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대문글이 많이 오르는 걸 보니 노무현그룹의 사기가 충천한가 보오. 요즘같은 태평시절에 특별히 시국을 걱정할 일이 없으니 필자의 글감도 줄었소만, 달아오른 분위기에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하여 또한 한줄을 때리는 바이니 부족한 데가 있더라도 너무 허물은 마오.  

『조금 풀어줬더니 애들이 꼴값을 떨어요.. ㅋㅋㅋ』

오늘 노무현은 병렬이파 철부지들의 인공기 소각사건에 대해 유감표명을 했다. 잘한 일이다. 이는 돌출행동이 아니라 지난 5월의 부시 다루기, 야당의 특검공세 받기, 노조에 대한 대응, 언론사 상대 소송 등 일련의 결정들과 맥을 같이하는 일관된 원칙에 따른 행동이다.

이것이 노무현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노무현의 코드를 이해 못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포석은 퇴임 하고도 10년 후, 혹은 20년 후를 내다보고 놓여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 강준만도 노무현을 오판한 나머지 남은 4년이나 잘해라는 식의 훈수를 두고 있다.

최병렬이 사고치면 노무현이 수습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DJ는 이회창을 잘 단속하여 사고칠 틈을 주지 않았지만, 노무현은 최병렬에게도 김정일에게도 고루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최병렬이 대구에서 헛소리하면 김정일이 이때다 하고 태클을 걸고, 뒤늦게 노무현이 나서서 수습하는 식이다.

구주류가 살판 난 듯이 설쳐대면 한나라당이 ‘망둥이가 뛰는 판에 꼴뚜기라서 휴가냐’ 하고 거드는 것이 김두관 행자에 엉기다가 박근혜에게 쿠사리 먹는 식이다. 이렇게 관리가 된다.

‘이이제이’의 방법이다. 구주류와 한나라당이 서로 치고받아서 자멸하는데 최종적으로는 해결사 노무현이 교통정리를 한다. 타이밍은 언제 쯤이 적당한가? 아니다. 더 애를 태워야 한다. 모두들 가슴 졸이다가, 분통이 터지다 못해 오줌을 찔끔거릴 때가 적당하다. ‘장기전 체제’로 간다.

정치는 온통 역설이다. 한 방을 먹이면 1포인트를 따고, 그것이 누적되어 심판전원일치로 판정승하고 이런거 없다. 결판은 선거 때 몰아서 난다. 최병렬이 어떻게 잽이라도 한방 넣어볼까 하는 식의 구태정치로 노무현을 이길 순 없다.

사실이지 지난 수십년간 여야는 그래왔다. 여당이 야당에 굴밤 한대 먹이면, 야당도 달려들어 여당 콧털 하나 뽑는 식의 아웅다웅을 몇십년식 해온거다. 노무현은 패러다임을 바꾼다. 세상이 바뀐 줄 모르는 한나라당이 노무현 콧털 하나 뽑으려고 엉기는데, 노무현이 덜컥 양보를 해버리니 헛발질.

결과는 한나라당 지지율 20프로대 몰락.

신당보다 더 인기없는 민주당과도 무려 10프로 대 격차.

오늘 삼성이 사상 최고의 주가를 돌파했다고 한다. 최용식선생님의 견해를 참고하면 ‘대세상승기조’이라는 거다. 물론 지금은 경제가 나쁘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 봐도 더는 경제가 나빠질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뭔가 있다.

최근의 나빠진 경제는 지난해 대선을 의식한 지나친 내수경기 부양의 후유증 + 부시넘의 전쟁책동 + 중국의 사스 탓이지 노무현 탓이 아니다. YS의 신경제 100일 작전.. 이런 미친 짓 조금만 하면 경제 회복된다. 다만 노무현은 무리를 하지 않을 뿐이다.

경제는 생물이다. 생물은 본래 자연치유력이 있다. 무리하게 건드리지 않고 가만 놔두기만 해도 언젠가는 저절로 회복된다. 내년 선거 때 주가지수가 1000 뚫으면 그중 낫다. 노무현은 여러 가지로 복받은 대통령인 것이다.

한편으로 노조가 집권초기 ‘이때 아니면 언제 챙기리!’ 하고 실리를 쓸어담고 있다. 이것도 나쁜건 아니다. 흔히 논자들은 경제개혁은 경제가 좋을 때 해야한다고 말하는데 모르는 소리다. 실제로는 그 반대다. 잘 나가는 차에 브레이크를 걸면 그 차는 전복된다.  

‘자빠진 김에 신발끈 고쳐맨다’는 격으로 경제가 나쁠 때, 노조의 요구를 과감하게 들어주는 것이 낫다. 왜? 이미 나빠졌으니 더 나빠질 것이 없잖아. DJ가 IMF라는 최악의 환경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듯이, 노무현도 어차피 짚고 넘어갈 사안이라면 경제가 나쁠 때 몰아서 하는 것이 좋다.

조중동은 노조 파업에 경제가 나빠진다며 북치고 장구치는데, 오늘은 박용성 상의회장이 “노조 파업해도 끄덕없다”고 되려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적인지 아군인지 헛갈리지만 말인즉슨 그 말이 맞다. 파업하면 또 어때? 박용성이 끄떡 없다는데 뭐!

초반지지도 하락.. 5년 후엔 정말 감동드라마
생각하면 노무현의 일생에 드라마 아닌 것이 없다. 지금 지지도가 바닥이지만 5년후 무사히 임기를 끝내면, YS의 초반 지지도와 비교하며 그야말로 ‘소설을 써도 이런 소설이 없다’며 무릎을 칠 건수는 미리미리 확보해 놓은 거다.

감동이 하늘에서 그저 떨어지는 법은 없다. 초반 지지도 하락을 감내하면서 5년 후를 위한 감동건수를 벌어놓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한마디로 이런거다. 신혼 첫날 신랑이 각시에게 이런 주문을 한다.

“저기.. 가게 다녀오는 길에 담배 좀 사다줄래.”

신부는 이 말을 이렇게 알아듣는다.

“머시라? 나더러 평생 담배심부름이나 하고 살아라 이건가? 참을 수 엄따!”

신혼 초에 남편 길 잘못 들여놓으면 평생 쥐여사는 수가 있다. 이것이 이른바 ‘초기조건의 민감성’이라는 거다.

YS와 DJ의 경우 이런 길들이기 과정이 없었다. 두 김씨는 수십년씩 정치를 해와서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다. 노무현은 어느 면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지금 모든 세력이 노무현을 길들이려고 덤비지만 결국은 죄다 노무현에게 길들여지고 만다.

지금은 민감한 때다. 작은 일도 크게 부풀려진다. 환상은 일찍 깰수록 좋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YS와는 정확하게 반대로 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줘도 료해가 안되겠다 싶으신 분은 또한 상단에 링크하고 있는 ‘노무현의 전략을 참고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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