본질은 한국인은 백인종이 아니라 황인종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문제는 핵이 존재하는지 검증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핵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단절이 문제입니다. 핵은 관계단절을 부각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단절된 관계를 다시 이어주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경제지원입니다.

지금 북한은 단절된 관계를 복원할 의사가 있는데, 부시정권은 복원할 의사가 없거나 무관심합니다. 설사 부시정권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회는 해결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 의회가 사태진전을 방해하는 이유는 625전쟁에서 상한 자존심 때문입니다.

부시정권은 공화당정권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미국 의회는 미 국민의 자존심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 두 방해자를 설득하여 단절된 관계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이 상황에서 최선의 대책은 일단 선 경제지원으로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사흘을 굶은 북한에게 한숨 돌릴 여유를 주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북한을 설득하여 미국과의 큰 거래에 대한 망상을 버리게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고 민족공조를 통해 해결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싸움을 합니다. 중간에서는 절대로 중재가 안됩니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으로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반드시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중재가 됩니다. 지금은 부시가 반칙을 한 상황입니다. 한국이라는 심판은 부시에게 레드카드를 주어야 합니다.

간단합니다. 『피부색이 같은 백인에게는 마샬계획으로 경제지원을, 피부색이 다른 황인종은 굶겨놓고 얼마나 버티는지 실험하기를』 이것이 미국의 태도입니다. 한국인의 피부색이 하얀색이 되기 전까지 미국은 문제해결의 방해자일 뿐이며 신의원의 중재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덧글..

반론의 형식을 취했지만 신의원의 말씀이 틀렸고 제 말이 맞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컵의 물은 정확히 반입니다. 『둘 다 맞습니다. 맞고요.』 문제는 그 반컵의 물을 우려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입니다. 폭주기관차를 제동하는가 아니면 역구내로 진입시키는가입니다.


고건 저 인간 안되겠다 짤라라.

오명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고건이 과연 개혁의 열망을 딛고 출범한 노무현정권의 첫 총리가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도 이해가 안된다.

필자의 짐작은 이런 것이었다.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한나라당의 방해 때문에 제도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총선 전까지는 개혁작업은 청와대가 주도하되, 법과 제도를 건드리지 않는 분야에 집중하고, 내각은 되도록 현상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간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조언을 해준 고건을 영입하여 영남대통령 호남총리로 균형을 맞추어 총선에서 승리한 다음 고건을 팽하고 본격 개혁작업을 추진한다. 결론적으로 고건은 총선용 총리다. 대개 이런 방향으로의 짐작이었다.

고건은 처음부터 버리는 카드였다.

이건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다만 기본 컨셉이 그렇게 잡혀버렸다면 우리가 반대해서 실익이 없다 싶어서 굳이 고건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이미 특검으로 꼬인데다가 오명인데도 고건총리를 찬성할 이유는 없어져 버렸다.

필자의 기본적인 관점은 『지는 게임』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검을 받자는 주장은 지는 게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기는 게임이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 이겨야 하지만 어차피 지게되어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석작전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

고건의 청문회통과는 이기는 게임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는 특검이 이슈가 되기 전의 이야기다.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렸다. 점점 지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고건을 총선용의 버리는 카드로 쓰려면 아예 지금 버리는 것이 낫다. 우리나라에 총리감 잘 없지만 고건보다 나은 사람은 1만명 쯤 있다고 본다.

진작에 고건을 반대하지 않은 나의 잘못을 반성한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자. 고건은 청문회를 통과해서 안된다. 아들 군대도 안보낸 넘이 무슨 총리를 하나? 사람 좋은 김원기도 있는데 말이다.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과 일을 해서 안된다는 말은 노무현대통령 본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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