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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말대로 유인태는 ‘할 말은 하는 사람’이 맞지 싶으다. 파병 안하는 것이 국익이다. 지난 3월에는 왜 파병을 했는가? 그렇게 되게 되어 있었다. 김두관장관 해임결의 옳지 않지만 결국은 갈리게 되어 있듯이.

『부시넘은 몇 방 더 묵어야 된다꼬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기요? ..이미지 원판은 DCinside』

‘결국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는 것이 ‘구조’다.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판 구조의 틀이 있다. 무엇인가? 곧 2라운드가 뒤따라온다는 점이다.

- 1라운드는 ‘원칙’이다. 노무현 : “국회가 지들 맘대로 장관 짤라도 되나?”

- 2라운드는 ‘경우’다. 김두관의 입장, 야당의 재반격, 국민의 입장, 결정적으로 해당 부서 간부들의 입장 등등.. 2라운드는 반드시 꼬이게 되어 있다. 이때는 각자가 처한 입장을 보고, 그 꼬인 것을 풀어가는 방향으로 판단한다.

특검도 마찬가지. 뒤에 오는 2라운드를 보고 판단한다. 정몽헌의 '특검보다 검찰 수사가 더 무섭다'는 말이 무슨 뜻이겠는가? 아는 사람은 안다. DJ 입장에서 특검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안받으면 2라운드, 3라운드 계속된다. 이 문제로 5년 끌면 최대 피해자는 DJ다.

초반 레이스는 무조건 콜
왜 3월에는 파병을 하게 되어 있었는가? 마케터님 칼럼에 다 있지만 초반에는 무조건 콜콜 하고 따라가게 되어 있다. 그래야만 상대방의 배팅패턴을 읽을 수 있다. 초장 끗발이 개끗발이다. 첫 번째 판은 한나라당이 먹고 부시가 먹어야 무난한 신고식이 된다.

그래야만 첫째 상대방의 수법을 알 수 있고, 둘째 상대방에 허위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셋째 그것이 정치판의 예의이고 정치가의 도리다.

왜 지금은 파병하면 안되는가? 전투병이 아니라면 추가파병도 고려할 수 있다. 부시에게도 도망갈 구멍 하나는 열어줘야 한다. 부시의 목을 비틀고 얼굴에 침을 뱉어주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정치에서는 그런거 없다.

작게 5번 져주고 크게 한 번 이기는 것이 정치다. 요는 그 ‘큰 한번’을 언제로 하느냐다. 게임이다. 지난 3월에는 파병을 해야만 게임의 판이 꾸려진다. 지금은 반대로 파병을 거부해야만 레이스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파병 거부하고 부시의 최후통첩을 들어보는 것으로 2라운드가 또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6자회담 어떡할건데?' 갈 길은 멀다. 지금은 파병을 거부해야 미국이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정치가는 간이 커야 한다. 노무현은 간이 큰 사람이다. 이념으로, 원칙으로 도피하는 것도 간이 작은 것이고, 미국의 압력에 쫄아서 부시의 히든카드를 까보지도 않고 결정하는 것도 간이 작은 것이다.


노무현의 멍석정치 약발듣는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이 되어가는 우선순위가 있다. 그냥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고 일이 되도록 사전에 환경을 설정해줘야만 한다. 그 ‘환경’이 되는 전제조건이 뭐냐 말이다.

자동차가 달리려면 먼저 도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자동차가 먼저 발명되고 도로가 뒤늦게 개통된다. 현실에서는 순서가 뒤바뀌어 나타나는 것이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정치인들이 항상 오판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 구주류 : 길이 있어야만 간다
- 신주류 : 가다보면 그 발자국들이 모여서 길이 된다.

길이 있어야 자동차가 달릴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자동차가 달려야만 그 길이 만들어진다. 구주류는 승산이 있고 명분이 있어야 신당을 한다지만, 실제로는 신당을 해야만 그 명분이 찾아지고 승산이 얻어진다.

서프가 토론전문 사이트라고?
종이신문에는 서프라이즈가 ‘토론전문’ 사이트로 소개되곤 하지만 토론을 내세워 성공한 컨텐츠업체는 아직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토론이 자동차라면 칼럼은 도로다. 서프가 증명하고 있듯이 칼럼이 있으면 토론이 된다. 그런데 토론을 앞세우면 토론이 잘 안되고 대신 토론방이 채팅방으로 변한다. 서프에도 그런 사람들 있다. 토론방을 채팅방처럼 이용하는 노짱방의 몇몇 분들 말이다.

여기서 패턴을 발견하자면..

- 칼럼을 앞세우면 토론이 뒤따라온다.
- 토론을 앞세우면 채팅이 뒤따라온다.

서프는 칼럼사이트이다. 그런데 토론이 된다. 칼럼이라는 멍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항상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문제는 그 멍석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거다.

‘지금부터 토론을 합시다.’ ‘요기는 토론방이오.’ 제목 : 토론방

이건 멍석이 아니다. 이런 식의 토론전문 사이트는 다 실패했다. 칼럼이야말로 토론의 멍석이다. 토론방이라고 만들어놓으면 네티즌들이 토론은 안하고 인신공격이나 하다가 결국은 ‘점슴들은 잡솼니껴?’ 이런거나 올리면서 자기네끼리 채팅하고 있다. 또한 법칙이 있다.

목표보다 한 단계 위의 것을 공략하라
어떤 목표점이 A라면 그 A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것이 그 A를 위한 멍석이 된다. 그 한단계 위의 것이 자동차를 위한 도로가 되고, 비행기를 위한 활주로가 되고, 선박을 위한 부두가 되고, 기차를 위한 역이 된다.

정치판도 그렇다. ‘신당합세 신당합세’ 백날 떠들어도 신당이 안된다. 연인들도 그렇다. 결혼이라는 목표가 가시화 되면 그날부터 사랑싸움 들어간다. 연애모드에서 돌연 전투모드로 변경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언제나 목표보다 한 단계 위의 것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 ‘아기를 갖자’는 소망이 결혼의 멍석이 되고, 결혼은 한 단계 아래인 연애의 멍석이 되는 식이다.

신당을 하자면 신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신 정치개혁이 된다. 일단 정치개혁이 되고나면 신당은 자동으로 된다. 자동차를 굴리면 자동차가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는 구렁에 처박히지만 대신 길이 닦여진다. 길이 닦여지면 그날부터 자동차는 탄탄대로를 달리게 된다. 이 이치를 기억하라!

항상 두가지 이상의 타켓을 겨눈다
노무현의 정치는 늘 그런 식이다. 항상 두가지 이상의 목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A를 겨냥해놓고 실제로는 B를 공략한다. B를 공략하고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A는 달성되어 있다.

진짜 타켓은 한나라당을 치는 것이지만 일단 민주당을 들쑤셔 놓는다. 민주당을 둘쑤셔 놓으면 그 불이 한나라당으로 옮겨붙어 어어 하는 사이에 한나라당을 홀랑 태워버린다.

조중동을 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조중동이 개과천선할 것을 기대하고 조중동을 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항상 진짜 목표보다 더 멀리있는, 한 단계 더 위의 것을 치는 것이다.

국민의 생각을 바꿔놓으면 저절로 정치개혁이 되지만 정치개혁을 하려고 팔 걷어부치고 나서면 정치개혁은 안되고 분란만 일어난다. 노무현이 간판은 정치개혁이라 걸어놓고 실제로는 신당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다.

노무현이 발을 뒤로 뺄수록 그 빈 공간을 노리고 김근태가 들어오고 추미애가 들어오는 것이다.

추미애 : “나 신당 안해. 안한단 말이야! 절대로 안해. 이 말을 노무현에게 똑똑히 전해줘.”

자동번역기를 통과시키면 이렇게 나온다.

추미애 : “나 신당 할거야. 하긴 하는데.. 대신 뭐 주는거 없수?”

노무현이 침묵으로 추미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파파걸 근성을 버리게 하고 독립심을 길러주는거 하나 뿐이다. 보스정치는 끝났다. 이제부터 제 앞가림은 제 힘으로 하란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노무현은 멍석을 깔아놓고 기다릴 뿐이다. 노무현이 직접 개입하여 춤추는 일은 결단코 없다. 춤은 국회의원 바로 당신들이 춰야한다. ‘동서 춤추소’ 이런 소릴랑 말고 얼른 무대로 나서서 춤들을 추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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