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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37 vote 0 2003.02.11 (16:08:32)

김용옥 하면 또 이문열이 생각난다. 강준만은 그의 저서 『이문열과 김용옥』에서 두 인물에게 공통적으로 유죄를 평결하면서도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한마디로 이문열은 『구제불능』, 김용옥은 『구제가능』이다. 탁견이 아닐 수 없다.

구제불능 이문열이 신작 호모 엑세쿠탄스로 여전히 제 목을 조르고 있는데 비해, 김용옥은 선거 때 아햏햏한 행보를 보인바 있고, 또 최근 피투성이님에게 KO패를 당하였으나 금새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 지난번 새만금 반대발언과 이번의 발언은 연타석홈런이라 할 만하다.

『호모 엑세쿠탄스』는 처형자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그는 누구를 처형하려는 것일까? 이문열 본인의 발언을 인용한다.

『신들은 고통과 번민의 땅에 태어나고, 그런 점에서 이 땅은 신들이 태어나기 좋은 곳이다. 호모 엑세쿠탄스는 이런 세계에서 신성(神聖) 혹은 초월자의 처형을 맡은 집단 혹은 족속을 가리키는 말이다.』

까놓고 말해서 노무현을 처형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왜 노무현을 처형하려는 것일까?

『횡령의 시대. 모든 것이 횡령되고 있다. 목소리 높고 악착스런 소수가 다수를 횡령하고, 인터넷 광장의 익명성에 숨어서 밖에는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얼치기들이 젊음과 세대를 횡령한다.』

도대체 무엇이 횡령되었기에 그는 길길이 날뛰며 억울해하는 것일까? 뻔하다. 대인(大人) 이문열의 권세가 횡령되고 명성이 횡령되었다. 그 심정 알만하다. 동정이 간다. 인간아! 너는 계속 그러고 살아라.

김용옥의 『언론은 `민족自決`눈떠라』의 마지막 끝맺음말을 들려주고 싶다.

『벽암록에 씌어있는 원오스님의 말씀 한 구절이 생각난다: “一機一境, 一言一句, 且圖有箇入處, 好肉上瘡, 成成窟.”(마음가짐 한 꼬타리, 대상세계의 한 상황, 말 한마디 한구절에서 진상의 한 입구를 발견하려고 도모하는 것은, 마치 멀쩡한 고운 피부에 생채기를 내서, 그곳에 둥지를 틀고 썩은 굴을 짓는 것과도 같다).』

김용옥의 말대로 남의 말꼬투리나 잡으며 멀쩡한 고운 피부에 생채기를 내서 그곳에 둥지를 틀고 썩은 굴을 짓는 버러지는 누구일까? 당근 이문열이다. 이문열이 노무현이라는 고운 피부에 생채기를 내서 둥지를 틀고 썩은 굴을 파는 버러지인 것이다.

멀쩡한  피부에 썩은 굴을 파는 이문열

이문열의 수준은 이문열 삼국지와 문화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장정일의 삼국지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정도의 수준차이를 느낄 것이다.

김용옥은 항상 옳은가? 그렇지 않다. 그는 남이 하지 않는 필요한 말을 했을 뿐이다. 그것을 자신의 역할로 삼은 용기는 칭찬할 만 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본질에서 역사가 추동하는 힘의 방향을 읽어야 한다. 진도 나가야 한다.

엘 고어가 밝힌 차기 대선 불출마의 변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한마디로 지난 대선에서 문제가 된 재검표소동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어가 또 출마하면 실제로는 득표수가 적었던 부시가 과연 대통령자격이 있는지의 문제가 재론되는데, 이것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져 미국을 분열시킬 것이므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정리할건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야 한다.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 김대중시대는 갔다. 정리할건 정리하고 노무현은 진도 나가야 한다. 지난 시절의 업보에 발목 잡혀서 안된다. 끊을 고리는 끊어야 한다.

공론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되고 있다. 하나는 밀실거래의 불가피성을 옹호하면서 특검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용옥과 장신기님의 입장이다. 둘은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의 입장인데 이 기회에 김대중과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진도 나가자는 입장이다. 필자도 이 입장이다. 여기에 하나가 추가되고 있다. 정치 9단 김대중의 고도의 노림수라는 설이다.

『화이부동』이라는 네티즌이 쓴 글이다. 발췌인용하면

『지금 정국은 노무현과 김대중이 한 판 벌리는 대국이다. 한나라당은 멋모르고 옆에서 훈수두면서 신났다. 잘못 보면 신구 정권이 헤게모니 싸움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북한이 믿을만한 인사는 이제 김대통령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김대통령은 스스로 북한에 인식시키고 있다. 임동원 특사 방문 때 김정일이 만나주지 않자 현대 상선 문제를 간접 시인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은 퇴임 후를 생각하고 있다. 북한이 선호하는 서방 인사는 과거 그래이엄 목사와 카터 전 대통령이 되었다. 카터 이후에는 믿을만한 인사가 없다. 북한이 믿을만한 인사는 이제 김대통령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김대통령은 스스로 북한에 인식시키고 있다. 임동원 특사 방문 때 김정일이 만나주지 않자 현대 상선 문제를 간접 시인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김대중은 스스로 자충수를 둠으로써 한나라당이 자신을 치도록 유도하여 새 정부의 총리인준과 바꿔치기를 하고 있다. 』

의도적인 짜고치기일 리는 없지만 이 논의의 본질은 주적이 되는 상대가 누구냐다. 김정일이다. 모든 상황은 고어의 낙선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클린턴과의 약속은 물거품이 되었다. 명백히 김정일이 손해 본 것이다.

두 번째 변수는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위험이다. 만약 이회창이 집권한다면 김대중과의 모든 약속이 다시 물거품이 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노무현으로의 교체이다. 만의 하나 노무현이 김대중과의 약속을 승계하지 않으면?

김정일의 돌출행동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김정일 입장에서 노무현을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옳은가? 천만에! 이건 게임의 법칙에 맞지 않다. 모든 것을 무효화시키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검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명백히 김정일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김대중과 김정일의 모든 거래는 무효가 되었다. 이는 돌이킬 수 없다. 노무현이 김대중과 김정일간의 계약을 승계할 이유도 의무도 없다. 이는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당연히 김정일은 임동원특사를 물먹였다. 이 바뀐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김용옥기자가 명백히 빠뜨린 것은?

이쪽에서 비판한다 해서 말 귀를 알아먹을 위인도 아닌 바에 김용옥이 굳이 김정일을 비판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김용옥기자는 『김정일과의 인터뷰』를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속보이는 짓이다. 이것이 김용옥의 한계다.

부시의 북한 다루기는 과거 미국대통령들의 인디언다루기와 비슷하다. 대통령들은 끊임없이 인디언 추장과 조약을 맺고 약속을 한다. 임기가 끝난다. 다음 대통령은 그 이전 대통령의 모든 약속을 무효화시킨다. 그 이전 대통령과의 조약이 승계될 것으로 순진하게 믿은 인디언들은 몰락을 면할 수 없었다.

부시는 클린턴과 김정일간에 이루어진 모든 약속을 무효화시킨다. 이것이 로마가 주변국들을 다스리는 방식이고 미국이 약소국을 다스리는 방식이다. 김정일이 이것을 모를리 없다. 그렇다면? 정답은 나와있다. 김대중과 김정일간의 모든 약속은 무효가 된 것이다. 원점에서 다시! 이 외에 방법이 없다.

김정일이 알고, 노무현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알 듯이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버려야 한다. 파트너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어쩔 것인가? 힘들지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개인간의 약속으로 안된다. 항구적인 평화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김대중-김정일방식』은 틀려먹었다는 시실을 확인하고 도장찍고 넘어가야 한다. 그건 원래부터 안되는 시도였다. 멍청한 김정일이 9단 김대중에게 속은 것이다.

외교에 관한한 김정일의 수준은 인디언 추장 『앉은 황소』보다 조금 더 뛰어나지 않다. 혹자는 김정일의 외교에 최고의 점수를 주고 있으나, 내가 보기에 김정일의 외교실력은 정확하게 0점이다. 김영삼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외교초단 김정일이 노무현에게 또 속을 것인가?

멍청한 인디언들도 처음 한두번은 속지만 다음 부터는 경계심을 가지고 의심하기 마련이다. 지금 김정일이 이 상황에 와 있다. 그는 클린턴에게 속았고, 부시에게 물먹었고, 김대중에게 속았다. 노무현이 무슨 말을 해도 김정일이 믿지 않을 것은 뻔하다.

아주 바보는 아닌 김정일이 노무현을 믿지 않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노무현은 김대중과 김정일간의 약속을 승계할 이유가 있는가? 그렇게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김정일도 아주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과 원점에서 다시 게임을 벌이려 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의 현명한 결단은? 과거로 돌아가서 안된다. 아쉽지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새로 인맥을 가동하고 길을 터야 한다. 현대는 일단 뒤로 빠져야 한다. 지는 게임을 두 번 할 이유는 없다. 아니다 싶으면 돌을 던지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노무현은 노무현의 길을 가야한다.

인디언들이 대통령들을 믿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명예다. 대통령도 명예가 있는 사람이고, 명예를 걸고 약속을 했는데, 설마 자기 명예에 누가 될 짓을 하겠느냐는 순진한 생각이다. 그 명예에 확실한 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화려한 쇼가 필요하다.

김일성이 카터를 이용하거나, 김정일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하거나 하는 방식은 그 파트너의 명예를 세워줌과 동시에, 그 명예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이런 무식한 인디언 방식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전제군주 일개인의 명예에 의해 돌아가는 나라가 아니다.

김정일의 인디언방식은 실패했다. 민주국가는 명예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작동한다. 김정일에게 이것을 교육시켜야 한다. 과거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나는 김대중이 김정일에 이걸 알려주기 위해, 밀실거래를 폭로하는 방법으로 김정일의 귀싸대기를 갈겼다고 믿고싶다.

북한이 변해야 남북공조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특검을 해야한다. 특검은 김정일의 인디언방식 대미의존 구걸외교를 끝장내고, 북한외교의 남북공조 중심 방향전환을 유도해서, 자주적인 대북정책을 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다. 역으로 생각하면 노무현은 김정일을 길들일 수 있는 대형호재를 만난 것이다.

덧글..
지금은 이쪽에서 노무현이 김대중정권과의 비밀거래를 승계하더라도 김정일이 틀게 되어 있습니다. 실체가 모호한 아태위원회를 끼고, 권한이 모호한 현대를 끼고 있는 인맥 중심의 비밀거래로는 원래 안되는 겁니다.

다음 선거 앞두고 북한은 또 파토를 놓을 겁니다. 선거때 마다 판이 깨집니다. 근본적으로 김정일의 외교방식이 잘못이기 때문에, 특검을 해서 다 까놓고 가야 김정일의 운신의 폭이 확실해 집니다.

이는 갑돌이와 갑순이가 연애를 하되 맨날 툭탁거리며 진도를 나가지 못할 때 "누구누구는 연애한대요. 얼레리 꼴레리."하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어서 마동왕자가 선화공주를 엎고가게 하는 이치와 같은 겁니다. 한마디로 김정일은 약점을 잡힌 것이고 우리는 그 약점을 이용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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