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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260 vote 0 2003.09.29 (16:18:33)

향후 3개월이 노무현 임기 5년 중 최고의 난코스다. 상황은 좋다. 적들은 실수하고 자멸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정치란 묘한 것이어서 적이 실수하면 아군도 덩달아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바둑으로 치면 ‘손따라 두는’ 위험이 있다.

『지금 YS의 목을 쳐야 한다. 부시가 똥오줌을 싸도록!』

절묘하다. 신당은 하나인데 민주당은 둘이다. 조추그룹과 정박그룹으로 나눠졌다. 이 경우 신당이 이긴다. 또 여당은 하나인데 야당은 둘이다. 수구세력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으로 나눠진 것이다. 이 경우 여당이 이긴다. 기적적인 황금률이 만들어진 것이다.

비겁하게도 둘이 하나를 협공하는 국면이 지속된다. 관객 역할을 맡은 유권자는 약자인 신당편을 들게 되어있다. 이 정도면 90프로 성공한 셈이다. 고기를 몰아서 그물에 가두는 단계까지 완성했다. 뜰채로 건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떠먹여주지 않으면 삼키지 못하는 하수들의 실수는 보통 이 과정에서 일어난다. 최후의 한 걸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딱 3개월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새정치 대 낡은정치 구도로 판은 짜여졌다
지금까지는 적의 자충수를 유도하는 국면이었다. 당무회의를 난장판으로 만든 구주류, 행자부장관과 감사원장을 짜른 한나라당, 말꼬리잡기에 골몰하는 조중동들의 자충수를 부각시켜 ‘새정치 대 낡은정치’ 구도로 판을 짜는데 성공한 것이다.

적의 실수에 의존하는 네거티브로는 한계가 있다. 판이 짜여졌다면 이제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최후의 한 걸음은 자력으로 치고올라가야 한다. 포지티브로 가야 한다.  

세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핵폐기장 문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라크파병문제, 결단해야 한다. 새만금문제, 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거기에 플러스알파를 더한다면 안풍으로 불거진 김영삼정권의 비리도 추궁해야 한다.

지금까지 노무현은 대통령의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결정들을 하지않았다. 조중동이 날뛰고, 구주류가 준동하고, 한나라당이 날뛰도록 교묘하게 방조해왔다. 힘을 아껴둔 것이다. 언젠가 써먹기 위해서다. 계속 아끼기만 한다면 재미없다.

지금이 그 힘을 써먹을 때다. 미루기만 한다면 물태우정권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이제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당분간 정치를 멀리해야 한다. 신당은 못미더운 데가 있더라도 김근태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6개월이면 긴 시간이다. 얼마든지 수습할 여유가 있는데 벌써부터 팔 걷어붙일 필요는 없다. 지금은 리더십을 보여줄 때이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밀어붙였는데, 그 결과가 좋았을 때 그것이 리더십이다.

왜 ‘리더’를 필요로 하는가? 그냥 민주적으로 대화하고 타협하면 되는데 왜 리더까지가 필요한가? 까놓고 말하자.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말은 걍 독재하라는 말이다. 핵폐기장문제, 파병문제, 새만금문제는 원초적으로 대화와 타협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문제다.

토론은 할 만큼 했다. 토론하고 대화해도 답이 안나온다면 최후에는 지도자가 정치생명 걸고 결단을 내리라고 대통령중심제를 한다. 그렇다면 인간 노무현의 진면목을 보이라!

카이사르의 관용으로 위장된 압박전술
카이사르의 슬로건은 ‘관용’이었다. 사실이지 독재자 카이사르와 관용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설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관용’ 때문에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이사르를 살해한 14인의 음모자 중에서 ‘관용’ 덕에 살아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철저한 힘의 우위에 기초한다. 무력으로 장악하기는 하나 상대가 먼저 도발하지 않는 한 상대를 아주 죽이지는 않는다. 대신 지속적으로 압박하여 스트레스를 준다.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도발하면 철저하게 응징한다. 이것이 카이사르의 언필칭 ‘관용’이었다.

까놓고 말하면 관용으로 위장된 ‘압박전술’이다. 고도의 심리전이다. 노무현의 허허실실도 이와 유사하다. 상황을 애매하게 해놓고 자신의 의중을 밝히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준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도발하면 철저하게 응징한다.

키케로를 비롯한 그의 정적들은 가만 엎드려 있기만 했어도 살아남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교묘하게 가해지는 유무형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여, 대부분은 도발했고 그 결과는 죽음이었다. 그것이 카이사르의 교묘한 심리전이었다.

노무현은 조중동을 상대함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줄 뿐 세무조사로 목을 조르지는 않는다. 신당불개입으로 구주류들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줄 뿐 강제하지는 않는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젊고 패기만만한 이창동, 김두관의 발탁, 윤성식의 임명, 파병문제의 여론 들어보기 등은 적들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칼을 뽑아야 한다. 언제까지 토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적어도 선거 3개월 앞둔 시점까지 위 세가지 문제는 정리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딱 3개월이다.

김영삼, 이제는 목을 쳐야 한다
조조가 하비성에서 여포를 사로잡았을 때의 일이다. 조조는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여포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유비에게 물었다. 유비의 인덕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유비가 여포를 살려줄 것으로 짐작했다. 유비가 원술의 10만대군에 포위되었을 때 여포가 유비를 도와준 은공(?)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은공타령’하는 사람 많다. 허나 정치인은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은공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은공을 배신하는 결과가 된다.

유비는 장료를 비롯하여 다른 장수들은 살려주면서도 유독 여포만은 살려주지 않았다. 사실이지 조조가 자신을 구하려다 죽은 부하 전위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는 것도, 카이사르가 관용을 슬로건으로 내거는 것도, 유비가 인덕정치를 표방하는 것도 다 계산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노무현이 상도동을 방문하여 어린아이 같은 포즈로 03시계 자랑할 때 속으로 피눈물 흘린 사람 많을 것이다. 그 피눈물 값을 돌려받을 때가 왔다. 지금 YS의 목을 치지 않으면 노무현은 죽어도 부산경남을 공략할 수 없다.

정치의 세계는 냉정하다. 한번은 어르고 두 번은 봐주지만 세 번째는 반드시 목을 쳐야한다. 안풍으로 건수잡은 지금 YS의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향후 5년이 문제가 아니라, 퇴임후 까지 두고두고 피곤해진다. 작년에 시계 자랑한 것으로 YS와는 계산이 끝난 거다.

YS의 비리를 DJ가 털면 정치보복이 된다. 그렇다면 역사가 노무현을 위하여 남겨둔 몫이다. 역사의 주문에 응답할 때가 왔다. 팬티까지 홀딱 벗겨야 한다. 한나라당과 구주류가 공포에 질려서 똥오줌을 살 정도로 이잡듯이 털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부산민심을 걱정해서 YS는 봐주고 한나라당만 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데 이는 정치의 역설을 모르는 소리다. 절대적으로 YS를 치는 것이 이 상황에서의 공식이다. 지금 YS를 토벌하지 못한다면 노무현은 영원히 '정치적으로 미성년자'다. 이거 알아야 한다.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가 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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